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타임’ 첫방] 이서원 하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1일 방영된 tvN '멈추고 싶은 순간:어바웃타임' 방송화면 캡처.

지난 21일 방영된 tvN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 방송화면 캡처.

성추행 혐의로 인한 배우 이서원의 하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1일 방영을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이하 ‘어바웃타임’)에는 그보다 더한 산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요약하면 극본과 연기다.

‘어바웃타임’은 버스를 타고 가는 최미카엘라(이성경, 이하 최미카)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곧 버스 앞에서 대형 추돌 사고가 벌어졌고 최미카가 목격한 사람이 숨지면서 그가 사람들의 남은 수명이 팔목에 새겨진 ‘수명 시계’를 볼 줄 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뮤지컬 ‘달빛로맨스’의 오디션을 보러가기 위해 자신이 노인 돌봄 아르바이트를 하는 병원 앞으로 나오던 최미카는 급하게 후진한 이도하(이상윤)의 차에 살짝 부딪혔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쏘아붙이는 이도하에게 최미카는 “재벌이세요?”라고 물었고 이도하는 “알고 뛰어든 거에요?”하고 되물었다. 멈추고 싶은 대사의 향연이 시작됐다.

시간이 급하다며 현장을 떠나려는 최미카에게 이도하는 “내 운을 남의 손에 맡겨두는 성격이 아니라서요”라며 그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시간이 더욱 다급해진 최미카는 이도하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자신이 직접 이도하의 차를 몰고 카레이서처럼 과격하게 운전했다.

마침내 도착한 오디션 현장. 최미카는 브로드웨이 출신 뮤지컬 감독 조재유(김동준)에게 “테크닉이나 목소리는 기대 이상인데 (연기가) 거짓말 같다”는 평을 받았다. 조재유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남자를 유혹해보라”고 덧붙였다. 이에 최미카는 뒤쫓아온 이도하에게 달려가 “좋아해”라며 돌연 입을 맞췄다.

그러나 최미카는 탈락했다. 황당한 얼굴로 따라오는 이도하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미안합니다 진짜”라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자리를 떠났다.

둘은 중국 하이난섬에서 다시 만났다. 이도하는 중국 사업가(우효광)의 투자를 유치하러 갔고, 최미카는 알바비를 듬뿍 준다기에 스킨스쿠버 가이드를 하러 갔다. 술에 취한 최미카를 호텔 수영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도하는 갑자기 기절한 그를 업어다 자신의 방에 재웠다.

다음날 아침. 둘은 중국인 사업가의 요트에서 또 만났다. 고액의 알바비를 주고 1988년생 스킨스쿠버 가이드를 하이난섬으로 부른 사람이 바로 이도하였던 것. 최미카는 이도하 일행의 스킨스쿠버를 도왔다. 입수했던 일행 중 이도하만 바다에서 올라오지 않자 최미카가 그를 구하러 갔다. 이후 최미카가 자신의 수명 시계가 멈춘 것을 보고 놀란 채 1회가 끝났다.

까칠한 재벌 남자 주인공, 가진 건 없으나 눈물 많고 씩씩한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는 설정은 흔하디 흔하다. 손목에 사람들의 남은 수명을 기록하는 시계가 새겨진다는 아이디어는 영화 ‘인 타임(In Time, 2011)’에서 나왔다. 이 진부한 설정을 극복할 개연성은 보이지 않았다.

스토리는 우연의 연속이다. ‘우연히’ 접촉사고를 당한 두 남녀가 ‘우연히’ 중국의 섬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또 ‘우연히’ 목숨을 구하는 사이가 된다. ‘판타지 로맨스니까 그렇겠지’ 하고 봐도 납득이 잘 안 되는 전개다.

그나마 신선한 점을 꼽자면 뮤지컬 요소가 결합됐다는 것이다. 뮤지컬 안무, 보컬 전문가와 따로 연습했다는 이성경은 뮤지컬 장면 연기를 더 잘했다. 남자 주인공으로서 극을 힘있게 이끌어가야 할 이상윤은 전작보다는 실망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의외였던 배우는 이서원 대신 긴급 투입된 김동준이다. 김동준은 첫 등장부터 눈빛이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대사의 톤도 안정적이었다. 첫 방송까지 4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으나 김동준은 미국인들의 제스처가 한국인에 비해서는 크다는 점을 몸짓으로 잘 따라하며 브로드웨이 출신 감독이라는 캐릭터를 잘 연출했다.

만약 지금이 ‘인 타임’이 방영되기 전이라면, 국내 드라마 시청자들이 재벌과 어딘지 불쌍한 여자주인공을 그린 ‘꽃보다 남자'(2009) 등과 같은 드라마에 열광하던 때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어바웃타임’이라는 제목 그대로 시청자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었던 것인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국내용일 리가 없다. 한한령이 풀려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닐까”라는 평을 내놓을 정도다.

이상윤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받았을 때 초반에는 만화처럼 밝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같았다. 그러나 수명 시계와 시한부라는 설정 때문에 가슴 아픈 멜로로 변해가는데 그것이 큰 매력”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만화 같은 설정이 점차 지워지고 세련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어바웃타임’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tvN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