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김비서’ 박민영, “일과 결혼하진 않을 거예요”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김미소 역을 맡아 인기를 끈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결혼이요? 정말 좋은 사람과 시기가 올 때 하는 것이 맞겠죠. 일하는 여성 중에서는 제 말에 공감할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진 일이 너무 좋아요. 결혼을 떠나 저도 제 인생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웃음) 하지만 일과 결혼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하.”

배우 박민영이 이렇게 말하자 ‘정말 김미소 같다’라는 말이 쏟아졌다. 지난 1일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 종영을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다. 박민영이 ‘김비서’에서 맡았던 김미소는 그룹의 부회장 이영준(박민영)을 9년째 보좌하다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인생을 살겠다’며 퇴사를 선언한다. 박민영은 “김미소는 유달리 잘 해내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이상하게 김미소에게 끌렸어요. 진심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강하게 들었고요.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저는 제가 열심히 한 만큼 알아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올해 상반기 내내 ‘김비서’를 준비하는 데 매달리며 속으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보여드릴게요’라고 생각했죠.”

박민영은 자신보다 멋진 김미소를 연기하면서 한 번도 의문을 가진 적이 없다고 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김미소의 대사 한 구절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가장도 비서도 아닌, 김미소의 인생을 살고 싶다.” 박민영은 “퇴사를 결정한 김미소처럼, 저도 20대 때 ‘이 일이 맞나’라는 고민에 슬럼프가 찾아 왔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는 여자 주인공에 이입하면서도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김미소의 선택에는 수긍이 갔어요. ‘와, 말 잘한다’라고 감탄했던 적도 있었고요. 또 김미소에겐 행동할 때 거침이 없으면서도 예의를 잘 지키면서 사람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외유내강의 멋있는 캐릭터라 촬영하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박민영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한 편의 예쁜 동화에 비유했다.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민영은 원작 웹툰의 팬들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웹툰과 최대한 비슷하게 김미소를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박민영은 “웹툰 속 김미소가 입고 나오는 오피스룩과 똑같은 느낌의 스커트를 열 가지 색상이 넘게 제작했고, 신발도 모두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당히 불편한 옷이라 유행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나 우리 동네에서 ‘김미소 룩’을 입은 사람들을 몇 명 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미소 룩’을 위해 넉 달 동안 식단과 운동도 병행했다.

“연기할 때는 김미소가 가진 조용한 카리스마에 집중했어요. 모든 캐릭터들의 개성이 또렷했기 때문에 제가 돋보이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절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치 채도가 다양한 색들 사이에서 흰색이 돋보이는 것처럼요. 결과적으로 감독님도 ‘붕 뜰 수도 있었던 드라마가 무게감이 생겼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나름대로 다른 캐릭터들보다 튀진 않아도, 표정과 어미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김미소의 감정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니 재밌었어요.”

함께 로맨스 연기를 펼친 박서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어린데도 박서준처럼 현장에서 애드리브와 순간적인 변화를 포착해내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흔하지 않다”며 “설레는 포인트들을 정확히 짚어 연기해낸다. 몸도 잘 쓰는 배우라 ‘김비서’만의 예쁜 장면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호평했다.

“이영준(박서준)과의 장롱 키스신도 되게 좋았어요. 이영준이 김미소에게 화를 내려 했다가 김미소를 너무 사랑해서 장롱에 굴욕적으로 숨어있다가 나왔는데도 사랑스럽게 보는 장면이거든요. 이영준이 김미소를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미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8회부터 매회 있었던 키스신 중에서도 손꼽아 좋아하는 신입니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최애’ 캐릭터 김미소에게 빠져있다는 박민영은 ‘김비서’의 여운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니며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느낌이 좋아서 아예 코믹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해요. 똑똑한 역할을 많이 했으니,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푼수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드라마든, 영화든요.”

박민영은 ‘김비서’가 기분 좋은 동화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제작진이 색감과 화면 구도가 동화처럼 예쁘게 나오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김미소와 이영준의 결혼식 때, 커튼이 열리면서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 동화 속의 마지막 장면처럼 예쁘다고 느꼈어요. 순수하지만 조금은 웃기는 그 느낌이 ‘김비서’ 그 자체였다고 생각해요. 삶에 지쳤을 때 한 번씩 꺼내보시기 바랍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