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요? 그냥 솔직하게 고백할래요”

투어텐이 만난 사람 – <연플리> 배우 이유진

지난해 온라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웹 드라마 ‘연애 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는 특별하다. 누구나 겪어봤을 듯한 대학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는데도 글로벌 통합 조회 수 4억 뷰를 넘어서는 등 가히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으니까. ‘연플리’의 성공과 함께 떠오른 스타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한재인 역을 연기한 이유진이다. 맡은 역할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신종 여우’라는 별명과 악플 세례도 받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아끼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최근 텐아시아와 함께 서울 관광 홍보 영상을 촬영한 그녀에게 인생과 여행, 새로운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플리’를 통해 크게 주목받았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많은 분이 알아보시는 것이 신기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시는 게 가장 좋아요. 전에는 이런 저런 걱정이 많으셨거든요. 지나던 팬들이 절 알아보면 옆에 있던 엄마가 먼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거들어 주세요. 처음에 배우를 반대하시던 아빠는 ‘너 나온 드라마 어떻게 볼 수 있느냐’고 묻고 주변에 알리기도 하세요. ‘연플리’ 이후 각종 광고나 다른 작품 제안도 많이 들어왔어요. 최근에는 tvN 웹드라마 ‘똥차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폭넓게 활동하고 있어요.

-불편한 점도 있죠?
이름이 알려지면서 행동을 조심하게 됐어요. 원래 주량은 소주 2병인데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간 술을 끊기도 했죠. 그러다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한 잔에 어지러워지는 걸 느낀 적이 있어요. 안 먹으니 확실히 주량도 줄더라고요.(웃음)

-연기자를 꿈꾼 건 언제부터인가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살 때부터였어요. 훨씬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앞이 안 보이는 연기를 하며 엄마 휴대폰으로 찍어봤어요. 그런데 지우는 것을 깜빡해서 엄마가 영상을 봤는데 실제 상황인 줄 아신 거예요. 제 눈에 진짜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무척 걱정하셨죠.(웃음) 중학교 때는 현모양처, 스튜어디스, 모델, 디자이너 등등 꿈이 많았어요. 그런데 TV 드라마를 보다가 배우들이 여러 가지 직업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저거다’ 싶더라고요.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아빠가 완강히 반대하셨어요. 집안에 예능과 관계된 분도 없어서 지지를 얻기도 힘들었고요. 하고 싶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강하게 제 의견을 주장했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고요. 어렵사리 부모님을 설득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엄마는 대학 입시까지 1년간 제 연기, 무용, 노래를 하나하나 매일 봐주셨죠. 어떤 부분이 어떻게 부족한지, 장점은 뭔지 등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나중에는 지도 선생님들 의견과 일치할 만큼 안목이 높아지셨어요. 그런 응원이 있어서 계속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플리’에 캐스팅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오디션 장에 갔는데 거기에 ‘연플리’ 작가님이 계셨어요. 그 오디션에는 떨어졌지만 작가님이 절 눈여겨보셨나 봐요. 그 분이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로 간 후 맡은 첫 작품이 ‘연플리’였어요. 스태프와 재인이라는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제 생각이 나서 오디션을 보라고 연락하셨고요. ‘연플리’ 오디션을 보는 날, 하필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게 기억나요. 현장에서 대본을 받고 리딩을 했는데 아마 조용한 타입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합격한 거죠?
오디션을 마친 후 전부터 알고 있던 형석 오빠에게 연락이 왔어요. 난데없이 ‘날 짝사랑할 준비가 됐냐?’라고 묻더라고요. 무슨 소리냐고 하니 ‘너랑 나랑 됐대!’라고 했어요. 전화를 했던 형석 오빠는 ‘연플리’에서 이현승 역을 맡았죠. ‘연플리’가 잘 되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극 중 한재인 역은 어땠어요? 자신의 성격과 잘 맞았나요?
재인이는 털털해 보이지만 내면의 아픔이 많은 친구예요.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는 그녀의 감정이 잘 느껴지더라고요. 털털한 부분은 저랑 아주 비슷해요. 시즌 초반에는 이미 연인이 있는 친구를 좋아하는 역할이라 악플도 많이 받았어요. 저라면 재인이처럼 사랑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맘에 둔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면 관심을 끊을 것 같아요. 짝사랑보다는 ‘난 좋은데 넌 어떠냐’고 솔직히 물어볼 것 같고. 경험이 없어서 연기하기가 좀 어렵기도 했어요. 저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편이에요. 겉으로는 따뜻하게 말하면서 뒤에서 험담하는 이들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욕을 들으면 ‘자격지심인가? 내가 대단한가 보네’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죠.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시즌 2에서 연하남 강윤(박정우 분)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한테 재인이는 소개팅을 시켜줘요. 그 이후 강윤은 재인을 아는 척하지 않고 연락도 안 하고 동아리에도 나오지 않아요. 그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재인이 윤이를 불러내요. 중요한 장면이었죠. 그런데 촬영하는 날이 너무 더운 거예요. 불볕 더위에 해는 쨍쨍한데 바닥이 대리석이라 찌는 듯 덥더라고요. 10초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서 화장을 계속 고쳐야 했고요. 대사를 하는데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이야기했어요. ‘이러다 기절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강윤이가 ‘미쳤어요? 왜 이렇게 이뻐?’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기서 찍었는데 나중에는 생각만 해도 덥더라고요. 하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셔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죠.

-대본을 처음 봤을 텐데, 애드립은 없었나요?
시즌 1때 욕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대본에 구체적인 대사가 없고 ‘재인이가 욕을 한다’는 지문뿐이었죠. 작가님께 물었는데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뱉었죠. 같이 있던 배우들은 제가 무슨 욕을 하는 줄 몰랐는데 막상 들으니 웃겼는지 NG도 나고. 그런데 나오는 대로 욕을 하다 보니 ‘대가리가 크다’는 말도 하게 됐어요. 나중에 그 배우가 촬영 후에 ‘내 머리가 큰 건 알지만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투어텐과 서울 관광 홍보 영상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이번 서울 홍보 영상의 촬영 콘셉트는 ‘서울의 전통’이었어요. 예전부터 인사동, 북촌을 좋아했어요.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요. 겨울에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쉬기도 했고요. 남산한옥마을에서는 한복체험, 매사냥, 다례체험을 했는데 매사냥이 기억에 남습니다. 새는 너무 예쁜데 무서웠어요. 팔에 황조롱이를 올려놓는 체험인데 잘못하면 공격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련하는 분이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긴장이 되더라고요. 광장시장에서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었는데 조합이 아주 괜찮았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이런 매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잘 몰랐는데, 앞으로 더 자주 다녀야겠어요.

-여행은 좋아하시나요?
기회가 없어 많이 다니지는 못했어요. 가족여행은 중학교 때 제주도 다녀온 게 마지막이고요, 친구들과는 가평, 을왕리 같은 곳을 주로 다녔죠. 해외여행은 올해 처음 일본에 가봤어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언니가 ‘여행을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며 가자고 권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일본 후쿠오카에 가봤죠. 유후인에서는 료칸에 묵었는데 정말 느낌이 좋았어요. 노천온천에서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을 한참이나 쳐다봤어요. 그 장면이 너무 예뻐서 새벽에 일어나 또 갔죠. 예전부터 하늘을 보면 스스로가 환기되는 기분이 들어서 자주 보거든요. 제가 좀 감성적이거든요. 학교 때 눈이 온 모습을 찍다가 울기도 하고요, 하하.

-앞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는요?
뉴욕 브루클린에 가보고 싶어요. 영화 ‘브루클린’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프랑스 파리, 러시아, 캐나다, 미국 할리우드도 가보고 싶어요. 가족이랑 가면 더욱 좋겠죠. 혼자 떠나는 여행은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을 좋아해서 며칠만 지나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소속사가 없어서 여러 모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어요. 곧 결정될 것 같은데 마음에 맞는 곳과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고 있어요. ‘연플리’ 시즌 3가 7월부터 촬영에 들어가요. 여름이라 걱정되긴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9월에는 공개될 것 같은데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이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많은 청춘이 자신감을 잃고 사는데 힘들 때는 하늘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탁 트인 하늘을 보면 숨통이 좀 트이니까요.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