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공작’, 미처 몰랐던 역사에 남다른 호흡을 얹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공작’ 포스터

1990년대, 육군 정보사 소령 박석영(황정민)은 안기부에 스카우트되어 신분을 세탁한 후 대북 공작원으로 은밀하게 활동한다. 그의 암호명은 ‘흑금성’이다. 그는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자본주의에 찌든 대북사업가로 위장하여 베이징 주재 북한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다.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과 신의가 두터워지고, 평양으로 가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까지 만나게 된다. 그러나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수뇌부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공작원으로서 자신의 역할, 나아가 정체성에 커다란 혼란을 느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은 첩보 영화의 익숙한 코드를 배제하고, 최대한 사건과 인물의 민낯에 집중한다. 액션을 대신하는 치열한 심리전에는 긴장감 넘치는 대사들이 쉴 새 없이 파고든다. 윤종빈 감독의 장기인 위트 넘치는 대사나 설정은 ‘공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활력을 부여한다. 또한 19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리얼하게 구현했다. 특히 북한 김정일의 별장은 스크린을 넘어서 관객을 압도하며 다가왔다.

영화 ‘공작’ 스틸컷

배우들의 비범한 연기가 수를 놓는 작품이다. 무대에서 내려올 수 없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스크린을 채운 황정민의 연기는 한 치의 모자람도 없었다. 북한판 금수저 출신으로 비치는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역의 주지훈의 통통 튀는 연기는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또한 북한 대외경제위 부장 김명수 역의 김홍파는 짧지만 짙은 여운을 남겼다. 그 누구보다 ‘공작’의 무게 중심에는 이성민이 있었다. 어떠한 배우든 이성민과 붙는 장면에서는 시너지를 발휘했다. 카메라가 이성민의 옆얼굴을 훑는 장면에서는 진짜 리명운을 만난 느낌이었다. 캐릭터의 온전한 숨결이 느껴졌다.

‘공작’에서 박석영은 비즈니스라는 단어에는 사업이란 뜻 말고도 모험이라는 뜻이 있다며 리명운에게 함께 모험을 하자고 말한다. 박석영을 믿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리명운은 그 모험에 동참한다. 짝퉁이 오가는 사이에도 진심이 담긴 선물이, 진짜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진다.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마주할 ‘공작’의 엔딩은 더욱 뭉클하지 싶다. 윤종빈 감독은 미처 몰랐던 역사에 남다른 호흡을 얹고 돌아왔다.

8월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