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서 좋아>, 새로 시작된 주부들의 잔혹동화

<너라서 좋아>, 새로 시작된 주부들의 잔혹동화 2회 SBS 월-금 오전 8시 30분
는 절친한 여고생 3인방의 해맑은 장래 희망을 담은 동화 같은 오프닝으로 시작해 그 꿈에서 깨어난 30대 후반 여성들의 현실로 곧바로 직진한다. 결혼 따윈 하지 않고 자유를 누리고 싶다던 진주(윤해영)는 직장과 가정을 분주히 오가는 슈퍼맘이 됐고, 순수한 사랑을 강조하던 수빈(윤지민)은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돈이 좋다던 공자(라미란)는 눈칫밥 먹는 초라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도입부는 아침드라마라는 장르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그것은 기혼 여성들이 억압적 현실에 처하기 전 꿈꾸었던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그 현실을 반영한 수난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수난기는 최초의 판타지를 몇 배로 보상 받기 위한 일종의 수행기와도 같은 의미다. 그 수난을 가장 잘 인내하고 통과한 여성에게만 가장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는 세 친구 중 누가 그 주인공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대답은 현재의 현실에 가장 충실하고 잘 인내했던 진주였다. 이제 아침드라마의 신은 그런 진주에게 최후의 보상을 위한 테스트를 부과한다. 철없는 시어머니는 사기를 당하고, 자상한 남편 명한(박혁권)에게는 권고사직이 통보되며, 이혼 위기에 처한 수빈이 명한을 짝사랑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시련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그 수난기에는 육아 문제, 남편의 외도, 시댁과의 불화, 워킹맘의 피로, 경제적 위기 등 기혼 여성의 모든 불안과 공포가 반영되어 있다. 그렇게 아침드라마는 기혼 여성들의 억압적 현실을 대리 경험하는 여주인공 수난기의 반복재생을 통해 최후 보상의 판타지를 열망하는 ‘주부들의 잔혹동화’를 다시 한 번 반복한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