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공작’ 윤종빈 감독 “모든 캐릭터가 빛나는 영화는 드물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공작’ 촬영현장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은 첩보 영화의 익숙한 코드를 배제하고, 최대한 사건과 인물의 민낯에 집중한다. 액션을 대신하는 치열한 심리전에는 긴장감 넘치는 대사들이 쉴 새 없이 파고든다. 윤종빈 감독의 장기인 위트 넘치는 대사나 설정은 ‘공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활력을 부여한다. 미처 몰랐던 역사에 남다른 호흡을 얹고 돌아온 그를 지난 7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공작’은 사건과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에 크게 의지하는 작품이다. 배우로서의 경험도 있는 감독으로서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나?

윤종빈 : 연기를 직접 해보면 안다. 감독이 관념적으로 주문하면 너무 어렵다.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 줘야 한다. 나는 디렉션을 특별히 안 한다. 현장에서 주로 하는 말은 대사를 빨리, 늦게 혹은 톤을 높게, 낮게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긴장감 있게 해달라는 정도만 부탁했다. 선수들이라서 서로의 생각을 다 아는데 현장에서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10. ‘공작’의 무게 중심에는 이성민이 있었다. 어떤 배우든 이성민과 붙는 장면에서는 시너지를 발휘했다. 카메라가 이성민의 옆얼굴을 훑는 장면에서는 진짜 리명운을 만난 것처럼 캐릭터의 온전한 숨결이 느껴졌다.

윤종빈 :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누가 돋보였다 함은 배우의 연기력보다 영화의 완성도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공작’에서는 리명운이라는 캐릭터가 츤데레 매력도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좀 더 각인되게 하는 포인트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성민 선배가 잘 살렸다.

10. 반면에 조진웅이 연기한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역이 캐릭터로선 조금 아쉬웠는데.

윤종빈 : 사실 그 역할은 조진웅이 했기 때문에 그만큼 보이는 인물이다. 흑금성(황정민)이 베이징에 가서 리명운(이성민)을 만나는 것이 메인스토리이기 때문에 진웅 선배 라인 쪽으로는 시선이 가기 힘들다.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각인을 시키고, 거기에 흔적을 남겼다. 배우의 존재감이 필요했던 캐릭터다. 사실 모든 캐릭터가 빛나는 영화는 드물다. 영화를 위해서 기둥을 세워주는 캐릭터도 있고, 보이는 캐릭터도 있고, 흔들어주는 캐릭터도 있고…. 감독 입장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은 진웅 선배다.

10. 주지훈과는 첫 만남이다. 북한의 금수저 출신으로 비치는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역으로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윤종빈 : 처음에는 나이가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여자 피디님께서 “아후, 지겨워요” 했다. 너무 아재아재 바라아재인가? 고민을 했다. (웃음) 에너지가 있는 젊은 배우가 필요했다. 독립적으로 존재했을 때는 가치 있는 배우들이 있지만, 이 배우들과 연기할 때 어울리고 이 기운에 눌리지 않는 배우로는 주지훈 밖에 없었다. 역할이 크지도 않은데 흔쾌히 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10. 북한 대외경제위 부장 김명수 역의 김홍파는 짧지만 짙은 여운을 남겼다. 강한 카리스마를 뿜던 배우에게서 귀엽고 여린 매력을 발견했는데.

윤종빈 :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때 오디션으로 뽑았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중학교 선배였다. 실제로도 너무 귀엽고 순수한 배우시다.

영화 ‘공작’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19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리얼하게 구현했다. 특히 북한 김정일의 별장은 스크린을 넘어서 관객을 압도하며 다가왔다. 처음부터 그런 공간을 그렸는지?

윤종빈 : 미술감독에게 당신이 지을 수 있는 한, 한국에서 가능한 한 제일 크게 지으라고 했다. (웃음) 그렇게 말한 이유는 우리가 공산주의 소련의 건축양식을 보면 압도당하는 것이 있다. 체제 선전용이라서… 그런 느낌을 한번 내보고 싶었다.

10. 기주봉이 연기한 김정일은 ‘역대급 김정일’이었다. 특별한 연기에 특수분장까지 더해져서 관객의 몰입도가 굉장했다.

윤종빈 : 그 역할을 탐내는 배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배우가 김정일을 묘사한다고 느끼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평양까지 보여주면서 어렵게 끌고 왔는데 여기서 어떤 배우의 존재가 각인돼 버리면 리얼리티가 깨질 거라고 봤다. 배우가 아니라 김정일로 믿기를 바랬다.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 선배님들 중에서 키가 김정일이랑 얼추 비슷한 세 분을 추렸다.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이랑 논의를 해서 기주봉 선배님을 택했다.

10. 전작들을 포함해서 시대의 특징적인 포인트를 잘 잡는다. 영화에서 한 번 다뤄보고 싶은 특정한 시기 혹은 시대가 있는지?

윤종빈 : 스펙터클한 시대였던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다. 그런데 세트가 없어서 찍기가 힘들다. 외국은 옛날 공간이 다 살아있으면서 변해간다. 그래서 조금만 드레싱하면 찍을 수 있다. 우리는 옛날 것들이 너무 안 남아있어서 아쉽다.

10.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마주하는 ‘공작’의 엔딩은 뭉클하다. 감독으로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윤종빈 : 마지막 컷을 어떻게 끝낼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 궁극에는 흑금성과 리명운이 다시 만나지만 온전히 만난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둘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그렇게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손편지로 이효리의 특별출연을 성사시켰다. 특유의 유머가 가미된 손편지가 그려진다.

윤종빈 : MSG 1도 없이 굉장히 진정성 있게 썼다. 이런 영화인데 꼭 나오셔야 되고, 300명의 스탭이 효리씨의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간절하다. 요약하면 ‘살려달라’가 핵심이다. 갓효리님, 세이브 어스. (웃음) 촬영이 끝나고 효리씨가 따로 금일봉을 챙겨줬다고 한다. 영화 현장의 스탭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며 회식에 보태라고…. 그렇게 마음이 넓으니까 톱이 된 거다.

10. 하정우가 등장하지 않는 첫 장편 영화다. 혹여 현장에서 허전하지는 않았나?

윤종빈 : 성민 선배, 진웅 선배, 정민 선배는 다들 친한 배우이고 지훈이는 처음이었지만 워낙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친구여서 그렇지는 않았다.

10.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윤종빈 : 아이템은 몇 개 있으나 결정한 것은 없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에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는데 원래 잘하던 것을 다시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비스티 보이즈’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처럼 거칠고 찌질한 남자들 나오는 이야기. (웃음)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 한 번 해볼까 싶은 생각도 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10. 차기작에는 하정우가 다시 나오나?

윤종빈 : 정우 형이랑 이야기하고 있다. 둘 중에 뭘 하더라도 나올 것이다.

10. 개그맨도 갖기 힘든 유행어를 히트대사로 갖고 있는데.

윤종빈 : “살아있네~” 그런데 저작권이 없다. 지금 롯데 자이언츠에서 응원곡으로 쓰는데, 나한테 시즌 티켓이나 VIP 평생이용권이라도 챙겨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부산 출신이라 30년째 팬인데…. (웃음)

10. ‘용서받지 못한 자’ ‘춘몽’에서는 배우로서도 꽤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혹시 감독이 아닌 배우로 다시 제의가 온다면?

윤종빈 : 환갑이 되기 전까지, 앞으로 20년 간 할 생각이 없다. 너무 힘들었다. 감독의 디렉션을 받는 배우로서 현장에 있는 그 자체가 힘들었다. 본래 직업인 감독에 충실하겠다.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