김진 씨의 달라진 모습을 응원합니다

김진 씨의 달라진 모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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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내내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일까요? SBS 36기 ‘연예인 특집’은 다소 전투적이고 긴장감 넘치던 평소 분위기와는 달리 서글픈 느낌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슬픈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마음이 영 편치 않았는데요. 한 가지 시작부터 답답했던 건, 연예인 남성 출연자들이 마흔을 넘겼든 서른을 막 지났든 한결같이 효도 한번 해보려고, 연로하신 어머니께 손자 안겨 드리고 싶은 마음에 출연하게 됐다고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어쩌다 한때 잘 나갔던 자신이 이런 프로그램에까지 나오게 됐는지, 스스로 민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도 그렇지 효도에 협조할 처자를 찾는다니. 세태에 이리 무딜 수가 있나요.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아이를 낳아줄 처자를 구한단 말입니까. 요즘 여성들, 결혼에 앞서 어머니 운운하는 남자 딱 질색인 거 모르시나요?

특히 오랜만에 TV를 통해 보게 된 남자 1호 김진 씨의 경우, 집안 행사에서 앞길이 막막해진 친척 동생과 마주친 양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럴 때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며칠은 그 녀석이 마음에 걸리기 마련이죠. 뒤통수를 누가 잡아끌듯이 용돈이라도 넌지시 쥐어줄 걸 그랬나, 내 말이 따뜻한 어조이긴 했던가, 자꾸 이모저모 되짚어 보게 되는데요. 김진 씨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불혹의 나이라고는 해도 그보다는 훨씬 어려 보였고, 또 마냥 해맑았던 지난날에 비해 크게 달라진 외양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착해 보이는 얼굴에 묻어있는 세월의 고단함 때문이지 싶어요. 아, 그 몇 년을 신었다는 목 늘어난 양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영리하게 이것저것 준비해온 젊은 축과 선명하니 비교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 그래요. 김진 씨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더군요.

김진 씨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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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한창 적에도 김진 씨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쪽이었고, 무엇보다 착했습니다. 스스로야 나쁜 남자로 살았었다며 지난 세월을 자책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실생활이 아닌 방송에서는 모질지 못해 손해를 보는 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고 보니 독설이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방송에 적응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네요. 그전에는 주로 일명 ‘짝짓기’라고 일컬어지던 미팅 프로그램에서 뵈었었죠? 그런 류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스타가 된 연예인들이 꽤 많습니다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뻔뻔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었는데요. 김진 씨는 그때마다 늘 반 발짝쯤 뒤에 서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나쁘게 말해 구경꾼으로 보였다는 얘기에요.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던 건지, 아니며 자신을 드러내기를 쑥스러워하는 성품이기 때문이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지요. 어쨌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긴 해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더군요. 솔직히 데이트 권을 얻기 위한 한 밤중의 폐교 탐험, 심약해 보이는 김진 씨만큼은 그거 안할 줄 알았거든요. 한다고 나선 것도 의외였지만 몇 차례나 포기 않고 다시 도전했다는 점, 실패를 억울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는 점이, 대견했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남에게 소중한 걸 빼앗겨도 그러려니 웃고 마는 분위기였다면 이젠 내 것을 지켜내야 되겠다는 의지가 생긴 거니까요. 사실 처음 모두가 모였을 때 지붕 아래의 장애물을 수건으로 감싸고는 좌중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걸 보며 사람이 달라졌구나, 하고 느꼈어요. 과거 같으면 그런 게 눈에 들어왔어도 나서길 주저하다 말았지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여성 출연자들만이 아니라 시청자가 뭘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 호감을 느끼는지 알게 된 겁니다.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도 낼 수 있게 됐고요. 세상에 의미가 없는 시간이란 없다더니 정말 그렇죠? 그간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이 결국엔 약이 됐을 테니까요.

여자 3호와도 마음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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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무관심을 견디다 못해 퇴소할 결심을 한 남자 2호 빅죠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만류해준 것도, 또 코를 심하게 골아 잠을 편히 잘 수가 없다는 소리에 쪽마루에서 잘 생각을 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여자 2호와의 데이트 때 무심한 반응으로 일관해 여자 2호의 심기를 어지럽게 만들었지만 저는 그 점 십분 이해가 됐어요. 좀 더 예의를 갖춰 상대방을 배려했다면 좋았겠으나 이미 마음을 송두리째 준 여자 3호를 향한 일편단심의 발로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남자 1호와 자존심보다 내가 위이길 바란다는 깨어있는 처자, 여자 3호의 인연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김진 씨는 이미 달라졌고 이번 기회를 통해 뭔가를 또 배웠잖아요? 생일에 문자를 보내온 사람은 단 다섯 명, 어머니와 팬 네 분뿐이라지요? 단 다섯뿐이 아니라 다섯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세상에 내 편이 다섯이나 있다는 거, 그거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김진 씨의 달라진 모습을 응원합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