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공연] 세카이노 오와리가 만든 꿈의 세계 ‘사운드 시티’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지난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한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사오리(왼쪽부터), 후카세, DJ러브, 나카진.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JOOYOUNG REY)

지난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한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사오리(왼쪽부터), 후카세, DJ러브, 나카진.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JOOYOUNG REY)

“여러분. 에픽하이 알죠? 타블로 알죠? 타블로가 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대요. ‘가즈아!’”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DJ 러브가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외치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사오리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호노오노 센시(炎の戦士, 불꽃의 전사)’가 시작되자 환호는 곧 뜀박질로 바뀌었다. 지난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사운드 시티’에 출연한 세카이노 오와리 무대에서다.

가수들의 릴레이 콘서트로 꾸며진 ‘사운드 시티’는 지난 27일 시작해 3일간 이어졌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마지막 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밴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지정석은 꽉 들어찼고 스탠딩 구역도 관객들로 빽빽했다. 팀의 영문 이름인 ‘엔드 오브 더 월드(End of the world)’가 적힌 티셔츠나 야광봉을 든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본인 관객들도 곳곳에서 자국 밴드에게 응원을 보냈다.

‘스타라이트 퍼레이드(スタ-ライトパレ-ド)’로 시작된 세카이노 오와리의 공연은 약 90여 분 동안 이어졌다. 밴드는 다양한 장르를 어울렀다. ‘레인(RAIN)’이나 ‘에스오에스(SOS)’ 같은 발라드부터 힙합을 받아들인 ‘안티 히어로(ANTI-HERO)’,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인 ‘미스터 하트에이크(Mr. Heartache)’ 등 무대가 흐를수록 공연장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신곡인 ‘리셋(Re:set)’과 국내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함께 만든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도 들려줬다. 타블로와 미쓰라진의 랩은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나카진이 대신 했다.

후카세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끝까지 열창했다.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JOOYOUNG REY)

후카세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끝까지 열창했다.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JOOYOUNG REY)

세카이노 오와리는 극적인 이야기를 가진 팀이다. 리더이자 보컬인 후카세는 정신 질환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고 건반을 치는 사오리는 초등학생 시절 집단 괴롭힘을 당한 아픔이 있다. ‘세상의 끝’이란 뜻의 팀 이름은 일견 섬뜩하지만 후카세는 ‘세상의 끝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작명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네 사람이 모여 지금의 세카이노 오와리가 만들어졌다.

이들의 음악은 이 같은 이야기와 연결돼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마보로시노 이노치(幻の命, 환상의 생명)’나 ‘떼창’으로 완성된 ‘헤이 호(Hey Ho)’ 등을 거치면서 관객들은 절망이 희망으로, 끝이 시작으로 바뀌는 순간을 밴드와 공유했다. ‘스타게이저(Stargazer)’를 후반부에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랩에 가까울 만큼 건조한 보컬, 전자음이 주는 미래적인 분위기, 서정적이고 벅차기까지 한 피아노 연주가 뒤엉켜 긴 여운을 남겼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알피지(RPG)’와 ‘드래곤 나잇(Dragon Night)’을 마지막 곡으로 골랐다. 덕분에 분위기가 최고조로 오른 상태에서 공연이 끝났다. 감기에 걸렸다는 후카세는 마지막 두 곡을 부르다가 결국 기침을 토해내기도 했다. 가창은 흔들렸지만 관객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노래가 꿈처럼 그들을 감싸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에는 덴마크에서 온 크리스토퍼와 지난해 데뷔한 밴드 아도이도 출연했다. 아도이는 몽환적인 노래들로 관객들을 춤추게 만들었고 크리스토퍼는 신나는 댄스곡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땀을 닦는 척 티셔츠를 들어올려 복근을 드러냈을 땐 여성 팬들의 함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크리스토퍼는 “무대에 오르기 전엔 관객이 50명일 수도, 500명일 수도 있고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상도 못했다”며 관객들의 환호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