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정음’ 종영] 연애코칭? 네 코가 석자다…남궁민X황정음의 씁쓸한 퇴장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훈남정음'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훈남정음’ 방송 화면 캡처

SBS ‘훈남정음’이 웃음도 감동도 주지 못한 채 어설픈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남궁민과 황정음은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이후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지만 두 사람의 명성만으로는 부족했다. 두 사람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스토리가 문제였다.

인기 연애 칼럼를 대필하고 있는 ‘연애지존’ 강훈남(남궁민 분)과 남자에게 큰 상처가 있는 결혼정보업체 매니저 유정음(황정음 분)이 티격태격대다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부터 고루했다. 두 사람은 결혼정보업체의 연애불능 ‘제로회원’들의 솔로탈출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 회원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며 주연과 조연이 주객전도된다.

지난 19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훈남과 정음(황정음 분)이 김소울(김광규 분)과 오두리(정영주 분) 커플의 결혼 플래너로 나섰다. 마지막회에서 조차 훈남과 정음이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앞으로 서로의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김소울과 오두리의 결혼식에서처럼 드라마 전체 흐름에서도 ‘들러리’가 돼 버렸다. 또한 드라마는 종영이 다가오면서 극중 훈남과 정음이 해결하지 못한 ‘제로회원’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훈남과 정음은 또 뒷전이 됐다.

사진=SBS '훈남정음'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훈남정음’ 방송 화면 캡처

훈남은 원래 정음과 자신이 사귈 수 있는지를 놓고 사촌동생 육룡(정문성 분)과 내기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음이 화가 나 훈남에게 이별을 고할 때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최준수(최태준 분)와 이수지(이주연 분)가 허름한 동네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있던 상황. 훈남과 정음이 합석을 하게 된다. 정음은 대뜸 훈남에게 “우리 헤어지자”고 말한다. 연인에 대한 예의도 없었을 뿐더러 정음이 화가 났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앞뒤 맥락 없이 이별을 고하는 전개는 보는 이들이 더 당혹스러웠다.

최준수(최태준 분)는 정음의 소꿉친구지만 어느 순간 그를 여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훈남과 정음, 준수의 삼각관계에서 준수는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보였다. 언제나 정음의 키다리아저씨만을 자처할 뿐이었다. 분량도 점점 사라져갔다. 또한 시청자들까지 민망하게 만드는 ‘평생친구인증서’를 스스로 쓰고도 정음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지 못하며 답답하게 행동했다.

이수지라는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등장 또한 드라마 전개 상 논리적인 근거가 없었다. 그는 과거 훈남이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신세를 진 인물. 대뜸 나타난 그는 훈남과 결혼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며 훈남의 집에 눌러앉는다. 수지가 합세했지만 ‘무늬만 사각관계’가 형성됐다. 수지는 정음의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훈남과 맞선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수와 맞선을 보게 해달라고 정음에게 요청한다. 수지와 준수는 서로 약간의 호감을 나타내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친구도 연인도 아닌 그저그런 지인 관계로 비춰졌다.

훈남은 수지가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되자 집을 나와 정음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정음의 아버지(이문식 분)와 준수 몰래 늦은 밤 동네 데이트에 나선 두 사람. 훈남은 정음에게 “남자가 부른다고 오밤중에 막 나오고… 순수한 여자 맞아?”라고 묻는다. 정음은 “나이 서른 넘어서 ‘나 순수해요’하는 여자가 어딨어요?”라고 답한다. 서른 넘은 여자는 순수하지 않다는 말인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어진 장면에서 남자친구로서 준수가 신경쓰인다는 훈남에게 정음은 “준수는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에 내 옆에서 날 끝까지 지켜준 소중한 친구이자 스승이자 형제 같은 사람이다. 내 소중한 추억의 일부인 준수한테 예의를 갖춰주면 안되겠냐”라고 말한다. 자신의 연인에게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여주인공의 아량이 놀랍다.

사진=SBS '훈남정음'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훈남정음’ 방송 화면 캡처

남궁민은 ‘리멤버-아들의 전쟁’ ‘미녀 공심이’ ‘김과장’ ‘조작’ 등 최근 드라마를 모두 히트시키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에도 그의 연기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훈남정음’은 그의 연기력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 ‘운빨 로맨스’ 등 전작들과 연기 패턴이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황정음을 가둬버린 것일까. 전과 다를 것이 없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실망했다.

연애에 대해 정의하고자 하는 드라마의 가르침도 받아들이기 거북했다.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연애를 기역, 노스트라다무스, 도미노, 롤러코스터 등 자음 순으로 빗대어 표현한 표어를 선보였다. 유치찬란했다.

시청률은 참담했다. 5.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해 점점 하락세를 그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2.8%였다. 또한 지난 18일 방송된 ‘훈남정음’ 29~30회의 시청률은 각각 2.1%를 기록했다. SBS 미니시리즈 가운데 역대 최저 시청률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제로회원들은 모두 제 짝을 찾거나 결혼에 골인했다. 준수는 해외 유명 구단에 재활닥터로 가게 됐고 수지는 호주에서 열린 서핑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정음은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했고 훈남은 아버지와 해묵은 감정을 해소했다. 또한 훈남은 정음에게 “내 심장을 주겠다”며 결혼을 약속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