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나우(24)] 뱃사공, 탕아의 진심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출항사'에 이어 3년 만에 솔로 정규 2집 '탕아'를 발매한 힙합 크루 리짓군즈의 멤버 뱃사공. / 사진제공=슈퍼잼레코드

‘출항사’에 이어 3년 만에 솔로 정규 2집 ‘탕아’를 발매한 힙합 크루 리짓군즈의 멤버 뱃사공. / 사진제공=슈퍼잼레코드

힙합 크루 리짓군즈의 멤버 뱃사공은 쉽게 가는 법을 모른다. 조금 느려도, 한계를 만나더라도 낭만을 잃지 않고 오늘을 생일처럼 즐길 뿐이다. 뱃사공이 3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 ‘탕아’에도 그런 낭만이 흐른다. 힙합과 컨트리 밴드 음악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사운드가 낭만을 배가한다. 그가 누구의 문법도 따르지 않고 구축한 사운드이기에 이 낭만에는 흉내낼 수 없는 멋이 담겼다.

뱃사공은 ‘탕아’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진심은 통하고 있다. 로데오거리를 달리는 카우보이를 떠오르게 하는 이 독특한 힙합 앨범은 발매 첫날 초도주문 물량이 소진됐다. 하고 싶은 것을 멋있게 해낸 뱃사공의 다음 출항이 벌써 기다려진다.

10. 트랙들의 유기적 연결이 돋보인다. ‘축하해’를 1번 트랙으로 정한 이유는?
뱃사공: ‘축하해’는 제일 좋아하는 곡이면서 이 앨범에서 하고 싶었던 사운드를 가장 잘 표현해낸 곡이다. 완성도도 훌륭해 기분 좋다.

10. ‘축하해’의 뮤직비디오에선 래퍼 팔로알토, 딥플로우 등이 열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뱃사공: 카메오를 많이 심어놓으려고 했다. 행주도 섭외하려고 했으나 일정 때문에 불발됐다. 딥플로우 형은 왠지 포수 같은 이미지가, 팔로알토 형은 심판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아이디어를 냈다. 사실 촬영된 컷도 더 많고 대기 시간도 길었으나 카메오들이 0.5초 정도 밖에 나오지 못했다. 팔로알토 형은 여섯 시간 기다렸고, 둘이 싸우는 장면도 있었다.(웃음)

10. 뮤직비디오가 야구 영화 콘셉트로 촬영됐는데 원래 야구를 좋아했나?
뱃사공: 전혀 안 좋아한다.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힘든 것을 이겨낸다는 주제를 복싱 영화의 기승전결처럼 1차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복서를 하기엔 내가 너무 안 어울려서 비주류 스포츠인 탁구를 생각하기도 했다. 여러 고민 끝에 플립이블(본명 서동혁) 감독님에게 야구라는 콘셉트를 제안했다.

10. 같은 레이블 소속 DJ DOC의 이하늘이 조언해 준 것이 있다면?
뱃사공: 앨범을 만드는 동안 (회사에) 별로 없었다.(웃음) 그게 좋았다. 특별한 조언 없이 나를 믿고 지원해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10. ‘탕아’는 언제부터 준비한 앨범인가?
뱃사공: 2015년에 정규 1집 ‘출항사’를 낸 후부터 바로 만들었다. ‘우리집’ ‘뱃맨’이 2015년에 만든 곡이고, 대부분의 곡들도 그 다음해에 작업했다. 작업을 시작하고 많이 엎기도 했다. ‘부재중’ ‘콜백’ 등이 작년에 만든 가장 마지막 트랙이다.

10. 그간 라디오 ‘내일의 숙취’ 진행도 맡고, 리짓군즈 정규 ‘Junk Drunk Love’ 등을 내느라 바빴겠다.
뱃사공: 그래서 ‘탕아’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순수하게 3년이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웃음) ‘내일의 숙취’를 안했어도 그 시간에 작업을 하진 않았을 것 같다.

뱃사공의 정규 2집 '탕아' 커버 / 사진제공=슈퍼잼레코드

뱃사공의 정규 2집 ‘탕아’ 커버 / 사진제공=슈퍼잼레코드

10. 리짓군즈 멤버들은 ‘탕아’를 듣고 어떤 평을 해줬나?
뱃사공: 멤버들과는 매일 농담만 하는데 음악을 얘기할 때면 솔직하고 냉정해진다. ‘진심’ ‘우리집’ ‘콜백(Feat. 키드밀리) 등을 만든 프로듀서 아이딜(iDeal) 형은 “전보다 발전했고 앨범에도 진보한 점이 담겼지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애매하게 착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10. ‘탕아’는 ‘출항사’보다 밴드 사운드가 더 느껴지고, 검정치마가 생각나기도 한다.
뱃사공: 작년에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 검정치마의 앨범이다. 어렸을 땐 델리스파이스 같은 밴드 음악을 주로 들었다. 그러다 파라솔이라는 밴드를 알게 돼 너무 좋았고, 카더가든을 만나게 되면서 취향이 바뀌었다. 파라솔이랑 만든 곡도 있고 카더가든이 만들어 준 곡도 있었는데 ‘탕아’에는 실리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에는 아예 밴드 사운드로 이뤄진 미니 앨범을 내보고 싶기도 하다.

10. 요즘에는 어떤 뮤지션의 앨범을 들었나?
뱃사공: 테이크원(김태균)의 앨범을 듣고 뜨겁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한 곡 반복재생을 안 하는데도 ‘개화’는 여러 번 들었다. 오왼 오바도즈의 ‘changes’도 붐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좋았다.

10. 이번 앨범에는 제이통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어떻게 협업이 이뤄졌나?
뱃사공: 원래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존경하는 뮤지션이었다. ‘탕아’라는 곡을 만든 후 진짜 탕아랑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탁했다. 제이통은 내가 생각하는 진짜 탕아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이통은 충격적으로 잘해줬다.

10. 스스로 생각하는 탕아란 무엇인가?
뱃사공: 사전적 의미는 ‘방탕한 사나이’다. 하지만 그건 사전의 생각이고, 난 탕아를 진심으로 살고, 정의롭고 의리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이 비록 방탕한 사나이일지라도 말이다.제이통도 그랬다. 작업을 위해 부산에서 2박 3일을 함께 지내면서 본 제이통은 온몸에 문신을 했지만 술도 안 마시고, 산에서 운동하고, 꽁초도 줍고, 약초를 끓이면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음악도 신념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었다.

10. 이번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뱃사공: 무엇을 하든 간에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멋보다 진심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도 좋은 멜로디에 진심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다. 그것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10. 가장 애착이 가는 곡도 마지막 트랙인 ‘진심’이라고? 
뱃사공: 1차원적으로 진심을 얘기하고 싶어서 노력한 트랙이고, 믹싱을 가장 오래한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곡을 만들다 보니 결국 진심이란 건 혼자 있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 앞에 단 한 명의 사람만 있어도 100%의 진심은 나오지 않는 것처럼, 가사를 쓰는 순간 진심은 100%가 아닌 것이 됐다. 그래도 진심이고 싶었다. ‘난 또 실수하고 모른 척하네. 상처 받았다면 내가 미안해. 너도 나를 싫어할 것만 같아서 너를 미워했지’라는 구절도 마음에 든다.

'탕아'의 더블 타이틀곡 '로데오'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 사진제공=슈퍼잼레코드

‘탕아’의 더블 타이틀곡 ‘로데오’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 사진제공=슈퍼잼레코드

10. 하고 싶었던 것은 다 했나?
뱃사공: 나의 정서가 들어간 음악을 1집에 담아낸 후, 사운드 측면에서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더 하고 싶었다. 그러다 파라솔의 앨범을 들으며 ‘여기에 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탕아’의 작업이 시작됐다. 내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았고, 나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고 나서는 너무 어려웠지만 앞으로 그 힘듦을 잘 극복해서 더 잘 담아내는 것이 목표다.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10. 앞으로의 계획은?
뱃사공: 오는 9월경에 콘서트를 열 계획이고 곡도 계속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어딘가에 갇혀있고 싶지 않다. 오래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재밌고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지 않으면 음악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블루스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서 ‘탕아’에서 보여줬던 음악을 더 깊이있게 보여줄 수도 있고, 트랩이나 다시 붐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성향의 음악이든 제일 재밌는 걸 할 것 같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