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페퍼톤스, 유연한 상상력으로 걸어온 ‘롱 웨이’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9일 정규 6집 'long way(롱 웨이)'를 발표한 밴드 페퍼톤스의 신재평(왼쪽), 이장원 / 사진제공=안테나

9일 정규 6집 ‘long way(롱 웨이)’를 발표한 밴드 페퍼톤스의 신재평(왼쪽), 이장원 / 사진제공=안테나

밴드 페퍼톤스가 약 4년 만에 정규 6집 ‘long way(이하 ‘롱 웨이’)’를 발표했다. 제목이 시사하듯 ‘롱 웨이’는 지금까지 페퍼톤스가 고민하며 걸어온 음악 여정에 방점을 찍는 앨범이다. “어느새 중견 밴드가 된”(신재평) 페퍼톤스의 새로움을 보여주려는 고민과 빛나는 결실이 알차게 담겨 있다. 올해로 데뷔 14년이 됐어도 변하지 않은 페퍼톤스만의 유연한 상상력 덕이다. 화자가 저마다 다른 8개의 트랙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은 ‘롱 웨이’를 발매하는 페퍼톤스를 만났다.

10. ‘롱 웨이’가 기존의 앨범과 다른 점은?
신재평: 기존 앨범에서는 늘 들려줬던 경쾌하고 밝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롱 웨이’에서는 곡마다 가상의 주인공을 세우고 이야기들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 또 8곡 모두 다른 이야기인데도 전체적으로는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 이 앨범의 포인트다. 이야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듣다 지루해질 수 있으니 페퍼톤스만 할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도 연구했다. 5번 트랙 ‘c a m e r a’를 들으면 알 수 있다.

10. 큰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신재평: 길 위에서만 느껴지는 정서들을 담고 싶었다. 어딘가를 향해서 갈 때 그 길에서 느껴지는 설렘,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여행에는 출발지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다.

이장원: 배낭 메고 훌쩍 떠나는 것처럼 가벼운 느낌의 여행은 아니다. 이민 가방을 들고 편도 티켓만 가지고 비장하게 떠나는 장기투숙객이 느끼는 정서와 비슷하다.

페퍼톤스 '롱 웨이' 커버 / 사진제공=안테나

페퍼톤스의 새 앨범 ‘롱 웨이’ 커버 / 사진제공=안테나

10. 약 4년 만에 앨범을 냈는데 트랙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장원: 몰입도 있고 정제된 느낌의 앨범을 꾸리고 싶었다. 또 ‘롱 웨이’라는 콘셉트에 부합하는 곡들만을 채우고 싶기도 했다. 다섯 번째 앨범에는 수록곡이 많았다. 그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느낌이 강했다. 모든 걸 들려준 후 빈 잔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10. 스스로는 음악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신재평: 옛날보다 확실한 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음악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불필요한 부분은 걷어내고 담백해졌다. 공연장에서 감정을 전달하기에도 더 유리해졌다.

이장원: 초창기에는 소리에 더하기만 하고 빼기는 안 했다. 4집 때부터는 공연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소리로 노래를 만들어서 콘서트에서 곡을 최대한 음원과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10. 4년 동안 소속사 안테나도 규모가 커졌다. 새 앨범을 작업할 때도 예전보다는 달랐겠는데.
신재평: 시작은 홍대 인디 레이블이었으나 어느새 안테나가 굴지의 대기업이 됐다.(웃음) 식구들도 많이 생기고 기획과 제작팀 사람들도 많이 생겨서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들의 짐을 많이 덜어갔다. 덕분에 온전히 음악에만 신경 쓸 수 있었다.

이장원: 아직도 믿을 수 없다.(웃음) 처음으로 회사에서 “요즘은 이런 멋있는 것들이 있다”면서 제안을 했다. 새 집 인테리어를 하는 느낌으로 우리도 “요즘 뭘로들 많이 해요? 어떤 게 유행 안 타고 오래 갈까요?”라고 물어봤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10. 인테리어 측면에서 앨범, 뮤직비디오 등의 전체적인 구성이 마음에 드는가?
신재평: 자연스럽게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이장원: 뮤직비디오에서 고강도의 와이어 액션을 펼쳤다. 나는 땅 위에 있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인데 말이다.(웃음) 액션 연기가 끝나고 기립 박수를 받았다. 또 우주복을 입었던 것이 참 기분 좋았다. 셀카를 100장 정도 찍은 것 같다. 재평이와 내가 우주 만화에 나오는 형제 같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다.

10. ‘롱 웨이’에 참여한 다른 가수는 이진아가 유일하다. 또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는지?
이장원: 항상 곡이 먼저였고 그 곡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뒤따랐다.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함께 출연한) 박경이 가끔 농담으로 “형 같이 해야죠”라고 말하고는 있느나 잘 모르겠다.(웃음)

신재평: 향니라는 밴드가 독특한 창법과 음색을 갖고 있어서 기회가 되면 같이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다. 또 우리가 남자 객원 보컬하고는 한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박성도의 목소리와 음악이 좋아서 관심있게 듣고 있다.

'2018 페퍼톤스 롱웨이' 콘서트 포스터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2018 페퍼톤스 롱웨이’ 콘서트 포스터 / 사진제공=안테나

10. 둘은 햇수로 20년을 같이 지내고 있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20년을 함께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신재평: 음악 취향과 좋아하는 것들이 공통 분모가 돼 굉장히 빨리 친해졌다. 어느 순간 서로 존중하고 지내는 친구이자 동업자로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우리는 그 흔한 솔로 앨범을 발매하지 않고 팀으로만 음악을 만들어왔다는 점이 독특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노선을 지킬 것 같다.

이장원: 재평이와 20년이라니 징그럽다.(웃음) 재평이는 인생의 반을 같이 보낸 둘도 없는 친구라 가장 편하면서도 동료이다 보니 불편한 관계다. 대단히 특수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재미로 시작한 음악이 이렇게 판이 커졌으니까. 아직까지는 일보다는 친구가 우선인 것 같다.

10. 오는 6월 열 ‘2018 페퍼톤스 콘서트 롱웨이(long way)’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신재평: 새 앨범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다 관람한 후에는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내려고 한다. 밴드 구성도 커져야 할 것 같고 오케스트라 연주에 주로 쓰이는 타악기도 활용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 시험할 예정이다.

이장원: 이번 콘서트의 주인공은 앨범이다. 앨범이 품고 있는 느낌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곡을 선정하고 있다.

10. 오랜 시간 기다려 온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신재평: 언젠가부터 저희는 아껴주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도 탄탄하다고 느껴오고 있었다. 이번 앨범도 전 국민이 들으면 좋겠으나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우리 음악을 좋게 들어줬던 분들이 ‘롱 웨이’도 재밌게 들어줬으면 한다.

이장원: 오랜만에 새 앨범을 들려줄 수 있게 돼서 기쁘고 좋은 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