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인간이니’ 종영] “울면 안아주는 게 원칙”…마지막까지 빛난 ‘로봇’ 서강준의 인간애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KBS2 ‘너도 인간이니’ 방송화면 캡처

“울면 안아주는 게 원칙이야.”

로봇 남신 쓰리(Ⅲ)는 인간 남신을 대신해 최후를 맞았다. 1년 후, 강소봉은 여전히 남신 쓰리를 그리워했다. 그런 그의 앞에 남신 쓰리가 다시 나타났다. 남신 쓰리는 눈물을 흘리는 소봉에게 이렇게 말하며 껴안았다. 두 사람은 입맞춤으로 마음을 확인했고, 로봇인 남신 쓰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극본 조정주, 연출 차영훈)의 마지막 장면이다.

지난달 4일 처음 방송된 이 드라마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재벌가 권력 경쟁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신(서강준)과 남신 쓰리(서강준)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물었다. 시청률 두 자릿수 돌파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최고 시청률 9.9%(8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으며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100% 사전 제작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명확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을 통해서다.

사진=KBS2 ‘너도 인간이니’ 방송화면 캡처

◆ 탄탄한 이야기, 하지만 아쉬운 편성

마지막 회는 오로라(김성령)의 죽음으로 시작했다. 오로라는 남신 쓰리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과학자인 오로라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채우기 위해 아들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들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에 가까운 로봇, 남신 쓰리가 완성됐다. ‘누군가 울면 안아준다’는 원칙을 설정한 것도 그였다.

남신 쓰리는 숨을 쉬지 않는 오로라를 안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뒤늦게 나타난 데이빗(최덕문)과 강소봉이 상황을 수습했다. 급기야 남신 쓰리는 서종길(유오성)의 계략으로 오로라를 죽였다는 누명까지 써야 했다. 서종길은 오로라에 이어 남신 쓰리, 남신을 차례로 제거할 작정이었다. 음흉한 미소로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검은 속내를 딸인 서예나(박환희)가 알아챘다.

서예나는 서종길의 방에 자신의 휴대폰을 몰래 숨겨놨고, 녹음 했다. 그는 경찰에게 오로라를 죽인 진범이 서종길이라는 증거를 내놨다.

이후 서종길은 남신을 죽이려고 총을 겨눴고, 이를 남신 쓰리가 막았다. 남신 쓰리는 남신에게 “엄마의 마지막 말을 전하려고 왔다. ‘널 또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남신은 “엄마가 죽은 건 네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니까 자책하지 말라”고 답했다. 처음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남신 쓰리는 남신을 대신해 서종길이 쏜 총에 맞아 눈을 감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개였다. 절대악 서종길과 남신 쓰리의 팽팽한 대결이 흥미로웠다.

‘너도 인간이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다. 100% 사전 제작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당초 전달하고 담아내려고 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녹여냈다. 극 초반 이국적인 풍경과 컴퓨터 그래픽(CG)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시청자들도 흥미로운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 변화 등을 매끄럽게 담아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시청률 반등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무엇보다 편성이 아쉬웠다. ‘너도 인간이니’는 지난 1월 초 방송 예정이었으나 미뤄져 6월에 베일을 벗었다. 겨울에 방영됐다면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두꺼운 외투에 눈이 내리는 장면은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크게 와닿지 않았다. 더욱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총 4차례 결방되거나 편성이 변경됐다. 극의 흐름이 끊겼고, 시청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KBS2 ‘너도 인간이니’ 방송화면 캡처

◆ 1인2역 서강준, 우려를 가능성으로 바꾸다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연기를 시작한 서강준은 ‘너도 인간이니’를 통해 성장을 보여줬다. 1인 2역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매끄럽게 해냈고, 로봇 연기도 어설프지 않았다. 반항아 기질을 갖고 있는 남신과 순수한 어린 아이 같은 남신 쓰리를 오가며 말투는 물론 눈빛마저 다르게 표현했다.

마지막 회에서 서강준의 연기는 더욱 빛났다. 남신을 대신해 총을 맞는 남신 쓰리의 공허한 눈빛과 그런 그를 지켜보는 남신의 답답한 얼굴이 교차되는 장면에서도, 마치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것처럼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서강준은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1인 2역과 로봇 연기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을 털어놨다. 그의 고민은 연기에 고스란히 녹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청자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다음 작품을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로 거듭났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