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실패해도 괜찮아…고아라·김명수의 대견한 첫걸음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 캡처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 출연하는 고아라, 김명수의 무모한 도전이 실패해서 더 빛났다.

지난 4일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에서는전체판사회의를 소집한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명수)의 도전이 담겼다. 끝내 불발로 그쳤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다행히 전체판사회의 소집 요건인 5분의 1의 동의를 얻었지만 회는 과반수가 출석해야 열린다. 두 사람은 안내 전단지를 돌리고, 점심시간 마다 동호회를 쫓아다니는 등 판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하지만 성공충(차순배)이 홍은지(차수연)를 찾아가 무릎을 꿇는 쇼까지 펼치며 법원 내 여론을 뒤집었다. 게다가 기자들을 만나 박차오름의 이야기를 슬쩍 흘리기까지 해 분노를 자아냈다. 결국 박차오름의 돌발 행동과 1인 시위 할머니를 도우려던 행동은 악의적으로 기사화 되며 위기를 맞았다.

수석부장(안내상)에게 불려간 박차오름은 “제 선의가 문제가 된다면 책임지겠다. 하지만 성부장님의 악의도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세상(성동일)을 찾아가 부장 판사들을 설득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전체판사회의 당일, 채워질 리 없어 보이던 빈자리는 한세상과 함께 온 부장 판사들과 바쁜 일을 제치고 선뜻 찾아준 동료 판사들로 가득 찼다. 비록 정족수에 20명 넘게 모자라 회의는 열리지 못했지만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고요히 고여 있던 법원이라는 철옹성에 균열을 일으켰다.

법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앞으로 나간 박차오름은 “훌륭하신 부장님들이 마음의 여유 한 점 없이 사건 처리에 쫓기는 구조가 싫다. 이기기 위한 욕망이나 낙오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다는 보람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웃으면서 철수할 수 있다. 이미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첫 발을 내딛었으니까”라는 말로 박수를 받았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과정은 법원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동료 판사들의 입장을 이해했고,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은 배워나갔다. 그 결과 편 가르기라는 오해를 없애고 부장과 배석 판사들 모두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세대 간의 소통과 법원의 변화를 이끌어낼 청춘 판사들의 첫 걸음이기에 실패가 아닌 다음을 향한 희망이었다.

한세상의 존재감도 빛났다. 성공을 위해 후배를 착취하는 성공충,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절대 나서지 않는 조영진,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수석부장까지 현실적이어서 더 분노를 자아낸 이들 가운데,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중심을 잡아주고 결정적인 순간 도움까지 주는 한세상의 모습은 철옹성 같은 법원 안에서 민사 44부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