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배짱이 필요한 괴물의 시대 ‘몬몬몬 몬스터’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몬몬몬 몬스터' 포스터/사진제공=더쿱

영화 ‘몬몬몬 몬스터’ 포스터/사진제공=더쿱

꼬리를 물린 첫 번째 괴물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문 마지막 놈의 꼬리를 물어버리면 커다란 하나의 고리가 된다. 그렇게 고리가 되어버린 악행은 그 시작이 어딘지 끝이 어딘지 모르게 원이 되어 순환한다. 맞물린 자양분으로 서로의 피를 빨아먹는 이 지독한 순환의 꼬리들은 또 각자 살아남기 위해 끈끈하게 연대해야 한다. 누군가 나서 입을 풀어버리면 당장 내가 죽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구파도 감독의 ‘몬몬몬 몬스터’는 사람 같은 괴물과 괴물 같은 사람, 괴물이 될 사람,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괴물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저지른 악행이 거대한 고리가 된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첫 번째 놈이 입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린슈웨이(등육개)는 학급비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다 자신을 괴롭히는 런하오(채범희) 일당과 함께 치매 걸린 노인의 금고를 훔치려다 괴물 자매를 만난다. 런하오 일당은 괴물을 자신의 아지트에 납치해오고 잔인한 방법으로 괴물을 학대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파도 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감성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영화는 학원 폭력과 그것을 방관하는 선생, 지독한 가난 속에 사는 독거노인 문제 속으로 괴물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살육하는 괴물과 살아남기 위해 런하오 일당의 악행에 가담하고야 마는 린슈웨이를 통해 괴물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지운다. 자매가 괴물이 되어버린 과정을 추리하는 과정이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법 등이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섬세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목표점 하나 찍어놓고 쉴 틈 없이 달리는 통에 숨 돌릴 틈 없는 시간을 약속한다.

영화 '몬몬몬 몬스터' 스틸/사진제공=더쿱

영화 ‘몬몬몬 몬스터’ 스틸/사진제공=더쿱

나쁜 학생, 무책임한 선생, 방치된 노인, 무시 당하는 왕따, 그리고 왜 괴물이 되었는지 모르는 괴물들. 영화 속 인물들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모른다. 그리고 악행이 생존을 너머 하나의 오락적 유희로 전락하는 사이, 죄의식은 둔감해졌지만 악행은 결국 허공을 향해 내던진 부메랑이 된다. 악인과 선인의 구별이 없어 누구 하나 마음 붙일 사람이 없어 허전한 사이, 주인공 등육개는 특유의 매력으로 린슈웨이라는 인물을 그래도 한번 믿어보고 싶은, 찌질하지만 응원해주고 싶은 인물로 직조해 낸다.

극 중 런하오의 여자친구는 린슈웨이를 비난하며 이런 말을 한다. ‘좋은 사람은 되고 싶은데 배짱은 없고, 왜 그렇게 살아?’ 구파도 감독은 이 대사를 통해 ‘몬몬몬 몬스터’가 지향했던 이야기를 한번 정리한다. 린슈웨이는 선량하지만, 또한 나약해서 악행을 저지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또 나쁜 짓을 하고야 마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가장 많이 닮아 있다. 결국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배짱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순간에 다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마지막 장면, 린슈웨이는 크게 배짱을 한번 부린다. 그 장면이 통쾌한데, 참 쓸쓸하기도 하다.

최재훈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