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츠’ 종영]박형식의 선택과 연기, 판을 흔들다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4일 방영된 KBS2 '슈츠' 방송화면 캡처.

지난 14일 방영된 KBS2 ‘슈츠’ 방송화면 캡처.

잘 만든 정장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듯 했다. KBS2 수목드라마 ‘슈츠’의 최종회는 첫 회의 궁금증을 깔끔하게 해소한 채 막을 내렸다. 지난 14일 종영한 ‘슈츠’는 1회에서 어쩌다 최강석(장동건)이 교도소에 있는 고연우(박형식)를 만나러 갔는지, 죄수 고연우는 왜 최강석을 보고 미소를 지었는지에 대한 답을 세세하면서도 극적으로 전개했다.

‘슈츠’의 마지막은 ‘삶은 당신에게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란 제목처럼 변화무쌍하게 펼쳐졌다. 먼저 함 대표(김영호)는 고연우가 가짜 변호사임을 폭로했다. 이에 강하연(진희경)은 화를 냈고 김지나(고성희)는 충격을 받았다. 김지나는 사과하는 고연우에게 “사과하지 말아요. 아직 사과 안 받을 거니까. 그런데 나 기다릴 거에요”라며 눈물을 머금고 떠났다.

최강석은 파트너 총회에서 “강&함과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김&조의 막대한 재정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며 “함 대표의 목적은 강&함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강&함의 모든 파트너들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연우는 회사를 두 번씩이나 위기에서 구했다”며 고연우의 변호를 맡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파트너들의 만장일치로 그는 고연우의 변호를 맡게됐다.

그러나 자수하러 간 고연우가 마주하게 된 변호사는 채근식(최귀화)이었다.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만 고연우 할머니의 장례를 최강석이 살펴주고 있었기 때문. 상주 완장을 직접 채워주는 최강석에게 고연우는 숨죽여 울며 “저희 할머니 모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이라고 말했다.

다시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선 고연우는 최후 진술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지만 선처를 바라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왜냐고 묻는 판사에게 고연우는 “살면서 항상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라며 “할머니께서는 사람은 얽힌 게 있으면 천천히 다시 풀고 다시 하면 되는 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오늘 이 자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진짜 기회인 것 같아서요”라고 했다. 그에겐 징역 2년이 선고됐다.

고연우의 출소일. 최강석은 예전처럼 고연우 앞에서 카드를 펼쳐보이며 한 장의 카드만을 골라보라고 했다. 고연우는 주어진 카들 고르는 대신 “제가 카드를 쥐고 판을 흔드는 사람이 되어야죠”라고 답했다. 예전 최강석이 했던 말 그대로였다.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둘은 교도소를 유쾌하게 빠져나왔다.

박형식의 고연우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생생하게 살아 숨쉬었다. 할머니에게 교도소에 가야 한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 없어 유학을 간다며 안심시킨 후 터져나오는 울음을 끝내 참지 못했던 장면,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얼굴까지 하얗게 질려서 울었던 장면 등은 몰입감을 끌어 올리기에 충분했다. 박형식은 고연우의 슬픔 속으로 시청자들을 빨아 들이다가도 최강석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출소하는 후반부에서는 미소짓게 만들었다. 한 회당 약 100여 쪽이 넘는 대사를 현실처럼 자연스레 풀어내며 ‘가짜 변호사’ 캐릭터의 진심을 표현해 연기력을 증명했다. 배우로서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성과였다.

강&함의 강하연 대표를 연기한 진희경 또한 ‘슈츠’의 한 축이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최고커플'(최강석+고연우)과 2인자 채근식 사이에서 진중하게 균형을 잡았던 진희경과 전작 ‘쌈, 마이웨이’의 집주인 가나코 황(황복희)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다. 많은 팬들을 만들어 낸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국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의 세련된 쓰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였다.

‘최고커플’의 투닥거림이 ‘슈츠’를 보는 맛 중 하나였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또 다른 커플, 고연우와 김지나 커플의 로맨스도 재미를 더했다. 고연우라는 비현실적 인물이 가진 모순적 리얼리티 또한 시선을 붙드는 ‘슈츠’의 힘이었다. 고연우는 한번 보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적 기억력을 가진 인물로, 현실에서는 외계인처럼 보기 드문 존재다. 그러나 이 영화 같은 인물도 살면서 길을 잃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보통 사람처럼 주저앉고 여기저기 흉이 진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 새 출발을 앞둔 고연우를 비추며 ‘슈츠’는 첫 회에서도, 마지막 회에서도 “당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슈츠’의 후속으로는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오는 7월 4일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