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첫방] 이병헌, 짧지만 강렬…웅장하고 비장하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 캡처

“조선에서 태어난 건 맞지만 내 조국은 미국이야. 조선은 단 한번도 날 가져본 적이 없어.”

지난 7일 베일을 벗은 tvN 새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 유진 초이 역을 맡은 배우 이병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같이 말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지난해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로 큰 인기를 끈 김은숙 작가와 9년 만에 안방극장에 나서는 이병헌의 만남으로 시작 전부터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신미양요(1871년) 때 미국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서 살게 된 한 조선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년이 바로 유진 초이, 이병헌이다.

첫 회는 미국 해병대 장교로 살고 있는 유진 초이의 모습으로 열었다. 그가 조선으로 가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간은 과거로 흘러 유진 초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부모가 노비여서 천한 신분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유진은 상전의 학대를 피해 어머니의 죽음을 뒤로한 채 도망쳤다. 굶주림에 밭에서 고구마를 훔쳐 먹으면서도 뛰고 또 뛰었다. 그러다 우연히 미국인을 발견하고, 미국 군함에 몸을 실었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 캡처

◆ 눈을 뗄 수 없는 규모와 전개

‘미스터 션샤인’은 등장인물의 현재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과거를 생생하게 다뤘다. 1871년 미국이 조선을 개항시키려고 침략한 신미양요가 중심이 됐다. 엄숙하고 비장한 궁궐과 참혹한 침략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작진은 신미양요와 미국-스페인 전쟁 등 웅장한 규모의 전쟁 장면에서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CG)을 사용해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동안 다른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1900년 전후 격변의 조선을 살아간 의병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공을 들인 만큼 어느 한 장면도 어색하지 않았다. 긴박한 상황과 빼어난 자연이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도 높였다. 약 400억의 제작비를 투입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미국에 도착한 유진의 고단한 여정을 그리면서도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점점 성장하는 유진의 모습을 비추면서 극적인 긴장감도 불어넣었다.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홀로 지내던 유진은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미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 등도 놓치지 않았다. 유진이 조선을 조국으로 인정하지 않게 된 배경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에 붙어서 이익을 챙기려는 이완익(김의성)의 횡포 등이 돋보였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 캡처

◆ 짧지만 강렬한 배우 열전

‘미스터 션샤인’ 첫 회는 과거 위주로 흘러갔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어린 시절이 주를 이뤘다. 특히 유진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상황과 그 과정이 자세하게 담겼다. 아역 배우 김강훈의 열연이 빛났다. 이병헌은 첫 장면에만 나왔는데도 강렬했다.

조국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유진은 미국에서 힘겹게 버틴 끝에 해병대 장교로 성장한다. 그는 조선으로 가게 된 상황에서 “조국으로 가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동료에게 “내 조국은 미국”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늘한 눈빛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고애신 역의 김태리와 김희성을 연기하는 변요한도 극 말미 등장했다. 역시 짧았지만 자신이 맡은 인물의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유쾌한 일식이(김병철)와 춘식이(배정남)는 극에 흥을 불어넣었다. 처참하고 비극적인 현실이 이어지다가도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밖에도 미 해병대 장교 카일 역의 데이비드 맥기니스, 조선 최고의 포수 장승구 역의 최무성,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 황은산 역의 김갑수 등이 작품에 무게를 더했다. 배우 진구와 김지원도 특별출연해 비장한 죽음을 맞았다.

이처럼 ‘미스터 션샤인’의 시작은 약 1시간 내내 존재감이 남다른 배우들의 향연이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