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아기 공룡 블루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파충류가 끔찍이도 싫었다. 어릴 적 찌릿찌릿했던 미드 ‘브이(V)’에서 인간의 탈을 쓴 파충류 외계인 다이애나 탓이다. 외모도 성격도 화끈한 이 언니의 얼굴 가죽이 죽 벗겨지는 장면과 쥐를 쑥 삼키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모골이 송연했다. 드라마도 저녁밥도 포기할 수 없어서, 엄마에게 ‘브이’를 보기 전에 저녁을 먹자고 재촉했다. 강렬한 다이애나 효과로 내가 먹는 음식에 ‘브이’의 잔상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파충류에 등을 돌리고 살다가, 어느 날 만화 ‘아기공룡 둘리’를 봤다. 짠내를 풀풀 풍기는 악역 길동 씨가 가장 매력적이긴 했으나, 우리의 주인공 둘리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둘리 덕분에, 관심이 1도 없던 공룡의 세계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 사실 둘리는 거대 파충류인 공룡 치고는 똥글똥글한 외양이 포유류에 가깝다. 그래서 거부감이 소거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앞머리는 이러하다. 폐쇄된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가 위치한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화산 폭발 징후가 감지된다. 섬에 남겨진 공룡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공룡 보호단체의 대표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오웬(크리스 프랫)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자신이 길들였던 랩터 블루를 떠올리며 섬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이들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이번 편의 나쁜 공룡 대표는 쥬라기 시리즈의 신입 공룡인 ‘인도 랩터’다. 사실 공룡은 그저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초식과 육식이라는 기준으로 선악의 대척점에 둘 수 없다. 늘 그렇듯 나쁜 인간들이 악역이다. 공룡을 세상 속에 다시 등장시켰다는 이유로, 조물주처럼 아니 조물주도 하지 않았을 공룡의 본능마저 조정하려고 하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문제인 것이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쥬라기 시리즈로 보자면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전편인 ‘쥬라기 월드’보다 시리즈의 1편 격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 더 밀착해 있다. ‘더 임파서블’ ‘몬스터 콜’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극명해졌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스펙터클한 풍경보다 그 풍경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의 감정을 무게중심으로 두기 때문이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관계에 집중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룡 사이에 조금 더 깊은 시선을 심어 놓는다.

쥬라기 시리즈에는 없던, 이름을 가진 공룡이 부각된다. 바로 ‘블루’다. 물론 블루는 전편에서 같은 랩터인 찰리, 에코, 델타처럼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 홀로 남은 랩터는 어린 시절까지 등장하면서 특별한 공룡이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이 된다. 그의 엄마이면서 아빠 격인 오웬도 심쿵했을 아기 공룡 블루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다. ‘쥬라기 공원’에서 쥬라기 공원의 설립자 존 해몬드가 알에서 막 부화한 아기 공룡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5편을 보고 나서야 존 해몬드의 마음에 닿은 듯싶다. 어쩌면 이 어마어마한 시리즈를 출발시킨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음일지도.

‘쥬라기 월드 3(제목 미정)’은 3년 후인 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시리즈 내내 테마파크에 묶여있던 공룡들이 드디어 인간들의 세상으로 들어온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던 시대는 없었으므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듯싶다. 3편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블루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다.

우선 오늘 당장이라도, 다시 한 번 가야겠다. 오웬이 블루를 구하러 섬으로 가듯, 나는 블루를 만나러 극장으로. 3년은 너무 길다. 아기 공룡 블루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하고 싶다.

박미영 작가 stratus@tenasia.co.kr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텐아시아에서 영화 관련 글쓰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