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라온마’ 곽정욱이 말하는 #정경호 #시즌2 #슬럼프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곽정욱,인터뷰

OCN 토일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연쇄살인범 ‘김현석’ 역을 연기한 곽정욱./이승현 기자 lsh87@

 “안녕하세요. 한태주 반장님. 오랜만이네요. 제 목소리 벌써 잊은 거 아니죠?” 지난 5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연쇄살인범 김현석이 1988년에 남기로 한 한태주(정경호)에게 남긴 말이다.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났지만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든 결정적인 장면이다. 극 중 ‘김현석’을 맡아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인 배우 곽정욱을 지난 8일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곽정욱은 2002년 SBS ‘야인시대’에서 주인공 김두한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데뷔했다. 15년 가까이 연기를 해 온 베테랑이다.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슬럼프도 있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라이프 온 마스’를 통해 4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곽정욱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다시 해봐야 겠다는 가능성은 봤다”고 말했다.

10. ‘라이프 온 마스’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곽정욱: 2014년 SBS ‘신의 선물 14일’과 단막극 ‘칠흙’을 마치고 2015년에 군에 입대했다. 지난해 2월에 전역해서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며 쉬고 있었다. 지난 6월 12일 생일에 ‘라이프 온 마스’ 오디션이 있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게 됐다. 놀 준비를 하고 있다가 급하게 부산으로 내려갔다. 감독님 만나 뵙고 서울에 돌아 오니 생일은 끝나 있었다. 바로 다음날 다시 부산으로 가서 첫 촬영을 했다. 가자마자 기찻길에서 한태주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을 찍었다.

10. 오디션에서 뭘 보여줬길래 바로 뽑혔나?
곽정욱: ‘살인자 캐릭터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다’라는 정보만 있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갈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누구나 다 그럴 것 같았다. 밝게 입고 가서 시종 웃었다. 내 생각엔 그게 통한 것 같다. 그날 오디션 보러 온 배우들 모두가 살인자처럼 입고 왔다.(웃음)

10. 갑작스럽게 투입돼서 부담감이 컸겠다.
곽정욱: 제가 할 만한 배역인가 싶었다. 7회부터 등장해서 작품이 끝나기 직전까지 극을 끌고 가야 했다. 워낙 큰 역할이었기 때문에 걱정됐다. 초반부터 사랑받고 있던 작품이라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부담도 있었다.

10.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잘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곽정욱: 처음 촬영장에 간 날 정경호, 박성웅 형님이 “네가 정욱이구나. 도와줘서 고맙다” 라며 먼저 말을 걸어 주셨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정욱이구나” “네가 현석이구나” 라며 친근하게 맞이해 주셨다. 매일 밤을 새고 폭염에 지쳤는데도 배우, 스태프들 모두에게 끈끈한 단합력이 느껴졌다. 그것이 연기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다.

10. 극 중 ‘김현석’의 역할도 컸다. 자신이 흥행에 미친 영향은?
곽정욱: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자극하는 역할이었다. 역할 자체가 극 전개에서 중심이었기 때문에 내가 잘 했다기 보다 ‘김현석’이라는 캐릭터가 훌륭했다. 나는 얹혀갔을 뿐이다.

10. 얹혀간 것 치고는 연기가 좋았다. ‘김현석’은 순진한 모습 이면에 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곽정욱: 악한 모습은 할 만했다. 연출로도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 살인자인데 밝은 모습을 어떻게 정당화시키고 합리화해야 할 지 고민했다. 터무니 없이 밝으면 싸이코패스처럼 보일 것 같았다. 내 생각엔 김현석은 싸이코패스가 아니다. 원래부터 악인이 아니라 착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세상에 대한 복수를 할 뿐이었다. 억지로 밝고 순수한 척, 연기를 하지 않고 실제 내 안에 있는 ‘착함’과 ‘악함’ 중에 착한 부분을 꺼내기 위해 생각을 많이 했다.

10. 명장면을 꼽는다면?
곽정욱: 내가 나온 장면을 말해도 되나?(웃음) 마지막에 다리 위에서 한태주한테 총을 맞고 죽는 장면이다. 명장면이라기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저녁 먹고 리허설하고 해뜰 때까지 10시간 가까이 찍었다. 원래 대본에는 짧게 나와 있었는데 리허설을 거치면서 바뀐 부분이 있었다. 김현석은 천식 환자다. 호흡기를 잃어버려서 죽기 직전을 연기해야 했는데 ‘죽겠다’까지는 못 가겠더라. 본능적으로 몸이 가로막았다. 천식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지만 막상 닥치니 쉽지 않았다. 한태주를 칼로 찌를 때 더 큰 배신감을 주고 싶었는데 그 연기도 아쉬웠다. 곧바로 한태주와 강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까지 4~5일 밤을 샜다. 와이어 액션도 꽤 힘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에너지를 다 쏟고 싶었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답답했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 형사 ‘한태주’와 연쇄살인범 ‘김현석’으로 대립한 정경호와 곽정욱./ 사진제공=OCN

10. 정경호 바라기가 됐다고?
곽정욱: 정경호 형님은 군대로 비유하면 ‘선한 말년 병장’ 같은 사람이다. PX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이고 아이돌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 틀어주는 그런 분 있지 않나.(웃음) 멋있고 인간적이고 좋은 점이 많은 형님이다. ‘나도 저렇게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10. 배우로서 정경호는 어떤 사람인가?
곽정욱: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을 새는 동안 잠시도 잠을 자지 않고 대본을 본다. 그러다 “한 시간 동안 링거 맞고 올게” 라고 하더니 맞고 와서는 바로 촬영했다. ‘저렇게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나’ 라는 생각과 함께 ‘멋있다. 멋진 배우다’ 라고 생각했다. 엄청 커 보였다. 눈 마주치면서 대립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스크린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정경호 형님을 보고 있으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10. 박성웅은 어땠나?
곽정욱: ‘무서웠다’고 말하면 오해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이전까지 텔레비전에서 보던 ‘강동철 계장’ 그대로였다. 배우 박성웅이 아니라 캐릭터로 보였다. 현장에서 포스부터가 남다르다. 나도 실력이 더 쌓이면 형님처럼 될 수 있을까 싶다. 교과서 같은 배우다.

10. 고아성과는 친분이 있다고?
곽정욱: 아성이와는 아역 때 작품을 함께 했다. 어릴 때는 부모님들끼리도 친해서 공연이나 콘서트도 함께 보러 다녔다. 12년여 만에 만났는데 진짜 여배우가 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박성웅 형님이 ‘대선배님’이라며 90도로 인사를 한다.(웃음) 멋있었다. 부럽기도 했고 자극도 됐다.

10. ‘라이프 온 마스’를 찍으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곽정욱: 내 분량을 다 찍은 날 스태프들은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데 먼저 가기가 미안한 상황이었다. 우물쭈물 하고 있었는데 정경호 형님이 와서 “정욱아 고생했다. 소주 한 잔 사줄게”라고 말해줬다. 작품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던 배우가 마치 날 인정해주는 느낌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니 힘든 게 아니었던 것 같다. 한 달 동안 힐링했다.

10. 마지막회 에필로그에서 “제 목소리, 벌써 잊은 건 아니죠?” 라는 전화 음성으로 시즌2를 예고했다. 
곽정욱: 종방연 하는 날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시즌2’를 염두에 둔 장면이냐고 직접 물어봤다.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하는 거냐 마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두 분 입에서도 확실한 대답은 안 나왔다. 시청자들이 보신 대로 열린 결말이다.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비중있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출연해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다.

10. 2002년 SBS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의 어린 시절 맡아 데뷔했다. 그 작품으로 아역상까지 수상했다. 이후 계속해서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곽정욱: 어느 순간 배우로서 한계에 부딪혔다. 역할의 표현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 그 스펙트럼을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됐다. ‘라이프 온 마스’ 전까지 줄곧 학생 역할을 연기했다. ‘살인자’를 연기해야 했을 때 머리로 분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 고민은 군대에 가기 전부터 했다. ‘야인시대’ 이후 2014년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연기를 계속 해야 할 지, 왜 해야 하는 지 생각해봤다. 나를 다시 돌아봤다. 그러다 군대에 갔고 ‘어릴 때부터 해 왔던 역할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연기를 하지 않겠다’였다.

10. 왜 서른 살인가?
곽정욱: 막연하게 서른살이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 전까지 여러가지 경험을 쌓고 싶었다. 멜로 연기를 위해 연애도 해보고 싶었고, 회사원 역할을 위해 여러 시스템을 공부하고 싶었다. 군대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로서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얻었다. 어느덧 스물아홉살이 됐다.

10. 서른살이 되기 전에 ‘라이프 온 마스’에 출연했는데.
곽정욱: 서른즈음에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배우로서의 자질에 대해 고민만 하다보니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되더라. 그러다 좋은 기회가 온거다. ‘라이프 온 마스’를 통해 모든 걸 다 해보려고 했다.

10. 4년여 공백이 있었는데도 연기력에 대해서는 칭찬이 많았다. 만족하나?
곽정욱: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하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아쉬움이 많다. 한 번 더 해봐야겠다는 가능성은 봤다. ‘라이프 온 마스’는 생일날 받은 좋은 선물이다.

곽정욱,인터뷰

배우 곽정욱.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나?
곽정욱: 아직까지는 큰 역할을 책임질 무게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바로 이어진 ‘사춘기 메들리’ 라는 작품에서는 작은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 그 어느때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한 달 만에 체중을 20kg 늘렸다. 결과적으로는 재미있었다. 비중의 크고 작음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좋다.

10. 꼭 해보고 싶은 연기는?
곽정욱: 로맨스 장르를 해보고 싶다. 연기자는 현실에서 못하는 걸 할 수 있지 않나. 작품에서라도 달달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

10. 로맨스는 누구랑 찍고 싶나?
곽정욱: 2005년 방송된 KBS 드라마 ‘부활’을 할 때 한지민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부터 팬이 됐다. 최근에 JTBC ‘아는 와이프’에서도 너무 멋지게 나오시더라. 로맨스까지는 욕심이지만 한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 조금 더 사심을 보태자면 아이돌 멤버들 중 한 분과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레드벨벳, 트와이스를 좋아했다. 요즘은 모모랜드의 낸시가 좋다. ‘라이프 온 마스’ 종방연 때 레인보우 출신 재경 씨랑 인사를 나눴는데 다른 세계의 연예인으로 보였다. 아이돌 멤버들이 연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웃음)

10. 남자 배우 중에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사람은?
곽정욱: 어릴 때부터 류승범 형님을 좋아했다. ‘학교 2013’을 찍을 때도 형님의 캐릭터를 참고했다. 지금껏 스친 적도 없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다. 꼭 한 번 작품에서 호흡하고 싶다. 형님과 호흡 할 수 있도록 실력을 더 쌓겠다.

10. 요즘은 배우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한다. 해보고 싶은 예능이 있나?
곽정욱: 친구들끼리 웹예능을 제작해서 직접 출연한 적이 있다. 네이버TV에서 지원금도 받았다. 여행 예능이었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내 모습들이 담겨 있어서 신기했다. 정식으로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짠내투어’나 ‘배틀트립’ ‘1박2일’ 같은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에 출연해 보고 싶다. 워낙 여행을 좋아한다.

10. 오랜 시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걸로 보인다. 일종의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나?
곽정욱: ‘라이프 온 마스’를 하기 전까지 계속 슬럼프라는 생각을 했다.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슬럼프는 스스로 만든 정신병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껏 해보면 되는데 하지 않고 겁부터 먹었다. 앞으로는 먼저 도전해서 극복해 나갈 것이다.

10. 배우로서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곽정욱: 추상적이긴 하지만 캐릭터로 인정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이 믿고 볼 수 있게 신뢰를 쌓고 싶다.

10. 서른살이 될 때까지 일단 쉴 건가?
곽정욱: 예전에는 작품을  마치고 나서 ‘준비가 되면 다음 작품을 하겠다’라고 했다. 회사에서도 이해를 해줬다. 하지만 주변에서 ‘언제 준비가 되는데?’ 라고 했다. 군대를 다녀와서, 갑작스러웠지만 ‘라이프 온 마스’를 하고 나서 용기가 생겼다.  일을 많이 하고 싶다. 장르물도 한 번 더 도전 하고 싶고 로맨스도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김현석’ 보다 더 센 역할도 하고 싶다. 앞으로 쉬는 시간은  많이 줄일 생각이다.(웃음)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