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점] ‘밴드의 시대’ 방송사가 甲이 아니라 밴드가 甲이 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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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와 〈나는 가수다〉의 후속 시즌이 불투명하게 된 후 아쉬운 소리들이 들려왔다. 유명 가수와 밴드들이 ‘남의 노래’로 경연을 한다는 것은 논란이 됐지만, 평소 공중파에서 보기 힘든 그들의 라이브 무대가 TV에 마련된다는 것은 여전히 환영할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댄스에 익숙해진 TV는 여전히 밴드 음악에 박하다. 이제는 멋지게 연출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Mnet에서 방영 중인 〈MUST 밴드의 시대〉(이하 밴드의 시대)는 록밴드의 퍼포먼스를 꽤 멋지게 잡아낸다. 지난 5월 21일 첫 방송된 〈밴드의 시대〉의 론칭 소식이 들렸을 때 음악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델리 스파이스, 3호선버터플라이, 피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한 인디 신의 밴드들이 서바이벌 무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명 밴드들이 경연을 펼친 KBS 밴드 서바이벌 〈탑밴드〉의 경우에는 이미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디 신에서 인정을 받은 팀들이 흥밋거리로 보일 수 있는 공중파 오디션을 치른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탑 밴드>를 통해서라도 이들의 음악이 알려질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부딪쳤기 때문이다. 〈밴드의 시대〉는 이런 논란이 될 소지를 ‘멋진 그림’으로 돌파하고 있다.

〈밴드의 시대〉는 매 회마다 주어지는 미션을 바탕으로 밴드들이 대결을 벌인다. 여기까지는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기존의 서바이벌 방송과 다른 점은 무대 연출에 있어서 밴드들의 개성이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금기’를 미션으로 했던 무대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은 기타를 부수고 드럼으로 뛰어드는 등 기존에 방송에서 보기 힘든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 씨는 “외국의 지미 헨드릭스나 후(The Who)처럼 제대로 일렉트릭기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수용한 것은 한국 방송사 초유의 일”이라며 “제작진 측에서 밴드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외에 3호선버터플라이의 리더 성기완은 산울림의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를 연주하면서 기타 이펙터 ‘토크박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앨범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3호선버터플라이의 음악이 방송에서도 멋진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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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기타를 부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

〈밴드의 시대〉 무대 연출을 맡은 윤신혜 CP는 “애초의 기획 의도는 서바이벌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방송에서 밴드를 최대한 돋보이게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밴드가 가진 고유의 역량을 잘 살려야 했다”고 말했다. 무대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우리가 생각한 화려한 그림을 고집하지 않고 밴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에 집중하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김작가 씨는 “〈밴드의 시대〉는 무대 연출에 있어서 방송사가 갑이 아니라 밴드가 갑이 되는 방식이 획기적이다. 밴드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밴드를 포착하는 카메라 앵글과 음향도 수준급이다. Mnet 라이브 프로그램 〈윤도현의 MUST〉 때부터 무대 연출을 책임져온 〈밴드의 시대〉 팀은 국내 TV 방송 중 밴드의 퍼포먼스를 가장 멋지게 포착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 CP는 “밴드의 특성상 보컬에 집중하지 않고 기타, 베이스, 드럼 등 모두가 하나의 팀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윤도현의 MUST〉 때부터 현장감을 잘 살리려고 했던 노하우가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규성 씨는 “무엇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 연출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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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시대〉 실력파 신인을 알리는 데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인디 신에서 각광받고 있는 로큰롤 라디오, 쏜애플 등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에서 패기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자작곡이 아닌 커버곡으로 서바이벌을 치른다는 룰은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 지난 1997년 인디밴드 최초로 순위프로그램에 출연해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황신혜 밴드의 리더 김형태 씨는 “밴드의 상상력을 살려주는 연출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송국의 인프라는 이미 갖춰졌다고 본다. 밴드를 존중하는 연출자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CP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밴드 음악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서바이벌이라는 장치를 가져온 것은 아쉽지만 결과물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이다. 〈밴드의 시대〉가 하반기 Mnet에서 밴드음악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밴드의 시대〉는 다음주부터 데이브레이크, 로맨틱펀치, 갤럭시 익스프레스, 장미여관, 3호선버터플라이, 브로큰 발렌타인이 참여한 가운데 자작곡으로 승부를 펼치는 세미 파이널에 돌입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