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인크레더블 2’, 14년 간 무르익은 1분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인크레더블 2’ 스틸컷

영화 ‘인크레더블 2’ 스틸컷

나의, 혹은 당신의, 혹은 우리의 ‘인크레더블’이 돌아온다. 진즉에 돌아왔어야 할 작품과 마주할 시간이 도래했다. ‘인크레더블 2’는 시간상으로 전편과 맞닿아있다. 스크린에서 1분이 흐르기 위해 무려 14년이 걸린 셈이다. 1편에 매료된 관객과 평단 그 누구도 2편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가늠하지 못했다. 전편에서 15년 간 히어로 직을 은퇴했던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브래드 버드 감독의 평행이론인가?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현실에 가까워지자 재미있지 않았다. 여하튼 브래드 버드 감독이 14년을 무르익혀서 돌아왔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전편에 이어진 ‘언더마이너 사건’의 대처로 인해, 인크레더블 가족은 사회의 마뜩잖은 존재가 된다. 히어로 활동은 불법이 되고,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생계마저 위협받는 순간 솔깃한 제안이 훅 들어온다. 글로벌 기업의 CEO 데버 남매가 추진하는 히어로 합법화 프로젝트다. 그들이 책임자로 엄마 일라스티걸/헬렌(홀리 헌터)을 지목하면서,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밥(크레이그 T. 넬슨)은 육아를 책임지게 된다. 슈퍼 히어로 일라스티걸은 빌런 ‘스크린슬레이버’를 상대하고, 아빠 밥은 한창 사춘기인 바이올렛(사라 보웰)과 나머지 공부가 필요한 대쉬(헉 밀러), 17개월 젖먹이 잭잭(엘리 푸실)을 상대한다. 그 어느 쪽도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인크레더블 2’는 마블의 ‘어벤져스’보다 일찍 협업, 즉 팀플레이를 했다. 마블 시리즈처럼 슈퍼 히어로가 나오고, 쿠키 영상은 없지만 쿠키는 자주 나온다. 인크레더블 시리즈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빌런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한 고민에 빠져있던 일반적인 히어로와 달리 극히 개인적인, 현실적인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삶의 크고 작은 고민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히어로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생각은 주효했다. 관객은 고민의 크기와 종류와는 상관없이 그 안에서 접점을 찾고, 살포시 마음을 얹게 된다.

전편의 말미에서 잭잭은 이미 초능력을 선보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족들만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잭잭의 공격’으로 검증된 초능력은 이번에 제대로 포텐이 터진다. 다른 가족에 비해 초능력의 가짓수가 넘치는 잭잭은 유독 쿠키를 탐한다. 쿠키만 있으면 히어로에서 금세 아기로 복귀한다. 어떤 모습도 그저 사랑스러울 따름이지만. 특히 너구리와의 일전은 2편에서 가장 유쾌한 장면으로 꼽히지 싶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절친 프로존(사무엘 L. 잭슨) 외에도 새로운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보이드, 브릭, 리플럭스, 크러셔, 스크리치, 헬렉트릭스가 바로 그들이다. 각각의 캐릭터적인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으나 이야기에 무난하게 섞여 들어간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도시는 ‘배트맨’의 고담시처럼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매력이 감돈다. 일상복부터 히어로 슈트까지 세심하게 뽑아낸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를 연출한 감독의 경험치는 유려한 액션으로 발휘된다. 1편에 이어 각본을 겸한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 2’에 한껏 공을 들였다. 도자기의 초벌구이, 유약, 재벌구이처럼 견고한 공정이 묵직하게 전해진다.

긴긴 시간 브래드 버드의 애니메이션을 기다렸다. ‘인크레더블 2’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 무엇이라도 환영했을 터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극장의 관객이 아니라 야구장의 관중으로 찾아갔다. 그가 몇 할의 작품을 내놓든 나도 모르게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 때문이다. 특별한 인생 로봇  ‘아톰’ 이후 처음으로 마음을 훔친 로봇이다. 눈물겹도록 아렸던 ‘아이언 자이언트’는 각별한 인생 로봇이 되었다. 그렇지만 브래드 버드의 실사 영화는 극히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고 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인크레더블 2’에서 잭잭은 책을 읽어주던 아빠 밥이 꾸벅 졸자 아빠의 얼굴을 톡톡 치며 잠을 깨운다. 브래드 버드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도록 그를 톡톡 깨워야겠다. 나름의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가령 이렇게 칼럼을 쓴다든지 말이다.

7월 18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미영 작가 stratus@tenasia.co.kr

[박미영 영화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한 작가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진위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텐아시아에서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