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 종영] 진기주∙장기용, 우리에게 필요했던 ‘해피엔딩’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진기주와 장기용이 마침내 웃었다. 시청자들도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지난 19일 종영한 MBC ‘이리와 안아줘’ 얘기다.

지난 5월 방송을 시작한 ‘이리와 안아줘’는 연쇄살인 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살인 피해자의 자녀인 한재이(진기주, 어린시절 이름 길낙원)와 가해자인 사이코패스 윤희재(허준호)의 아들 채도진(장기용, 어린시절 이름 윤나무), 서로의 첫 사랑인 이들의 엇갈린 운명과 함께 피해자들의 2차 피해, 언론의 폭력성 등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졌다.

지난 19일 방송된 31∙32회(마지막 회)에서는 “아버지가 널 다시 강하게 만들어줄게”라는 희재의 말이 도진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당신을 죽이면 나때문에 아파할 사람이 너무 많다”며 자신을 믿어준 재이와 옥희(서정연)를 생각하며 그를 제압해 나갔다.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진기주의 활약도 빛났다. 그동안 몸으로 뛰는 경찰 역을 맡은 장기용에 비해 진기주는 범죄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종종 위협 앞에 움츠려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윤희재의 추종자 전유라(배해선)에게 붙잡혀 있던 재이는 “윤희재는 벌써 당신을 배신했다. 정말로 당신을 소중하게 여겼다면 이딴 일은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를 도발했다. 전유라와 몸싸움을 벌이고 기회를 틈타 방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윤희재는 붙잡혔고, 경찰복을 차려입은 채 한 남성을 제압하는 재이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재이가 맡은 드라마 역할이 경찰이었던 것. 평범한 연애를 지속하던 재이와 도진은 공원으로 데이트를 떠났다. “이리와, 안아줄게”라며 각자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안아줬다. 활짝 웃으며 서로를 안아주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어지며 방송은 끝이 났다.

‘최약체’이기 때문에 가장 강했던…

진기주, 장기용, 김경남, 윤종훈, 최리 등 허준호를 제외하면 신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리와 안아줘’는 지난 5월 방송 초반 지상파 3사 중 ‘최약체’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3.1%로 시작된 시청률은 방송 이후 천천히 상승세를 탔다. ‘슈츠’ 종영 이후에는 수목극 1위도 차지하며 선방했다.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용과 윤종훈은 “최약체라는 평가에 신경쓰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흔들리지 않는 신인의 올곧은 태도가 느껴졌다. 또한 화려한 삶이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드라마에서 신인을 중심으로 한 캐스팅은 적절했다. 기존의 이미지가 덜 개입되는 투명한 얼굴들이 감정이입에 도움을 줬다. 아역을 맡았던 류한비와 남다름의 연기는 두말 할 것도 없었다.

가해자 미화 대신 피해생존자를 향하는 위로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무엇보다 ‘이리와 안아줘’가 사랑받은 이유는 범죄 이야기를 다루면서 피해자의 시선에 섰다는 점이다. 지난 7회 방송에서 도진은 극 중 ‘사이코패스 윤희재의 안타까운 삶을 이해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가해자에게 드라마틱한 그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사람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목숨을 끊고, 평생을 갈기갈기 찢겨진 조각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러운 포장상자를 함부로 들이밀지 말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채도진을 빌려 표현된 이 말은 ‘이리와 안아줘’가 범죄를 다룬 기존 미디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명확하게 나타냈다. 가해자를 미화하지 않고,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였다. 또한 첫 회에서 배우 오디션을 보던 재이는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대본을 읽던 중 “연쇄살인범이 하필이면 바로 옆집에 살아가지고. 재수가 없어도 완전 없는 거지”라며 “재수 없는 이야기 좀 그만하고 나는 배달이나 갈래요”라는 대사를 직접 읽고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에 대한 세간의 언어를 당사자가 읽게되는 비극적인 상황. 이는 피해생존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폭력을 발견한 점인 동시에 미디어에 대한 비판이었다.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 캡처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후반으로 갈수록 윤희재와 염지홍(홍승범), 박희영, 전유라 등 악의 구도가 폭주하는 과정은 작품이 비판하는 선정성을 그대로 이용했다는 인상을 줬다. 윤현무(김경남)의 ‘아버지 동경’을 포함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으며, 비중이 너무 많아 ‘지루함’까지 주었다. 정말로 악을 고찰하고 싶었다면 더 세련된 디테일을 찾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연쇄살인 피해자의 딸과 그 가해자의 아들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던 도진과 재이. 그리고 피해자들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리와 안아줘’ 답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기에 지난 19일 방송된 최종회의 해피엔딩은 그간의 걱정을 종식시키는 소중한 결말이었다. 재이, 가해자의 아들이긴 하지만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사이코패스의 언어에 세뇌 당한 ‘피해자’ 도진. 두 사람이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로 나간다는 것. ‘이리와 안아줘’의 결말은 언론이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처절한’ 이미지를 거절하고,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한다는 희망을 줬다. 정말이지, 해피엔딩이 아니었으면 안 될 뻔 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