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전관예우의 이면..법원 민낯과 희망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가 법원의 씁쓸한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그리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19일 방송을 통해서다.

이날 방송에서는 법원의 전관예우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법조계의 먹이사슬부터 믿고 싶지 않았던 씁쓸한 현실까지 담아냈다.

민사44부는 아세아 화장품 용기 납품 대금 사건을 맡았다.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건 원고 측은 브로커의 말만 믿고 한세상(성동일)과 같은 재판부에 있었다는 전관 변호사 황말동을 수임하고 판사들의 사소하고 의미 없는 행동도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 억측하며 안절부절했다. 전관 변호사라는 이유로 브로커는 진행비까지 과하게 요구했다. 상대측 변호사가 전관이라는 소리에 지레 겁먹은 화장품 회사 측도 업계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수임했다.

부장 판사들의 날선 반응 속에 유일하게 박차오름(고아라)을 따뜻하게 격려했던 감성우 부장이 박차오름을 직접 찾아왔다. 감성우는 “박판사 주심 사건 중에 아세아 화장품이 있는데 다른 뜻은 없고 기록 정확히 봐 달라”고 부탁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실수를 연발하며 한세상의 화만 돋우자 아세아 화장품은 최후의 방법을 동원한 것. 감성우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박차오름이었지만 “지금 제게 청탁하시는 건가요?”라고 잘랐다. 감성우가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을 찾아갔던 사실까지 알아냈다.

박차오름의 내부 고발은 성공충 부장 사건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심각한 일이었지만 지체하지 않고 임바른(김명수)과 한세상을 찾아갔다. 누구보다 감성우를 믿고 싶었던 한세상이지만 감성우는 딸 유학 자금 역시 대표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경계가 없는 게 아니라 개념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불 같이 화낸 한세상은 고뇌 끝에 수석 부장을 찾아갔고, 결국 감성우는 검찰 수사관에게 끌려갔다. 충격으로 얼어붙은 판사들의 냉소 사이 홀로 남은 박차오름. 그 곁을 지키는 건 임바른 뿐이었다.

법원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전관예우는 씁쓸한 이면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미스 함무라비’는 전관예우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담아냈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법원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조명했다. 공포를 조장해 전관 변호사와 수임자를 매칭하는 브로커, 수임료 30%나 떼어주면서도 브로커와 공생해야 하는 변호사, 법원과 검찰 출신들을 법무 실장으로 두고 내부의 움직임을 꿰고 있는 재벌 3세 민용준(이태성), 재벌에게 후한 판결을 하고도 국민 여론을 들었다는 권세중 판사, 경계 없이 재판을 청탁하게 된 감성우까지 법을 둘러싼 현실은 씁쓸했다.

근거 없는 음모 이론이라는 내부의 다수 의견에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를 누군가는 제공해왔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사과 단 한 개가 썩었어도 그 사과는 썩은 사과가 든 상자다. 독이 든 사과라면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률이 어떻든 독사과를 집으면 먹고 죽는다”고 맞서는 박차오름의 목소리는 모든 소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돈도 연줄도 없는 이들은 막연한 분노로 거리로 나서고, 돈이라도 좀 있는 이들은 브로커 말만 믿으며 전관을 찾는데, 정말 힘 있는 사람들은 굳이 로비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들 중 한 사람이 된 판사가 그들을 재판할 테니까”라는 임바른의 현실 인식도 무거웠다.

그럼에도 민사44부의 모습은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서민들과 같은 눈높이로 법과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감정과 원칙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인간적이지만 정으로 원칙을 뭉개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부 고발자가 된 박차오름과 민사44부가 내부의 냉소와 비난에 맞서 법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