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최희서가 말한 #레지스탕스영화제 #빅 포레스트 #배우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제공=씨앤코이앤에스

배우 최희서는 국내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여배우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영화 ‘동주’와 ‘박열’로 ‘부일영화상’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쓸었다. 특히 제54회 대종상 시상식 최초로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기염을 토했다. 올해 초에는 OCN 주말드라마 ‘미스트리스’로 주목을 끌었고, 지금은 tvN에서 방송 예정인 금요드라마 ‘빅 포레스트’ 촬영에 한창이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기념해 올해 처음 열리는 ‘레지스탕스영화제’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바쁜 가운데서도 ‘레지스탕스영화제’ 포스터와 트레일러 촬영에 참가하는 등 정성을 쏟고 있는 최희서를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2018 레지스탕스영화제’의 공식 포스터 주인공으로 선정됐는데.
최희서: 37도의 무더위에 외투를 입고 촬영을 했다. 저 뿐 아니라 스태프들 모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10. 참여하게 된 계기는?
최희서: 평소 친분이 있던 오동진 영화평론가가 제안했다.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이고 내년이면 100주년이 된다.임시정부 수립은 독립운동으로 이룬 큰 성과 중 하나다. 그런데도 깊이있게 이야기하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지 않는 이상 그 뜻을 되새기거나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제가 출연했던 ‘박열’은 절대 권력에 저항했던 청년들의 이야기다. 그 연장선이다. 영화제의 본질과 맞는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10. 영화제에 대해 소개해달라.
최희서: 오는 9월 6일 개막해 10일까지 종로 서울극장에서 펼쳐진다.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지닌 영화들이 상영되고 사진전도 열린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영화도 상영된다.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운 흔적에 관한 영화를 집대성해서 보기는 어렵다.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화제가 가진 힘이다. 해외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자유를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 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촛불혁명부터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다. 특히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서울극장에서 열리게 돼 좋다. 서울극장에서는 저예산 독립영화도 꾸준하게 상영하고 있다. 나 역시 멀티플렉스가 아닌 곳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야말로 서울 한 복판에서 색다른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18 레지스탕스영화제 공식 포스터 주인공 최희서./ 사진제공=레지스탕스영화제

10. 신동엽, 정상훈이 출연하는 tvN 금요드라마 ‘빅 포레스트’에 합류했다. 어떤 작품인가?
최희서: 서울 대림동을 배경으로 한다. 폭망한 연예인 신동엽(신동엽)과 짠내나는 사채업자 정상훈(정상훈), 그리고 내가 맡은 조선족 싱글맘 임청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다.

10. 정극이 아닌가? 장르가 궁금하다.
최희서: 감독님이 정극이라고 했다.(웃음) 신동엽, 정상훈 선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SNL이나 시트콤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 나도 궁금해서 감독님께 물어봤다. 시트콤처럼 박수나 웃음소리 효과가 없다고 했다. 장르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10. 그동안 주로 묵직하고 진지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에 비해 ‘빅 포레스트’는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다. 출연하게 된 이유는?
최희서: 연극을 했을 때 코미디를 한 적이 있지만 영상물에서는 해 본 적이 없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연기의 최고봉은 코미디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강호 선배같은 경우 비극과 희극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든다. ‘사도’ 라는 무거운 작품도 코믹하게 풀었다.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코미디가 궁금했고 갈증이 있었다.

10. 왜 대림동인가?
최희서: 대림동은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 분들의 일상 생활을 담았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들을 조선족이라고 규정짓고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빅 포레스트’는 그렇다고 미화하지도 않는다. 중립적으로 다가갔다. 작가님이 대림동에 대해 조사한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보여 줬다. 언제부터 살았고, 몇만 명이 살고 있는지부터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코믹한 요소도 있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

10. ‘임청아’는 어떤 역할인가?
최희서: 어린 나이에 대림동에서 혼자 딸을 키우는 사람이다. ‘조선족 여자’라는 선입견에 사로 잡힌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그는 중국에서 왔다는 것 말고는 다를 게 없다. ‘임청아’ 라는 인물을 통해서 조선족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깨트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10. 연변 사투리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최희서: 연변 사투리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에서 박정심(이상희) 언니를 지도했던 선생님께 사투리를 배우고 있다. 직접 대림동 식당에 찾아가 종업원들의 말투를 유심히 들었다.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 원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배역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10. ‘동주’에서 쿠미, ‘박열’에서 후미코, 이번엔 ‘임청아’다. 계속해서 외국인을 연기하고 있는데.
최희서: ‘앞으로는 한국사람만 해야지’ 이런 건 없다. 사실 ‘박열’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건 제 장점이고, 그로 인해 사랑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 SBS ‘한밤’에서 리포터를 맡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인터뷰했다. 일본어를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능숙하게 해서 감독님과 작업 하고 싶다. 배역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 할 수 있는 걸 더 잘해서 확실한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10.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아시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나?
최희서: 늘 열려 있다. ‘미스트리스’를 찍을 때 미드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최종 후보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확실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믿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런 것들을 대비해서 영어를 잊지 않으려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선가 액션을 할 수도 있으니 킥복싱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10.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각 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최희서: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상은 ‘앞으로도 잘하렴’이라는 당부라고 생각한다. 부담감을 느끼면 괴로울 뿐이다. 내려놓기 위해 운동과 명상을 한다.

10. 주목 받기 시작한 이후 주로 어떤 작품들이 들어오나.
최희서: 평범하지 않은 역할이 많다. 대부분 스릴러, 호러, 미스터리, 사극이다.

tvN ‘빅 포레스트’에서 조선족 ‘임청아’를 연기하는 최희서./ 사진제공=씨앤코이앤에스

10.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최희서: 시나리오가 재미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왜 만들어지는지, 이 순간 왜 보여야 하는지를 본다. 소재가 지금 현 사회와 맞아 떨어지면 끌린다. ‘빅 포레스트’ 같은 경우 작가님들이 보여준 자료와 다큐멘터리를 보고 많이 울었다.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방인인 그들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할 지 몰랐다.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유명한 작가님, 감독님과 작품을 하는 것도 좋지만 신인 감독님과 작품을 하면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어떻게 아나? 봉준호-송강호 선배와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지 않나.

10. ‘박열’에 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는 ‘아워바디’다. 상업영화가 아니라 독립영화다.
최희서: 마찬가지다. 영화의 규모, 예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콘텐츠가 좋으면 올인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워바디’는 4000만원 저예산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감독님은 저보다 한 살 밖에 안 많다. 영화계 새로운 별이 될 수도 있다.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캐릭터가 워낙 좋았다.

10. 로맨스나 멜로 장르에서의 모습도 궁금하다. 계획은 없나?
최희서: 평소에 관심이 적은 분야 인것 같다. 알콩달콩 하는 그런 이야기는 왠지 닭살이 돋기도 한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이나 ‘러브레터’처럼 애틋함이 있는 로맨스, 멜로는 좋아한다.

10. 연극배우로 출발했다. 연극 무대에 다시 설 생각은?
최희서: 너무 하고 싶다. 3년 전이 미지막 공연이었다. 연극은 배우가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조명이 켜지고 배우가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 연출, 무대 감독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다. 월화수목금토일 공연을 하면 매 순간이 다르다. 관객도, 추억도 다 다르다. 의미있고 즐거운 작업이다.

10.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해 지금까지 100여 편의 작품을 통해 활동했다. 떨어진 오디션도 꽤 많았다고?
최희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떨어졌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회사(소속사)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 ‘날 아무도 배우로 보지 않는 구나’ 라는 생각으로 힘들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서 소극장 공연을 하기도 했다. 작품을 하고 차기작에 대한 기약이 없을 때 허탈했다.

10. 몇년 사이 영화계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연기를 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최희서: 지금도 항상 힘들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부족한 것을 개선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부담감에 사로잡히면 발전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부담감이 모르는 사이 찾아 올 때가 있다. 매 작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촬영이 끝나면 피곤해서 잘 잘 것 같지만 후회 때문에 못잔다. 항상 도전이었기 때문에 늘 고민이 반복됐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제 자신을 밀어 붙이면서 연기를 하는 편이다. 편하게 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잘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쉽게, 편하게 할 수 있을 지 생각은 하지만 그게 맞는 연기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10. 연기 외에 관심있는 분야는?
최희서: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걸 좋아한다. 특히 시를 좋아한다. 최근엔 김민정 시인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재미있게 봤다. 김민정 님의 시는 재기발랄하다. 딱딱하고 난해하지 않다. 일상적이라 공감이 가고 재미있다.

10. 시를 쓸 생각은 없나?
최희서: 시는 틈틈이 쓰고 있다. 하지만 공개하기엔 쑥스럽다. 책 내자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하나에 몰두하고 그것만 해야하는 성격이다. 연기를 하면서 책을 낼 순 없을 것 같다. 책을 낼 생각으로 연기를 쉰다면 모르겠다. 둘을 병행 하기는 힘들다.

10. 고리타분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tvN ‘인생술집’에 출연했다고 했다. 술 좋아한다는 건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흥도 남다르다고?
최희서: 진지한 사람이긴 한데 풀어지기 시작하면 종잡을 수 없다.(웃음) 술마시는 거 좋아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클럽처럼 사람 많은 곳은 별로다. 사람이 많으면 부딪히지 않나. 춤을 추면 안 되는데서 춤을 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술집에 가서 친한 주인과 함께 춤을 춘다거나 그런다.

10. 배우로서 뚜렷한 목표가 있나?
최희서: 출연했던 작품들이나 맡았던 배역 때문에 자칫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나는 사회·정치적인 것 보다 환경 쪽에 관심이 있다. 그보다 연기, 예술 쪽에 관심이 크다. 배우로서 연기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