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종영] 뭉클한 마지막 재판…성동일이 끌고 김명수·고아라가 밀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오늘이 내 마지막 재판이야.”

지난 16일 막을 내린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에서 배우 성동일이 한 말이다. 극중 한세상 역을 맡은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김명수(임바른 역)와 고아라(박차오름 역)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마지막 회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을 다뤘다. 여론의 관심을 의식해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됐고, 그 과정이 상세하게 담겼다.

검사는 아내에게 20년을 구형했다. 배심원단의 분위기도 아내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박차오름이 나서며 상황은 달라졌다. 박차오름은 증인으로 나온 이웃집 여성에게 사건 당시 아내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경찰과 검사는 하지 않았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아내가 군화를 신은 남편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평소에도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배심원이 회의를 하는 동안 한세상과 박차오름, 임바른도 논의를 했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아내의 무죄를 주장했고, 한세상은 반드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아내의 처지와 사건 당시 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이 종결된 건 아니었지만, 변화의 시작만으로 모두에게 뭉클함을 선사했다.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 “사실은 어디에도 있는 우리의 이야기”

지난 5월 21일 베일을 벗은 ‘미스 함무라비’는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다. 대본을 집필한 작가가 현직 부장 판사라는 사실 때문이다. 동명 소설을 쓴 문유석 판사는 ‘미스 함무라비’의 대본까지 완성해 드라마로 만들었다. ‘미스 함무라비’ 제작진에 따르면 오롯이 문 판사가 집필한 대본으로 촬영을 마쳤다.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현직 부장판사가 겪은 경험과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민사44부에서  민사 소송 재판을 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는 사실 우리 이야기였다. 굵직한 사건 하나로 극을 이어나갔던 그간의 법정물들과 달리 ‘미스 함무라비’는 개인 사이에 일어나는 법정 다툼을 다뤄 사람 냄새가 났다.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 혹은 우리 주변에 일어날 법한 일들을 소재로 삼았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이유다.

법정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도 극에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 회에서 박차오름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위기에 놓이자 젊은 판사들이 하나로 뭉쳤다. 성공충(차순배) 부장 판사로 인해 괴로워하는 동료를 돕기 위해 나선 박차오름.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임바른과 정보왕(류덕환)을 비롯해 젊은 판사들이 징계위원회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차오름에 대한 징계위는 취소됐고, 대신 성공충의 징계위를 열기로 했다. 수석 부장(안내상)의 결단이 돋보였다.

한세상은 배심원단의 회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오늘이 내 마지막 재판”이라고 털어놨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반면 한세상은 담담했다. 그는 앞서 수석 부장에게 “책임자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며 사직 의사를 표했다. 이어 “박차오름과 임바른을 지켜달라”면서 “두 사람이 미래다. 나와 수석 부장은 과거”라고 웃었다.한세상은 “과거가 미래한테 양보하는 게 섭리”라고 강조했다.

한세상은 박차오름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악수를 청했다. 임바른에게도 같은 말을 건넸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한세상의 손을 잡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민사44부 속기 실무관 이도연(이엘리야)은 박차오름과 정보왕의 용기에 힘입어 글을 쓰기로 했다. 그의 첫 작품은 바로 판사들의 이야기였다. 그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미스 함무라비’라는 제목의 극본을 공모전에 제출했다.

미소 짓는 이도연의 모습과 당당하게 걸어오는 한세상·박차오름·임바른의 모습이 겹치면서 극에는 웅장한 기운이 흘렀다.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 “그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미스 함무라비’의 마지막 회는 국민참여 재판부터 성공충 부장판사의 추락, NJ 그룹의 추악한 민낯 등을 비추면서 권선징악의 형태로 끝을 맺었다. 사람 냄새를 녹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고,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극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임바른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지만 놀랍게도 아주 가끔은 바뀐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말이다. 꼭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그런 질문’이라고 읊조렸다. 이어 ‘누군가를 정말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살갗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주권자인 우리 시민들은’이라고도 했다.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늘 건조했던 임바른은 서서히 변했고, 마지막 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부당함에 정면으로 나섰고 한세상 앞에서 눈물도 흘렸다. 그런 임바른을 연기한 김명수 역시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그룹 인피니트 엘이 아니라 연기자 김명수로 우뚝 섰다. 지나치거나 부족함 없이 임바른이란 인물의 매력을 표현했다. 성동일, 고아라, 류덕환 등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극을 이끌었다.

고아라 역시 마찬가지. 첫 회부터 평범하지 않은 행동으로 주위의 이목을 끈 박차오름은 유쾌하고 눈물이 많은 감성적인 인물로, 임바른과 확연히 대비됐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재판 중에도  눈물을 글썽이고, 불의를 보면 맞서 싸워야 속이 풀리는 박차오름을 고아라는 사랑스럽게 완성했다. 자칫 과장했다면 극에 흐름에 방해가 됐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박차오름의 웃음과 눈물에 크게 공감했다.

이 두 사람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면서 극에 중심을 잡은 인물이 성동일이다. 무심해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물러날 때를 알고 움직이는 진정한 선배 한세상의 옷을 입고 날아다녔다. 매회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그의 열연은 마지막 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에 대해 “미래”라며 “지켜달라”고 하는 그의 절제된 연기는 압권이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