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스타] ‘10+Star 커버스토리’ 기억해, 나인뮤지스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나인뮤지스/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2010년 데뷔해 올해 8주년을 맞은 그룹 나인뮤지스의 소진(왼쪽부터), 경리, 혜미, 금조./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쉽게 영원을 약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려고 이를 악문다. 그룹 나인뮤지스의 이야기다.

2010년 데뷔한 나인뮤지스는 ‘모델돌’이라고 불렸다. 멤버 모두가 큰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가져서였다.  아홉 멤버들이 무대에 서면 압도적인 아우라가 풍겨 나왔다. ‘돌스(Dolls)’ ‘와일드(Wild)’ ‘티켓(Ticket)’ 등 세련된 노래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아이돌 팬들과 평론가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1위 곡은 없었지만 숨은 명곡이 많다는 평가가 늘 뒤따랐다. 하지만 가요계는 전쟁터 같은 곳이다. 이른바 ‘대박곡’이 없다는 시선이 굴레처럼 나인뮤지스를 옭아맸다. 그래도 나인뮤지스는 씩씩하다.

“높은 성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무엇보다 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1위도 하고 싶어요.”(금조)

“모든 사람들이 1위를 할 순 없잖아요. 1등이 쉬운 거라면 사람들 모두 전교 1등 한 번 씩 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경리)

멤버들의 탈퇴와 영입도 잦았다. 데뷔 때부터 팀을 지키고 있는 멤버는 리더인 혜미가 유일하다. “풍파가 많은 편이었잖아요. 그런데도 떠나지 않고 우리 곁을 지켜주는 팬들이 늘 대단하게 느껴져요.”(혜미) 나인뮤지스와 팬들의 관계는 애틋할 수밖에 없다. 공백 기간에도 팬카페 채팅이나 V앱 방송, SNS를 통해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한다. 팬들에게 좋은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나인뮤지스를 만났다.

나인뮤지스/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소진(왼쪽)과 현아는 데뷔 전부터 친구 사이였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경리 금조/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경리(왼쪽)는 금조의 인터뷰를 지켜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반가운 소식 하나. 나인뮤지스는 최근 새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녹음을 마친 곡도 있다. 아직 타이틀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멤버들 모두 “계절감을 잘 살린 음반이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소진은 “팬들이 우리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너무나 잘 안다”며 “투정 없이 기다려주는 팬들이라 더욱 힘내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성에 대한 멤버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혜미는 “멤버들 모두 노래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공백 기간에도 레슨과 개인 작업을 이어가며 실력을 다졌다.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순위가 안 좋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을 수 있어요.”(금조)

◆ 혜미 절 가장 많이 신경 써주신다는 거, 저도 알아요.”

나인뮤지스 혜미/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나인뮤지스 원년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팀을 지키고 있는 혜미.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혜미는 올해 초 슬럼프를 겪었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생긴 슬럼프다. 혜미는 무기력함에 시달렸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간 표혜미의 존재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슬럼프는 뷰티프로그램 MC 제안이 들어오면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혜미는 레슨과 운동, 취미 생활로 무기력을 떨쳐 내고 있다. 집안일을 제일 싫어한 그였지만 집안일을 하면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 요즘엔 나인뮤지스 멤버들과 다 같이 춤을 배우고 있다. 팬들에게 보여줄 커버 댄스 영상을 찍기 위해 시작한 레슨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멤버들은 춤 선생님과 레슨 시간을 조율하느라 바빴다. 혜미는 “실력이 느는 것도 신기하고 멤버들과 다같이 배우는 게 즐겁기도 하다”며 웃었다.

혜미는 나인뮤지스의 유일한 원년 멤버로, 지난해 소속사와 재계약했다. 재계약 전에도 그는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가수로서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재계약을 선택한 건 나인뮤지스로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2015년 팀에 합류한 금조와 소진도 눈에 밟혔다. “저까지 나가게 되면 사실상 팀을 유지하는 건 힘든 상태였어요. 이제 막 꿈을 이룬 친구들인데, 그러면 너무 빨리 접게 되는 거잖아요.”

나인뮤지스 소진(왼쪽) 혜미/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소진(왼쪽)은 “혜미(오른쪽)가 먼저 데뷔한 게 날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다”며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랐다”고 했다./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팬들은 그런 혜미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제게 가장 마음을 많이 써주신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감사해요.” 9인조에서 4인조로 줄었지만 혜미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섹시 콘셉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제가 1991년생인데, 스무 살에 데뷔했거든요. 동갑인 민하랑 ‘우리 2000년생이 데뷔하면 (가수) 그만하자’는 얘기를 농담으로 했는데, 어느 순간 어린 친구들이 너무 많아졌더라고요. 하하. 그걸 깨닫고 나서 두 가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나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구나’와 ‘이 나이에 내가 주책인가?’ 하하. 그래도 전자가 더 컸으니까 지금까지 활동을 하는 거겠죠?”

혜미는 요즘 자존감을 지키는 법을 알고 싶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공백이 길어지면서, 객관적인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조금씩 자존감이 깎여갔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기회가 없을까’에서 시작된 고민은 ‘내가 조금만 더 어리거나 능력이 좋았다면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로 이어지곤 했다. “다른 멤버들은 (자존감이 낮아질 때) 어떻게 한대요?” 혜미는 웃었며 물었다.

“스스로 칭찬해줄 만한 일이요? 음… 정말 사소한 건데 괜찮을까요? 살면서 제가 영양제를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생활 패턴이 불규칙적이라 뭔가를 챙겨 먹지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난 2주 동안 영양제를 꼬박꼬박 먹고 있어요. 몇 번 위기가 있었죠. ‘귀찮다. 그냥 잘까?’ 하는.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먹고 있어요. 그런 제 자신이 기특해요. 하하하.”

◆ 경리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어요

나인뮤지스 경리/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경리는 밝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경리는 나인뮤지스의 모든 멤버들이 인정하는 ‘프로 외출러’(자주 외출하는 사람)다. 요즘에는 화장에 재미를 들여서 풀 메이크업 상태로 서울 연남동 곳곳을 누빈다. 외출 중에 SNS에 사진이라도 올리면 ‘언니! 혹시 OO 가게에 오지 않았어요?’라는 내용의 다이렉트 메시지가 빗발친다. 경리는 “그럴 땐 그 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 친구 같다”며 웃었다.

날 때부터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외출을 할 때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구석에 앉길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 경리는 지난 1~2년 동안 스스로 성격을 바꿨다. 집밖으로 나다니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먼저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집에만 있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감이 생기더라고요. 사람을 만나 얘기해야 풀려요.” 경리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다. 자신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괜히 말을 걸고 싶단다.

“전 ‘다중이’인가 봐요. 하하하. 연예인이 되기 전에는 내성적이고 속마음을 자주 얘기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제 마음에 있는 걸 표현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털어내야 행복하달까요. 그러면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했어요. 요즘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너무 궁금해요.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어요.”

나인뮤지스 경리/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현 소속사 스타제국과 재계약을 맺으며 마음을 다 잡게 됐다”는 경리.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경리는 나인뮤지스 멤버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을 알렸다. 아름다운 외모 덕분이다. Mnet 페이크 다큐멘터리 ‘음악의 신 시즌2’를 포함해 MBC ‘라디오스타’, SBS ‘꽃놀이패’, KBS2 ‘해피투게더’, JTBC ‘아는 형님’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왔다. 때론 팀과 개인의 인지도 사이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다. “예능에서는 ‘우와~ 경리! 경리!’ 하는데, 나인뮤지스 노래는 사람들이 잘 모르시잖아요. ‘나는 안 되는 건가’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고민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리는 새 음반을 낸다면 조금 더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활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그동안 마음이 붕 떠 있었던 것 같아요. 재계약 시기에 마음을 다 잡았죠. 사실 다른 회사에서도 러브콜은 많이 왔거든요. 하지만 멤버들 또 팬들과 함께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나를 잘 알고 있고 잘 알려줄 수 있는 회사와 함께 하고 싶었어요. 제가 지금 스물아홉 살인데, 지금이 무척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경리/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경리는 다양한 가수와 협업곡을 내며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재계약 후 경리는 싱어송라이터 최낙타, 이츠(It’s)와 협업곡을 냈다. 두 곡 모두 경리가 가진 섹시 스타 이미지와는 상반된 분위기의 노래다. 경리는 두 가수를 직접 섭외했다. “제 이미지가 한정적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다양한 콘셉트의 노래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정식 데뷔 전에는 가수 박효신의 ‘마지막 인사’(보사노바 버전)에 피처링도 했다. 경리의 목소리는 프리즘을 거친 빛처럼 노래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변한다.

요즘 경리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행사 전날에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무대 도중 작은 부분이라도 틀리면 괴로워하던 그는 부담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람들이 지적한 것에 대해서 계속 신경을 쓰곤 했어요. 어느 순간, 그런 제 자신에게 지치더라고요.” 경리는 이제 뭐든 ‘쿨’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리는 이제 일에서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담을 많이 내려놨어요.” 경리의 매일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 금조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요

금조/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금조는 나인뮤즈시 멤버가 된 것이 인생에서 만난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금조는 요즘 햄스터 키우기에 빠졌다. 햄스터와 동거를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 햄스터의 집을 치우고 먹이통을 채워주는 것은 금조가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일 중 하나다. 금조는 햄스터를 키우며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제가 준 건강한 먹이를 안 먹으면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래서 전 편식을 안 하게 됐어요. 엄마 마음을 알겠거든요.” 하루 중 햄스터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시간은 금조가 없을 때다.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동물이에요. 오히려 두세 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면 서로 잡아먹는대요.” 금조는 그래서 햄스터를 몰래 관찰한다. 둘은 그렇게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금조도 때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이 ‘관종’(관심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데뷔한 후에야 알았다고 한다. “관심이 싫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관심을 독차지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더라고요.” ‘집순이’를 자처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는 데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편안한 건 혼자 있을 때라고 한다.

경리(왼쪽)와 금조/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협업, 드라마 OST 등으로 꾸준히 개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경리(왼쪽)와 금조./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집에서도 금조는 할 일이 많다. 최근에는 집에 작은 스튜디오를 마련해서 노래를 녹음하고 유튜브 개인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선우정아 ‘고양이’, 권진아 ‘플라이 어웨이(Fly Away)’ 등 나인뮤지스와는 사뭇 다른 음악을 주로 들려준다. 금조는 “한곡을 완성해서 올리고 나면 성취감이 든다”며 웃었다. 금조의 고운 음색이 마음에 든 어떤 작곡가는 KBS1 일일드라마 ‘내일도 맑음’ OST를 만들면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금조가 가장 많이 웃을 때는 나인뮤지스 멤버들과 V앱 방송을 할 때다. “저희 정말 난장판으로 방송하거든요. 흐흐흐.” 금조는 V앱 방송을 할 때 가장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무런 고민이나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 중 하나다. 하지만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묻자 금조는 한참 동안 대답을 주지 못했다. “불행한 건 아닌데, 자주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저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해요. 제가 이중적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어떤 때엔 굉장히 털털한데 반대로 무척 예민해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저에 대해 질문을 해오면 쉽게 대답을 드리기가 어렵더라고요. 내가 나를 잘 몰라서….”

금조/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금조는 자신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한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금조는 사람이 주는 상처에 예민하다. 아무리 놀려도 상처 받지 않는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타격감 제로’라고 불렸다는 그는 데뷔 후 불특정 다수의 평가에 노출되면서부터 자존감이 낮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때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며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한다.

“남에게 평가를 받기도 하고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한 직업이에요. 그래도 저는 저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과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요. 오히려 바뀐 성격이 좋을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생각 없이 ‘아, 뭐~? 상관없어! 행복하잖아!’ 하며 살았는데 이젠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느껴요. 상처를 받으면서도 만족스럽다고 할까요. ‘오~ 뿌듯한걸.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걸?’ 하면서요. 하하. 지금도 엄청 오락가락하죠? 제가 요즘 이렇다니까요.”

◆ 소진 마인(팬클럽)은 만병통치약이에요

소진/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랩메이킹에 재미를 붙였다는 소진.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소진은 혜미와 데뷔 전부터 친구였다. 전북 정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혜미보다 먼저 서울에 올라왔지만 데뷔는 그보다 늦게 했다. 연습생 기간이 길었다. 회사도 몇 번 옮겨 다녔다. “지치긴 했지만 혜미가 먼저 데뷔한 게 절 힘들게 만들진 않았어요.” 소진이 2015년 나인뮤지스에 합류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데뷔 당시 서브보컬과 메인댄서를 맡았던 소진은 2016년 유닛 나인뮤지스A 활동 때부터 메인래퍼로 포지션을 바꿨다. 팀 내에서 랩을 담당하던 이유애린이 탈퇴하고 손성아가 개인 활동에 나서면서부터다. “부담이 많았어요. 제가 노래를 망치면 안 되니까요.” 생각을 더는 법을 배우면서 무대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랩 메이킹에 재미를 붙여서 영감을 주는 글귀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놓곤 한다.

최근에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 큰 자신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 ‘인생은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기면 안정 궤도에 진입하도록 설계돼 있다’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한 것이다’와 같은 문구를 저장해 놨다. “많이 와 닿았어요. 이런 것들이 가사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돼요.” 소진에게는 팬들의 댓글도 영감의 원천이 된다.

소진/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소진은 팬클럽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렀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소진은 ‘내가 잘하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직접 경험했다. 데뷔 초엔 자신감도, 자존감도 낮았다. 자신의 자질을 자주 의심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진은 점점 변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데, 나를 너무 다그칠 필요가 없더라고요.” 생각이 달라지니 화법도 달라졌다. 부정적인 상황을 먼저 가정하고 걱정했던 그는 요즘 ‘이렇게 하면 되지’ ‘앞으론 잘 될 거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저를 ‘행복론자’라고 불러요. 하하하. 나의 모든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려고 해요. 어렸을 땐 내성적인 편이었고 자신감도 부족했는데 데뷔한 뒤에 많이 바뀌었어요. 요즘 특히 많이 변한 걸 느끼고요. 혼란스러운 시기는 지났어요. 지금은 바닥을 잘 딛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마인(나인뮤지스 팬클럽)은 소진의 자존감 지킴이다.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인데도 마인들은 좋아해줘요.” 소진은 마인이 ‘만병통치약’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단독콘서트를 준비할 당시의 일이다. 하루에 네 끼를 먹어도 살이 쭉쭉 빠질 만큼 강도 높은 연습을 이어가던 소진은 “마인을 보는 순간 힘들었던 게 사르르 녹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겠죠’라는 말이 모범답안일 거예요. 그런데 저는 마인들이 뭘 좋아하는지 항상 생각하고 그 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정답은 늘 마인들이 정해주는 것 같아요. 우린 그걸 따라가면 되는 거고요.”단체3

나인뮤지스/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나인뮤지스는 “새 음반을 준비 중”이라며 “곧 인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레이준, 장소제공=웨이크베이

사진: 레이준
의상: 최유림 스타일리스트
헤어: 마준호 실장, 조민경 디자이너(콜라보엑스)
메이크업: 임정선 원장,정남·황슬기 실장(콜라보엑스)
장소: 웨이크베이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