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변산’, 아직 끝이 아니었으면 싶은 이준익의 청춘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변산’ 런칭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변산’ 런칭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서울 출신 고아’에 고시원 거주, 알바 천국, 6년 연속 ‘쇼미더머니’ 탈락 등 한껏 빡쎈 청춘인 학수(박정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고향인 변산의 한 병원에 있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것이다. 서울 출신도 고아도 아니었던 그는 영 내키지 않지만 변산으로 향한다. 학창 시절 미미하게 여겼던 동창 선미(김고은), 덜 위독해 보이는 병상의 아버지(장항선), 오묘한 매력의 첫사랑 미경(신현빈), 학수의 시로 도둑 등단한 선배 원준(김준한), 그리고 어릴 적 자신의 꼬붕이었으나 이제는 조폭 보스가 된 용대(고준)를 만난다. 지우고 싶은 과거의 인물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변산에서 어이없는 사건으로 학수의 발이 묶여버린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극히 현실적인 청춘의 이야기를 예상했다. ‘변산’이라는 실재하는 공간에 구성진 사투리가 더해진 까닭도 있고, 이준익 감독의 이전 작품이 실존 인물인 ‘동주’ ‘박열’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청춘을 다루고 있고 시와 함께 시를 닮은 랩이 등장하지만 ‘변산’은 비극이 아닌 희극이라는 뿌리에서 싹을 틔운다.

영화 초반부 학수의 고단한 청춘이 광고처럼 스치고, 학수의 랩도 드라마와 덜 물려서 몰입에 방해가 됐다. 심지어 학수가 변산에 묶이는 상황 역시 해프닝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해프닝을 변산 사람들이, 정확히는 ‘변산’의 배우들이 천연덕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학수 뿐 아니라 관객마저도 영화 속 ‘변산’에 입성하게 된다.

‘변산’은 과거 축이 강해서 때로는 현실의 이야기가 묻힐 때가 있다. 매끄럽게 갈등이 봉합될 때, 아직 덜 차오른 인물의 감정들이 보인다. 주인공을 포함하여 캐릭터 역시 다소 전형적이다. 그렇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 캐릭터를 살짝 비틀어서 드라마 속에서 성장시킨다. 학수의 랩이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와 물리면서 울림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정민은 변산의 학수로, 홍대의 무명 래퍼 a.k.a 심뻑으로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1인 1역이지만 1인 2역에 가까울 정도다.  그의 랩은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서 무대 장악력은 모르겠으나 스크린 장악력은 괜찮았다. 산문집도 출간한 필력의 주인공답게 랩도 직접 작사했다. 또한 감초 연기로 예측 가능했던 배역들의 웃음보다 여주인공을 맡은 김고은의 연기가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역할을 위해 체중까지 늘린 그녀는 영화 내내 알싸한 매력을 뿜으면서 학수 뿐 아니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일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이 ‘변산’으로 끝이라면 못내 아쉬울 듯싶다. 감독이 그려내는 청춘을 좀 더 보고 싶다. 그것이 ‘동주’ ‘박열’처럼 실존 인물이든 ‘변산’처럼 가공의 인물이든 말이다. 다음 영화인 열네 번째 혹은 그 이후의 영화에서라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맑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영화라서 이 영화의 등급을 잠시 착각할 뻔 했다. ‘변산’은 15세 관람가다. 극장에서 7월 4일부터 학수, 아니 a.k.a 심뻑의 랩을 들을 수 있다.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