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시간 5분, 말로 하는 ‘책 배틀'”…MBC ‘비블리오 배틀’, 독서 붐 일으킬까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비블리오 배틀’의 김인수 책임 프로듀서(왼쪽부터), 김미나 PD, 오상광 CP/사진제공=MBC

MBC가 출판계에 강력한 바람을 일으켰던 ‘느낌표!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이하 ‘책책책’)을 이을 또 하나의 책 프로그램을 파일럿으로 선보인다. 오는 6일 방송될 서평 배틀 프로그램 ‘비블리오 배틀’이다.‘책책책’의 진행을 맡았던 김용만과 독서 애호가로 유명한 이동진 영화 평론가를 내세웠다.

3일 오전 MBC 상암 경영센터에서 ‘비블리오 배틀’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기획을 맡은 오상광 CP와 김인수 책임 프로듀서, 김미나 PD가 참석했다.

‘비블리오 배틀’에는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해 코미디언 임하룡, 배우 최민용, 모델 송해나, 10세 동화작가 전이수가 ‘리더(Reader)’로 나선다. 제한시간 5분 안에 자신이 사랑하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해 100인 판정단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비블리오 배틀’의 ‘비블리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책을 비블리온(Biblion)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서평 배틀’이다. 일본에는 10년 이상 이어지며 ‘비블리오배틀보급위원회’까지 있을 정도로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문화다. 유튜브에는 일본 외의 지역에서도 ‘비블리오배틀’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MBC ‘비블리오 배틀’의 오상광 CP/사진제공=MBC

오상광 CP는 “일본에 갔는데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많더라. 그곳도 출판 시장이 줄어들고 디지털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밤 9시 어두운 퇴근 길에도 책을 펼쳐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 CP는 “그러던 중 ‘비블리오 배틀’이라는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한번 가봤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정말로 ‘배틀’을 하고 있었다. 서평은 보통 신문에 실리는데, 사람들이 말로 설명하니까 쉽게 읽고 싶어졌다. 이걸 보고 ‘내가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말로 책을 설명하면 책을 더 읽고 싶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올해가 책의 해라고 해서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를 했더니 좋은 대답을 얻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한 달에 읽는 책의 평균 권수가 매우 적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사회에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조금 나은 방향으로 가는 데 있어서 시민 개개인이 책을 읽는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책 프로그램은 종종 소수의 베스트셀러가 출판 시장을 독식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미나 PD는 “한 회에 노출되는 책이 많아야 5~6권이다. 쏠림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책 문화 확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이 직접 고른 책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MBC ‘비블리오 배틀’의 김인수 책임 프로듀서/사진제공=MBC

출판사나 외부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인수 책임 프로듀서는 “‘자신이 정말 읽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나의 느낌을 가지고 소개하는 데서 재미를 얻는 것이지, 출판사나 제작진의 다른 의도가 개입된다면 아마 시청자도 그걸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사회에선 ‘비블리오 배틀’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짧게 공개됐다.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다섯 명 출연진들의 ‘느낌’보다는 5분 동안 쏟아내는 ‘설명’이 위주가 되는 분위기였다. 청자와 연설자가 구분되는 강연식 스튜디오의 문제로 보이기도 했다. 현장성이 강조됐던 과거 ‘책책책’에 비해서는 아쉬운 선택이다. ‘책책책’이나 여타 책 프로그램 이상의 매력 포인트는 없는 걸까.

오 CP는 “책 관련 프로그램이 사실 많다. 하지만 대부분 제작진과 책 관련자들이 고른 책들이다. 그런 식으로 ‘책책책’ 등 어떤 방송에서 소개된 책이라는 식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는 것”이라며 “‘비블리오 배틀’은 제작진이 아니라 직접 책을 읽은 개인이 주체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 프로그램에는 ‘즉흥성’이 있다”며  “다섯 사람의 출연자들이 ‘대본도 없이 내용을 잘 집약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제작했다.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거기에 맞춰 대본도 쓰고 재미 요소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그 마음 그대로를 전달해야 한다”며 “이 부분이 정규 편성에 있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이자 프로그램의 매력포인트”라고 설명했다.

MBC ‘비블리오 배틀’의 김미나 PD/사진제공=MBC

제작진들은  ‘책 읽는 문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배틀’이라는 게임 형식을 통해 사람들이 책을 가깝게 여기도록 하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10대 출연자 전이수와 60대 출연자 임하룡 등 다양한 연령대를 포진시킨 게 주목됐다. 하지만 문학을 비롯해 일부 출판 시장의 주요 독자층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비가 불균형해 보였다. 이에 대해 김미나 PD는 “성별이나 나이에 관해서 고민했는데, 섭외 이틀 만에 대답을 준 사람들을 기준으로 뽑아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출연자들이 자신이 말하는 책에 관하여 사람들이 공감할까 많이 걱정하더라. 책을 아주 전문적으로 읽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볍게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해줬다”며 “섭외와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정말로 많은 책을 알게 됐다. 책을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나누고 싶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기자 시사회를 진행한 MBC 김정현 신입 아나운서는 “나도 프로그램에 100인 판정단으로 참석한다”고 귀띔했다. ‘비블리오 배틀’은 오는 6일 11시 10분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