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수지에게 물었다. “스무 살의 인생은 어떤가요?”

<구가의 서> 수지

<구가의 서> 에서 여울을 연기한 수지

스무 살. 참 아름다운 나이. 멀게만 느껴지던 자유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기. 그러나 아직은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못한 설익은 시기. 나도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나를 찾아내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두근거리는 시기.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열아홉에서 스무 살로 도약하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때 이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더 특별한 스무 살을 맞이한 이가 있었다.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으로 국민 첫사랑이란, 어마어마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수지.

갑자기 커져버린 세간의 관심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국민 첫사랑 이름값을 하는 벅찬 스케줄을 뒤로 미룬 채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일상에 흘깃 눈이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욕심은 순간의 투정에 불과할 뿐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더 잘 하고 싶다는 조급함을 다독이는 것도 벅차다는 스무 살의 수지. 그녀를 만나 물어보았다.

당신의 스무 살, 어떤가요?

Q. 먼저 25일 종영한 MBC 드라마<구가의 서> 여울이를 보내는 심정을 물어보아야 겠다. 
수지 : 시간이 훅 간 것 같다. 시작 할 때는 ‘언제 끝나나’ 했는데 말이죠. 스태프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끝나서 아쉽기도 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마음에 아쉽기도 하고.

Q. 지금 표정은 아직 여울이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보인다.
수지 : 맞다. 아직 여울이인 것 같다. (뭔가 묘한 표정으로) 한복 벗고 원피스 입은 게 너무 오랜만이다.

Q. 혹시 지금 울려고 하는 건 아니죠?
수지 : 아니에요. 아니에요(웃음).

Q. 지난 5월 기자회견 때, 갑자기 눈물을 보이지 않았나. 너무 놀랐다. 왜 그랬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수지 :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잠도 많이 못 잤고, 부담감이 있었다. 부담감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마음먹은 대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처럼 안 될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또 옆에서 (이승기가) 위로해주니까 더더욱 그렇게 됐다.

<구가의 서> 수지

<구가의 서>에서 여울을 연기한 수지

Q. 갑작스러운 인기가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나.
수지 :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그 행복 탓에 두려운 마음도 든다.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너무 감사한다. 그래서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완벽해야만 해’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부담감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Q. 지금의 순간을 영원히 박제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혹시 드나.
수지 : 딱히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박제보다는 오히려 이미지 변신도 해보고 싶고, 다른 보여줄 것도 많다. 차근차근 하고 싶다.

Q. <구가의 서> 여울로 살면서 배우 배수지는 얼마나 성장했나.
수지 : 처음으로 느낀 것이 있다. 여울이의 시각에서 강치를 사랑한 것 같은 느낌. 예전 작품에서는 연기하기 급급하고 감독님 말 생각하고 대사 외우고 이런 것에 혼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여울이가 돼 강치를 보는 기분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너무 신기하더라. 눈물이 안 나도 되는데 눈물이 나고, 화가 나고 짜증나고 그런 감정이 들더라.

Q. 연기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다.
수지 : 그렇지만,연기는 역시 어렵다.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감독님이 ‘잘 했다’ 한 마디 해주면 너무 좋다. 마음고생이 다 끝난다.

Q. 신우철 PD 에게 어떤 칭찬을 들었나.
수지 : ‘여울이, 이 신에서 잘 했어’ 이런 칭찬. 몇 번 들었다. 그날은 너무 기분이 좋아 잠은 다 잤다(웃음).

Q. 본인이 연기 해놓고도 마음에 쏙 들었던 신은 무엇이었나.
수지 : 11회에서 강치(이승기)가 청조(이유비)랑 떠난다고 할 때, 처음으로 강치한테 서럽고 화가 나서 소리 지르는 장면. 바로 그 장면에서 진짜 너무 화가 났다. 그 장면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또 24일 방송됐던 23부에서 강치가 이별 통보하는 신도 마음에 들었다. 대본을 본 순간부터 슬펐다. 참, 강치와의 키스신도 예쁘게 나온 것 같다.

Q. 사이사이 강치와의 오글거리는 장면들도 있었다.
수지 : 정말이지 하다가 죽을 뻔 했다니까요(웃음). 키스신도 ‘그래, 뭐 할 수 있어!’ 라면서 했다. ‘약속 약속’ 하는 장면도 까짓것 했다. 그런데 강치를 툭 치며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는 ‘진짜 큰일이다’ 했다(웃음). 민망해서. 그래도 여성스럽게 나온 것 같아 좋았다.

Q. 이승기는 실제 수지도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극중 여울과 강치의 케미(화학작용)가 좋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직접 만나본 승기는 어땠나.
수지 : 저도 여울이로 강치를 좋아했다. 지금은 다들 둘의 케미가 산다고 하시지만, 실은 초반만 해도 감독님이 여울이가 강치를 좀 더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말 강치를 사랑하려 노력했다. 나중에 진짜 그렇게 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감정이 작품 밖으로 연결 되냐고? 연결이…안 되는 것 같다(웃음). 물론 당연히 좋은 감정은 있다. 착한 오빠다. 배려심도 너무나 많고.

<구가의 서> 수지

<구가의 서>에서 여울을 연기한 수지

Q. 올해 스무 살이 됐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가. 인생이 바뀌던가.
수지 : 앞자리 숫자가 바뀌니까 아무래도 저질체력이 되더라. 어느 새 뻗어있고, 다시 일어날 힘이 없다. 자주 까먹기도 한다. 긍정적인 것으로는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도 갖게 된다. 그게 이 직업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물론 너무  빨리 알아버리는 것 같아 싫기도 하지만.

Q. 스무살 수지의 성격은 어떤가. 
수지 : 내 성격을 나도 잘 모르겠다. 매일 바뀐다. 요즘 들어서 새로 발견한 내 성격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는 것. 그러나 또 내 마음을 티를 잘 안내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쌓이고 쌓이다보니까 내가 못 견딜 것 같더라. 어느 정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그게 또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은 주로 누구에게 하나.
수지 : 연습생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나, 회사에서 인턴 했던 언니나. 오래 알았던 친구들. 원래는 그 친구들에게도 ‘일이 힘들어’ 이런 이야기는 잘 안한다. 그들은 그들의 생활이 있고, 또 나는 나의 생활이 있으니까. 하지만 최근에 한 번 이제는 터놓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긴 하다.

Q. 최근 가장 극도로 감정표현을 한 일은 언제인가.
수지 : <구가의 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와’ 외쳤던 것이다. 감독님이 그렇게 좋냐고 하셨다. ‘아니에요. 눈물 나와요’ 했는데, 입은 웃고 있었다(웃음).

Q. 가수 활동이 그립지는 않나. 아니면, 흔히들 가수 하다가 배우가 되면 이후로 연기만 고집한다는, 일명 배우병에 걸리게 된다고 하던데.
수지 : 흐흐.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지금 앨범 내고 활동하고 싶다. 재미있는게 드라마 촬영하면서 음악방송을 보면 ‘난 왜 여기있지’하는 생각이 들고, 또 막상 가수활동을 하면 연기해보고 싶다 한다.

Q. 아티스트 수지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수지 : 미쓰에이의 색깔을 분명하게 찾고 싶다. 옛날에는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미쓰에이만의 것을 찾아 쭉 밀고 나가고 싶다. 아주 강렬한 것이거나 섹시라던가.

Q. 스무살이니 이제 섹시에 대한 욕심이 들 법도 하다.
수지 : 섹시함은 굉장한 매력이니까. 하지만 ‘무조건 섹시해야 돼’ 이런 건 아니다. 음악에 맞는 의상과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무대의상은 무대의상같이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흠, 낯간지럽지만 묻고 싶다. 본인이 예쁜 걸 아나.
수지 : 네?(웃음)

Q. 예쁘다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지겹지 않겠지.
수지 : 하하. 그렇다. 너무 좋다. 그냥 막연하게. 질리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Q. 또래들이 경험하는 대학생활을 하지 못해 아쉽지는 않을까.
수지 : 물론 아쉽다. 대학에 가서 수업을 받고 싶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벅차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싶다.

Q. 아직 나이도 어린데, 빡빡한 스케줄 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수지 : 힘들다. 하지만 즐기자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버틴다. 사랑을 많이 주실 때 감사하게 생각하자, 투정부리지 말자. 이런 생각을 한다.

Q. 그래도 벅차고 힘들 때는 어떤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다잡나.
수지 : 옛날에 쓴 일기를 펼쳐 본다. 빡빡한 스케줄을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내가 뭘 추구하고 있었는지를 잊게 되지만, 일기장을 펼쳐보면 다시 과거의 꿈을 일깨울 수 있다. 일기에는, 과거의 오글거리는 다짐들이 적혀 있다. 좌우명도 있고, 어떤 스케줄을 가기 전 준비해야할 것들도 적어뒀다.

Q. 스무 살 수지, 술도 마시나?
수지 : 마신다(웃음). 주량은 잘 모르겠다. 많이 마시지는 못하는 것 같다.

Q. 휴식시간에는 주로 뭐하나.
수지 : 휴식시간이 없기는 하지만(웃음), 시간이 남으면 영화도 보고 수다 떨고 한강에 나가 걷기도 한다.

Q. 드라마가 끝난 시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수지 : 못했던 운동들. 배우지 못한 레슨들. 못 만났던 친구들. 못 봤던 영화들. 그리고 집에 맡겨둔 강아지을 챙기고 싶다.

<구가의 서>의 이승기와 수지

<구가의 서>에서 강치와 여울을 연기한 이승기와 수지

Q. 스무 살이 됐으니 이제 당당하게 묻겠다. 연애는 안 하나?
수지 : 안 한다.

Q. 그렇다면 이상형은?
수지 :  친구 같은 사람.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알콩달콩, 오글거리는 연애 말고 편안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다.

Q. 연애도 안 한다고 하니, 혹 일탈을 하고 싶은 순간은?
수지 : 없다. 지금은 정신줄을 잡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웃음).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