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신과함께2’ 주지훈 “이미지의 변주…이젠 더 수월하겠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해원맥 역으로 열연한 배우 주지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은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았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그가 연기한, 까칠하지만 따뜻한 해원맥처럼. ‘신과함께’ 시리즈 덕에 친근한 이미지가 생겨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도 한결 편해졌단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경계 나누기도 이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연기를 즐길 줄 아는 배우의 모습이다. 주지훈 연기 인생에서 두 번째 역작의 막이 올랐다. ‘신과함께-인과 연’ 개봉을 앞두고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주지훈을 만났다.

10: 전편이 1441만 관객을 모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가 잘 될 거라고 예상했나?
보편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한국영화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몰라서 걱정도 됐다.

10: 한국영화 중에서 역대 최고로 블루매트와 블루스크린의 활용도가 높았을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를 참고한 것이 있나?
그렇게까지 블루매트가 많을 줄 몰라서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요즘에는 영화 촬영 때 블루매트를 많이 쓰니까. 그런데 살면서 그렇게까지 많은 초록색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력이 좋아진 느낌이다.(웃음) 나중에 해외영화들의 메이킹 필름을 보니 우리 영화의 작업 방식과 같아서 신기했다.

10: 촬영 때는 아무 것도 없는 장소였을 텐데 허공에 대고 액션을 하거나 감정을 쏟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고됐지만 즐거웠다는 느낌이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몇 시간씩 뛰어 놀지 않나. 그런 기억을 힘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내 몸에 쌓인 젖산의 양은 엄청나지만 기억은 나쁘지 않다. 또한 김용화 감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가 긍정적인 에너지다. 게다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베테랑이다. 몸은 고생을 했는데도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

10: 영화 두 편을 한꺼번에 찍는 방식이 어렵지 않았나?
두 편을 찍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과거의 이야기까지 있기 때문에 세 편을 찍은 거나 마찬가지다. 1인 2역을 하는 동시에 영화 두 개를 같은 타이밍에 찍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 고된 작업을 즐겁게 해나갔다. 고통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보다 고통스러움을 다 함께 모여서 웃고 손잡고 어깨동무하면서 찍어나갔다. 힘든 장면을 찍으면 감독님이 오징어도 하나씩 구워주셨다.(웃음)

주지훈은 ‘신과함께’를 통해 관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영화 촬영 전 원작인 웹툰을 봤나?
캐스팅된 후 대본을 보기 전에 원작을 봤다. 원작과 대본이 조금 달랐다. 이전에 만화가 원작이었던 드라마 ‘궁’과 영화 ‘앤티크’를 했다. 그래서 만화를 영상화할 때의 문법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본에는 원작과 차이가 있었지만 김용화 감독님이 인정 받는 감독인 만큼 믿었다. 나한테 대본이 들어왔을 때 정우 형과 (차)태현 형도 캐스팅 된 상태였다. 두 배우에 대한 신뢰가 크다. ‘이유가 있으니까 저 사람들도 했겠지’라고 생각하고 출연을 결심했다.

10: 그 전까지는 무게감 있는 영화를 많이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된 것 같다. 배우로서 친근한 이미지가 생긴 느낌이 어떤가?
편하다. 진지하고 묵직한 영화를 할 때는 영화 전체 이미지가 왜곡될 수 있으니 관객들에게 편하게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신과함께’는 확실히 재밌고 관객 친화적인 영화여서 관객과의 만남도 훨씬 수월하다. 앞으로 내 기존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이미지에 변주를 주더라도 관객들이 더 편하게 받아들여 줄 거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10: 원작에서의 진중한 느낌과 달리 해원맥이 해학적으로 표현됐다. 이유는?
죽음, 저승사자, 지옥.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무섭고 진지해진다. 그런데 이 영화를 꿰뚫는 메시지는 지옥이 무섭고 고통스럽다는 것이 아니다. 화해와 용서다.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전해지기 전에 (관객들이 지레 겁 먹고) 샛길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그런 설정이 필요했다. 또한 영화 속 해원맥은 실제 김용화 감독과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다. 영화 촬영 도중에 드론이 파괴되는 사건이 있었다. 드론만 해도 8000만원, 거기에 달려 있는 카메라까지 하면 몇 억짜리 장비였다. 진 빠지고 짜증 날 수 있는 상황에서 김 감독은 ‘아~뽀개졌네. 철거하자’라고 했다. 영화 속 해원맥도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큰일났네?’라고 툭 던진다. 비애감 짙은 상황에서도 처절해지지 않도록 영화와 관객들을 이끄는 것이 해원맥의 역할이다.

10: 그런 해원맥도 덕춘과의 과거 사연이 밝혀지며 잔뜩 풀 죽은 모습을 보여준다. 항상 세웠던 머리도 내렸던데.
그런 외적인 모습도 다 의도한 것이다. 현신할 때는 삼차사도 인간다움이 생긴다고 설정했다. 의상도 바뀐다. 그 장면에서는 덕춘이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집을 뛰쳐나간다. 그런 상태에서 해원맥이 제대로 씻고 머리를 다듬을 정신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지훈은 ‘신과함께’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화해와 용서’라고 전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영화에서 여러 지옥이 나온다. 가장 무서운 지옥은?
거짓지옥이다. 살인은 안 했고 천륜지옥은 무섭긴 한데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리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나태지옥에서 나에게 나태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3년 동안 작품도 10개를 했다. 어찌 됐든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산다. 음식점 가서 음식이 맛없다고 ‘왜 이렇게 맛없어?’라고 대놓고 얘기할 수 없다. 친구가 생일 선물을 사줬는데 ‘이 따위 걸 사왔어?’라고 못한다. 모두가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거짓지옥을 피해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미 글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고 살고 어떨 때는 나태해지지만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웃음)

10: 모델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다. 전에는 배우라는 원에 살짝 발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 원 안에 더 들어갔다고 생각하나?
그런 것 같다. 요즘은 오히려 내가 모델이었던 걸 모르는 분들이 있다.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이다. 가끔 나에게 ‘넌 키도 크고 스타일이 좋아서 모델을 해도 잘 할 것 같다’는 사람도 있는데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배우로 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델 출신 배우’ 같은 식의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냥 주어진 대로 열심히 재밌게 하는 거다. 막 달려든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재작년보다 통장에 돈이 더 쌓였다고 행복하지도 않더라. 없다고 너무 슬프지도 않다.

10: ‘신과함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화해와 용서’라는 어려운 주제를 엔터테이닝한 요소와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그래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또한 자기가 사랑하는 주위사람들을 기분 좋게 떠올려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10: 3, 4편이 나온다면 출연하겠는가?
물론이다. 우리 모두 다… 사실 이 말을 하기 조심스러웠는데 (하)정우 형과 (이)정재 형 인터뷰를 보니 다들 흔쾌히 ‘하겠다’고 말했더라. 3, 4편에 대한 이야기도 원동연 대표님이 인터뷰 도중 ‘3, 4편 만들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된 거다. 2편도 큰 사랑을 받는다면 이 이야기에 대해 관객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감독님과 제작팀에서 3, 4편을 제작한다고 하면 우리가 두 손 두 발 들고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나.(웃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