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박서준, 큰 숙제 해결하고 얻은 ‘대체불가’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박서준. / 사진제공=어썸이엔티

‘박서준이 아니었다면…’
배우가 작품을 끝내고 들을 수 있는 칭찬 중에서 가장 빛나는 말은 ‘대체불가’일 것이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 이하 ‘김비서’)를 마친 박서준에게 이 같은 평가가 쏟아졌다. ‘박서준이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김비서’의 원작은 같은 제목의 웹툰이다. 만화여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만화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었을 때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박서준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이영준은 그야말로 ‘비현실’ 그 자체다. 허점이 없다는 설정에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 태어날 때부터 모든 분야에서 1위인 그룹 부회장이다. 게다가 원작이 큰 인기를 얻은 웹툰이어서 이미 독자들이 상상하는 ‘이영준’이 있다. 박서준은 자신을 향한 우려와 기대를 모두 알고 출발했다. 가장 큰 숙제는 ‘어떻게 하면 작위적인 인물을 극에 자연스럽게 녹일까’였다. 매 순간 시청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애쓴 그에게 시청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10. 드라마를 마친 기분은 어때요?
박서준 :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여서 시청자들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려주셨어요. 세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좋은 작품을 만든 것 같아 만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고요.

10. 어떤 부분이 쉽지 않았습니까?
박서준 : 이영준이라는 인물은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자기애가 강한 사람)잖아요. 현실의 저는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멋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저는 연기할 때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는 편인데, 이영준은 작위적이죠. 설정도 과하고요. 소설이나 웹툰을 실사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죠. 최대한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나름대로 캐릭터를 분석하고 애를 썼는데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행복을 느끼고 공감하고 감동 받으셨다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10. ‘좋은 작품’이라고 하는 기준은 뭔가요?
박서준 : 제가 연기하면서 행복했고 만족감이 커야 해요. ‘김비서’에 출연하기로 한 순간부터 후회는 전혀 없었어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만드는 내내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고 말한 거예요.

10. 원작에서 꼭 가져오고 싶었던 이영준의 모습은요?
박서준 : 나르시시즘, 그 부분이 실제 저에게는 많이 부족한 부분이에요. 스스로에게 냉정한 사람이거든요. 그런 점이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연기자 생활을 할 수 있는 뿌리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런 성격을 가진 제가 ‘지구는 나를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연기하려니 부담스럽죠.(웃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밉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랑스럽고, 재치 넘치게 표현하려고 했죠. 그게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큰 숙제였어요.

10. 가장 하기 힘들었던 대사는 뭐였나요?
박서준 : “영준이 이 녀석”이에요.(웃음) 스스로에게 말하는 건데, 정말 답이 안나오는 대사죠. 실제로 그러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흐름을 보면서 성을 빼고 “영준이 이 녀석”이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흡족해하셨습니다.

10. 이 작품으로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박서준 : 이영준을 연기하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10. 어떤 점을 칭찬해주고 싶나요?
박서준 : 순발력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촬영 전 대본은 2회까지만 나와 있었어요. 전체 흐름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죠.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는 게 최선이었고요. 그건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의 장점인 것 같아요.

10.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박서준 : 이영준은 자신감이 충만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인물이에요. 시청자들에게 통한 건, 감정이죠. 영준이가 미소를 사랑하는 건 진심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은 어떤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감정을 실은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도 통하는 거죠.

10. 평소에도 이영준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까?
박서준 : 저는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 연기)’ 이론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살인자 역할이라고 사람을 죽여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평소에도 연기하는 인물로 살아가진 않아요. 다만 이영준의 경우에는 경어체를 주로 쓰는데, 말투는 입에 익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조금씩 하려고 했습니다. 그 사람처럼 살아가려고 한 건 아니고요.

배우 박서준. / 사진제공=어썸이엔티

10.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선택한 이유는요?
박서준 : 원작을 좋아했어요.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도 있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방송국 편성을 바로 받은 게 아니어서,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어요. 세 달 이상이죠. 원작에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후 tvN과 박준화 감독으로 정해졌을 때, 믿고 자신 있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전체 그림을 보는 분이니까 ‘과한가요?’라고 물으면서 조율하고 맞췄습니다. 드라마를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건, 4회까지는 시청자들이 캐릭터 설정이 과하다고 느끼더라도 밀어붙여야 해요. 인물에 설득 당한 뒤에는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거든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한 건 잘한 것 같습니다.

10. 연달아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해오고 있어서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는 염려는 없었습니까?
박서준 : 그런 점이 걱정됐다면 이 작품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부각된 건 사실이고,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어요. 하지만 영화 ‘악의 연대기’와 ‘청년 경찰’같은 작품도 했죠.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건 계속해서 다음 작품을 통해 보여드릴 거여서 걱정하지 않습니다.

10. 박민영과의 열애설 보도 후 사이가 어색해지진 않았나요?
박서준 : 열애설이 났다고 해서 어색할 건 없죠. 오히려 어색하게 만드는 건 주위 분위기인데, 거기에 좌지우지돼 어색해져 버리면 그게 더 이상한 것 같고요. 그러고 싶지도 않았어요. 지금까지도 ‘김비서’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과 다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첫 작품이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사랑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진짜 사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전작을 했을 때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심지어 ‘청년 경찰’을 찍을 땐 남자인 강하늘과도 오해를 하셨고요.(웃음)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어색하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해요. 종영 인터뷰도 잘 하고 드라마 이야기를 많이 전해드리는 게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10. 유명세를 제대로 경험하고 있네요.
박서준 : 견뎌야 할 무게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이야기 하나, 인성까지도 논란이 되는 시대인데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죠. 단지 제가 이영준처럼 완벽한 인간은 아니어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선택한 것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면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아요.

10. 박민영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습니까?
박서준 : 촬영 기간은 세 달 반이에요. 그동안 16회를 찍었죠. 그래서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사적인 시간을 갖기는 힘들었어요. 주로 현장에서 대화를 했고, 촬영 전 급하게 황보라 누나가 주도해서 회식 자리를 몇 차례 가졌죠. 그러면서 빨리 친해졌습니다. 박민영과 작품을 하는 건 처음이어서 걱정했는데, 서로 공동의 목표 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상대 배우가 감정을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면서 신뢰가 쌓였어요. 그러면서 호흡도 극대화된 것 같아요. 감독님과의 호흡도 워낙 좋아서 시너지 효과를 냈죠.

10. 쉼 없이 작품을 계속하고 있어요.
박서준 :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2주만 쉬어도 생각이 많아져요. 작품을 위해 고민하는 순간에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작품이라면 출연해요. 작품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죠. 곧 영화 ‘사자’ 촬영을 하기 때문에 올해도 쉬는 시간은 전혀 없어요.(웃음)

배우 박서준. / 사진제공=어썸이엔티

10. 지칠 때는 없습니까?
박서준 : 지난 5월,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쉬지 않고 작품을 계속 하다보니까 피로가 쌓였어요.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터지는 순간이 오더군요. 한참 드라마를 찍고 있었는데 입술에 물집이 잡히는 증상이 나타났어요. 잘 가려지지도 않아서 극 초반에 입술이 진하게 나왔는데 ‘필러 맞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죠.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지만 체력도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10. 배우로서 고민이 있습니까?
박서준 : 그동안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하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나아가서 이제는 어떻게 필모그래피를 채우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까, 좋은 연기를 선사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외의 고민은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생길 것 같고요.(웃음)

10.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세요?
박서준 :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서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언제든지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한참 배울 게 많지만 촬영장에서는 프로페셔널하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대해주시면 어떤 역할, 작품이든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