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멜로’ 종영] 더 빨리 달궈졌으면 좋았을 웍과 로맨스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기름진 멜로'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기름진 멜로’ 방송 화면 캡처

SBS 드라마 ‘기름진 멜로’에서 뜨거운 웍 앞에 선 이들은 요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큼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했다. ‘기름진 멜로’는 최고 중식당의 스타 셰프에서 다 망해가는 동네 중국집의 주방으로 추락한 남자의 사랑과 생존, 음식 이야기를 담아낸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빈속으로 보지 말 것’이라는 드라마의 카피에 걸맞게 늦은 밤 시청자들의 침샘을 제대로 자극했다. 윤기가 흐르는 자장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탕수육 등 중국 요리의 향연이 펼쳐졌다. 극 초반에는 조폭들의 싸움이 난무하고 맥락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방이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되면서 이야기는 중심을 잡아갔다. 난타 공연을 연상시키는 주방의 경쾌한 소리와 동작들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했다.

서풍(이준호 분)은 지난주 ‘기름진 멜로’ 방송에서 화룡점정과 헝그리웍이 모두 걸린 요리 대결에서 승리해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이준호는 실제 요리사처럼 웍을 다루는 모습이나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화면 밖에서의 숨은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 17일 방송된 ‘기름진 멜로’ 최종회에서 서풍은 사랑도 지켜냈다. 이날 방송에서 서풍은 만취한 채 한밤중 단새우의 집에 찾아갔다. 그는 단새우가 아니라 어머니 진정혜(이미숙 분)를 보러 온 것이라며 “새우를 왜 이렇게 예쁘게 만드셨느냐. 어떻게 저 보고 좋아하지 말라는 것이냐. 사과해 달라”고 진상을 부렸다.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 서풍은 이른 새벽에 깬 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단새우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서풍은 다시 단새우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내일부터 이 집 주방에서 일하겠다. 전에는 네 분이서 제 주방에서 들킬까 노심초사 일하지 않았느냐. 이번에는 제가 그러겠다. 제가 어머니를 구박했던 것처럼 어머니도 나를 구박하셔도 좋다”며 새우 부모님의 허락을 얻기 위해 부엌일을 자처했다. 채설자(박지영 분)는 “이렇게 된 거, 지지고 볶고 해서 어떻게든 이기라”라며 응원했다.

사진=SBS '기름진 멜로'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기름진 멜로’ 방송 화면 캡처

요리는 화려했고 서풍과 단새우의 로맨스는 담백했다. 이혼의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사귄 이후에는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졌다. 서풍은 아침 일찍 나와 아무도 없는 주방에서 새우만을 위한 요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헝그리웍의 요리사로서 불판 보조인 새우를 대할 때만은 엄격했다.

두칠성(장혁 분)은 단새우 아버지의 도움으로 자이언트 호텔을 낙찰 받았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조폭 동생들과 화룡점정을 찾았다.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먹은 두칠성은 과거 중국집에서 엄마에게 버려졌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자장면이랑 탕수육이랑 이렇게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거 처음 알았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극 초반 두칠성이 단새우에게 첫눈에 반하고 막무가내로 결혼을 하지 말라는 식의 전개는 개연성이 부족했다. 또한 서풍, 두칠성, 단새우 등 세 사람의 삼각관계 구도는 극 후반까지도 별다른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두칠성은 두 사람을 위해 묵묵히 뒤에서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을 삼키기만 할 뿐이었다. 오히려 서풍과의 브로맨스가 빛났다. 계약 관계로 얽혔던 두 사람은 두칠성이 먼저 의리를 보여주면서 형·동생 사이로 바뀌게 됐다. 두칠성은 요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서풍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보살펴줬다. 그러나 이야기 말미까지 두칠성이 크게 주요한 역할을 하지는 못해 배우 장혁의 진가를 충분히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SBS '기름진 멜로'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기름진 멜로’ 방송 화면 캡처

화룡점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자장면, 짬뽕을 단일메뉴로 판매하겠다는 서풍에 반기를 들며 출근을 거부했던 요리사들도 다시 돌아왔다. 여자는 불판이 될 수 없다며 구박을 받던 단새우는 요리사로서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칼판 실수까지 잡아내는 등 주방 일에 전보다 능숙해졌다. 퇴근 시간 후에도 남은 재료로 혼자 남아 연습하는 열정을 드러냈다. 정려원은 사랑스러운 단새우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당찬 단새우까지 소화해냈다. 사랑과 일에 있어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자주인공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서풍은 마지막에 단새우에게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포춘쿠키를 건네며 프로포즈했다. 포춘쿠키 안에는 ‘지금 당신 앞의 사람이 당신의 진짜 사랑이다’라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단새우는 “지금 풍이가 내 옆에 있다”며 주방에서 완성된 요리를 낼 때처럼 “오케이. 서비스”라고 답했고 두 사람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기름진 멜로’는 5.8%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해 방송 내내 5~7%를 보였다. 최종회는 7.0%로 마무리됐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너도 인간이니’(5.4%), MBC ‘검법남녀’(9.6%)에 비하면 무난한 성적이다. 하지만 ‘파스타’ 서숙향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초반부터 뜨거운 웍과 사랑에 집중했다면 시청자들이 좀 더 쉽게 몰입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