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모든 삶은 아름답다…‘라이프 필스 굿’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라이프 필스 굿’ 포스터/사진제공=오렌지옐로우하임

뇌성마비는 ‘뇌의 이상으로 근육의 조절이 잘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증상은 눈에 잘 띄기 마련이라 일단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주변을 온통 긴장시킨다. 뇌성마비가 심각한 장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증상을 이런 식의 일반적인 정의로 설명하기는 충분치 않다. 다른 증상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당연히 중증과 경증이 있는데 우리에겐 흔히 모든 뇌성마비 장애인은 모두 같을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라이프 필스 굿'(Chce sie zyc, 감독 마시에이 피에프르지카)에 나오는 마테우스는 중증의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그 또한 자기 고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제 그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뇌성마비로 태어난 마테우스(다비드 오르고드닉)는 1987년 뇌성마비에 정신지체까지 있다는 판정을 받는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몸만 꿈틀거리는 반응을 보고 내린 판정이다. 그 때 검사를 담당한 여의사가 한 말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이 아이는 식물인간이에요.” 그 뒤로 마테우스의 부모는 용하다는 의사는 물론 심령치료사까지 찾아가 봤으나 돈만 뜯겼을 뿐 결국 마테우스의 인생은 오로지 부모 몫으로 돌아오고 만다.

어머니(도로타 코락)는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자신을 바치고, 아버지(아르카디우스 야쿠빅)는 기술자답게 아들을 위한 온갖 장치를 개발한다. 주변 모든 사람들, 심지어 친누나까지도 마테우스를 정신병원에 보내라고 하지만 부모는 절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희망은 아버지가 종종 보여주었던 밤하늘의 별들로 대변된다. 실제로 성인이 된 마테우스의 방엔 천체망원경이 놓여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마테우스의 지능은 정상이었고 인지능력은 오히려 남들보다 뛰어났다. 온종일 창가에서 세상을 내다보며 많은 생각을 한 덕분이다. 동네에 오가는 이웃들의 일과와 성격, 어린이들의 놀이, 옆집 경찰관 아저씨, 장사치들, 그 중에서 특히 건너편 집 모녀와 폭력적인 계부의 하루는 완전히 꿰고 있을 정도다. 가끔씩 아버지가 유모차를 개조해 만든 휠체어를 타고 집밖에 나가면 건너편 집 딸 잉카가 말을 걸어온다. 마테우스에게 그녀는 마치 그가 존재하지 않는 듯 스쳐 지나가는 이웃사람들 가운데서 꽃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세상을 일찍 떠난 아버지처럼 그녀도 불현듯 동네를 떠나고 말았다. 마테우스는 그렇게 두 번씩이나 이별의 슬픔을 경험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슬픔이다.

영화 ‘라이프 필스 굿’ 스틸/사진제공=오렌지옐로우하임

영화의 짜임새가 대단했다. 마테우스의 내면에서 들리는 간단한 말소리들은 내레이션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어린 시절부터 정신병원에 정착하기까지 어색한 굴곡이 한 곳도 생겨나지 않았다. 내면의 소리가 영화의 훌륭한 방향타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중간 중간 붙여놓은 소제목들로 구획 정리가 깔끔하게 돼 있어서 단편영화 여럿을 묶어놓은 느낌이었다. 증거, 천재, 웃음, 말, 인간 등 마테우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건 위주로 구획을 나눈 것이다. ‘라이프 필스 굿’은 폴란드 영화제, 몬트리올 영화제, 시카고 국제영화제, 시애틀 국제영화제 외에도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전적으로 감독에 각본까지 맡은 마시에이 피에프르지카의 연출력이 출중한 까닭이다.

주연을 맡은 다비드 오르고드닉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뇌성마비 장애인이 된 듯 피나는 연습을 했겠지만, 아무리 그 점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정말 감탄스러웠다. 바닥에서 소파에 올랐다가 창문턱에 걸터앉는 장면과 정신 상태를 판단하는 삼사위원들을 앞에 두고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몸을 뒤집고 갖은 애를 써서 일어난 후 탁자에 상체를 얹는 대목은 감동적이었다. 다비드 오르고드닉에 대해 찾아보았더니 명작 ‘이다2013’에 나왔던 낙천적인 기타리스트였다. 이만저만한 변신이 아니다. 같은 이유에서 어린 마테우스 역을 연기한 카밀 드카츠 역시 대단했다.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중증 뇌성마비 마테우스는 식물인간으로 판정받아 20년 세월을 허비했다. 언어치료사인 졸라(안나 네레베카) 선생이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여전히 구석에 처박혀 창밖이나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마테우스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은 ‘눈 깜빡임’이지만 얼마나 훌륭한 소통 도구인지 모른다. 스티븐 호킹의 인생을 다룬 ‘사랑에 관한 모든 것'(2014)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영화 엔딩에 실제 마테우스가 등장하고 이 옆에 다비드 오르고드닉이 친구로 같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의 강렬한 메시지가 피부로 다가왔다. 영화의 시대 배경은 폴란드가 공산주의 국가의 틀을 벗으면서 큰 변화를 겪었던 1980~90년대이다. 마테우스가 ‘식물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은 1987년은 자유를 되찾기 2년 전이었다. 마테우스에게 내려진 잔인한 판정이 함축하는 의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박태식(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