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투 제니’, 제법이다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지난 10일 첫방송한 '투제니'의 정채연(왼쪽)과 김성철. / 사진제공=KBS

지난 10일 방송한 ‘투제니’ 첫 회의 정채연(왼쪽)과 김성철. / 사진제공=KBS

여자는 남자의 첫 사랑이다. 고등학생 시절 여자를 짝사랑했던 남자는 10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운명적이며 낭만적인 재회다. 남자는 용기를 내 여자에게 다가간다. 그의 모든 말과 몸짓은 사랑의 표현이다. 그런데 아뿔싸! 여자는 다르다. 여자에겐 모든 게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지난 10일 첫 회를 방송한 KBS2 뮤직드라마 ‘투 제니’의 주인공, 김성철과 정채연의 이야기다.

‘투 제니’는 가수 지망생 박정민(김성철)이 10년 전 짝사랑 권나라(정채연)와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모태솔로인 박정민은 매사에 서툴지만 권나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슴 절절한 음악을 만든다. 권나라는 폭삭 망한 아이돌 가수다. 소속사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기를 위해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한다.

두 사람의 교집합이자 연결고리는 음악이다. 악기 연주에 능한 정민은 나라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겠다며 접근했다. 처음엔 매사가 실수의 연속이었다. 나라 앞에만 서면 정민의 말투는 공손해졌고 목소리는 이상해졌으며 행동은 괴상해졌다. 나라가 갑자기 손을 잡자 그의 얼굴에 마시던 물을 뿜기까지 했다. 그래도 정민은 열심이었다. 편의점 과자 한 봉지를 수업료로 받으며 열심히 나라를 가르쳐줬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졌다.

'투제니'에서 김성철(왼쪽)과 정채연은 기타 레슨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 사진제공=KBS

‘투제니’에서 김성철(왼쪽)과 정채연은 기타 레슨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 사진제공=KBS

정민은 순진했지만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순정을 보여줬지만 그것을 받아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나라에게 뒤늦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도 그를 원망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평범하고 지질할지언정 왜곡된 남성성을 과시하지는 않는 것이다. 첫 회 말미에는 나라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연예인과 스캔들에 휘말면서 나라와 정민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특기할만한 것은 ‘투 제니’가 예능국 PD가 만든 드라마라는 점이다. 박진우 감독은 첫 방송을 앞두고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예능 PD들만이 갖는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스토리텔링의 차별점이 있다”며 “전혀 오그라들지 않고 대중들이 정말로 좋아할 수 있는 뮤직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했다. 두 주인공을 가수 지망생, 아이돌 가수로 설정한 전략은 영리하다. 두 사람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음악이 어우러진다.

작품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거나 실험적인 연출을 보여주려는 시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만 ‘뮤직드라마’라는 낯선 장르가 갖는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자연스럽게 무너뜨리는 데에 집중한다. 선택과 집중의 좋은 예다. 첫사랑, 순애보 등 소재가 주는 기시감은 배우들의 재능으로 극복한다. 뮤지컬 무대를 누비며 활동하던 김성철은 ‘티라미수 케익’ ‘그랩 미(Grab me)’ ‘조심스러운 이유’ ‘논현동 삼겹살’ 등 가요와도 좋은 화학작용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눈길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방송된 프로그램 중 가장 낮았지만 다음 회에 오름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