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48’ 첫방] 韓日아이돌 ‘문화 차이’와 마지막 기회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Mnet '프로듀스 48' 방송화면 캡처

사진=Mnet ‘프로듀스 48’ 방송화면 캡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애프터스쿨에 합류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가은은 지난 15일 베일을 벗은 Ment ‘프로듀스 48’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은은 “가수로 데뷔했지만 음반 활동은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5년을 기다렸다”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애프터스쿨의 ‘컴백’을 기다리는 나날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프로듀스 48’에 모인 이들이 얼마나 절실한 마음인지 알게 하는 순간이었다.

가은을 비롯해 96명의 참가자들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로듀스 48’에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과 일본 걸그룹 AKB48의 활동 방식을 결합한 프로젝트다. ‘프로듀스 101’의 시즌3격인 셈. 다만 이번에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걸그룹 AKB48를 비롯해 소속 팀 SKE48, NMB48, HKT48, NGT48 등의 멤버들이 대거 참여했다. 국내 시청자들은 투표를 통해 국적과 관계없이 12명을 뽑고, 이들은 2년 6개월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사진=Mnet '프로듀스 48' 방송화면 캡처

사진=Mnet ‘프로듀스 48’ 방송화면 캡처

◆ 국적은 달라도 꿈은 같다

첫 회에서는 96명의 참가자들을 두루 조명했다. 차례로 스튜디오에 들어서며 들뜨고 긴장된 표정을 번갈아 지었다. 일부 연습생들이 시선을 모았다.

YG케이플러스 소속 연습생으로 나온 최연수는 “아빠가 아니라 나를 알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방송 활동으로 더 유명해진 최현석 셰프의 딸이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 한초원도 등장과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멋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시즌1, 2와 마찬가지로 연습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특히 일본에서온 참가자들이 등장하자 한국 연습생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중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활동 중인 마츠이 쥬리나와 미야와키 사쿠라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두 사람은 다른 연습생들의 예상을 깨고 1등 자리에 앉지 않았다. 쥬리나는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연습생들을 보니까 모두 예쁘고 힘이 느껴져서 (1위 자리에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가장 궁금했던 1등 자리는 개인 연습생 박서영이 앉았다. 그는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한 이력을 공개했다.

‘프로듀스 101’의 시즌1과 2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아이오아이 전소미와 워너원 강다니엘이 출연해 연습생들에게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한성수 대표와 AKB48을 제작한 일본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를 중심으로 트레이너로 활약할 밴드 FT아일랜드 이홍기, 가수 소유, 래퍼 치타, 안무가 배윤정·최영준·메이제이 리 등을 소개했다.

사진=Mnet '프로듀스 48' 방송화면 캡처

사진=Mnet ‘프로듀스 48’ 방송화면 캡처

◆ 울다가 웃다가, ‘프로듀스’ 시리즈의 힘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뒤 등급 평가로 이어졌고, ‘프로듀스 48’은 본격 시작을 알렸다. 등급은 A부터 F까지로 나뉘었다. 배윤정의 카리스마, 이홍기의 일본어 실력, 소유의 배려가 돋보였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왕이런·김시현·최예나는 출중한 춤 실력을 보여줬다. 최예나는 A, 왕이런과 김시현은 모두 B를 받았다. 연달아 등장한 울림과 WM 소속 연습생들도 “준비가 다 됐는데 어째서 데뷔를 안 했느냐”는 호평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지켜본 일본 연습생들은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러면 반칙”이라며 한국 연습생들의 실력에 놀라워했다. 모두가 인정받은 건 아니다. 페이브 신수현, 에잇디 강혜원 등을 포함해 여러 연습생들이 혹평을 들었다.

다음은 일본 연습생들의 춤과 안무가 이어졌다. 일본은 기획사 소속이 돼도 트레이너를 두고 연습을 시키지 않는다. 등급 심사를 맡은 트레이너들도 이를 감안하고 심사를 했다. 그럼에도 배윤정, 치타는 얼굴을 찌푸리며 “기대 이하”라고 평가했다.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안준영 PD는 일본 연습생들의 부족한 기본기에 대해 언급했다. 안 PD는 “한국은 연습생 때부터 기본부터 연습을 하지만 일본은 데뷔 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급기야 배윤정은 HKT48의 춤과 노래를 보고 “궁금한 게 있다.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면 오디션을 봤을 것인데, 뭘로 뽑힌 것이냐”고 물었다. 멤버들은 경직된 표정과 말투로 “(일본에서) 춤과 노래로 뽑혔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멤버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안준영 PD가 말한 ‘문화의 차이’는 트레이너들에게도 큰 숙제였다. HKT48을 비롯해 여러 일본의 연습생은 “(일본은) 안무를 딱 맞춰서 추는 것보다 애교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윤정은 “문화의 차이구나”라고 납득했다.

일본 연습생들의 얼굴은 계속 어두워졌고, 마츠이 쥬리나는 “자신의 팀에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는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을 때 나 역시 슬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연습생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모토무라 아오이는 “데뷔한지 7년이 됐는데 ‘이렇게 안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다수의 일본 연습생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 연습생은 “일본에서는 팬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한국 연습생들의 춤과 안무를 보니 일본과 레벨이 다르다는 걸 느껴서 풀이 죽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본 아이돌만의 매력을 보여준 연습생도 나타났다. NGT48의 야마다 노에가 그 주인공. 그는 특유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모든 이들을 웃게 했다. 트레이너들은 “마치 한국 걸그룹 모모랜드 주이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밖에도 HOW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유민영, 왕크어, 김민서가 주목받았다. 다른 연습생들과 다른 전략으로 개그우먼 5인이 뭉쳐 만든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의 ‘셀럽파이브’를 선곡해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코믹한 매력을 추가해 점수를 얻은 것이다. 덕분에 유민영은 A등급을 거머쥐었다.

등급 평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팬을 보유한 미야와키 사쿠라, 마츠이 쥬리나의 순서에서 멈췄다. 두 사람은 각각 HKT48과 SKE48에 속한 멤버다. 2008년에 데뷔한 마츠이 쥬리나와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미야와키 사쿠라가 보여줄 춤과 노래에 트레이너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는 2회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프로듀스 48’ 첫 회는 웃고 울리며 마무리 지었다. “활동을 하지 못해서 답답했다. 마지막 기회를 꼭 잡겠다”는 이가은의 눈물과 “일본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진 미야와키 사쿠라의 진심이 경합의 시작을 풍성하게 했다. 아울러 앞선 시즌과 비교해, 참가자들의 분량의 차이는 적었다. 제작진이 연습생들을 골고루 조명하면서 친절하게 소개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방송이 끝난 뒤 공개된 순위에 따르면 1등은 미야와키 사쿠라, 2등은 안유진, 3등은 장원영이 차지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