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 기자의 예능★곡] ‘전참시’ 이영자, 먹방으로 꽃피운 ‘전성시대’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다시 '전성시대'를 맞이한 이영자/

다시 ‘전성시대’를 맞이한 이영자/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서 이영자가 추천한 휴게소 맛집이 매회 화제를 모으며 ‘먹방 챔프’로 떠올랐다. 서산 휴게소의 어릴굴젓 백반, 횡성 휴게소의 횡성한우 떡더덕 스테이크, 보성녹차휴게소의 꼬막비빔밥···. 방송을 탄 음식들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이영자는 ‘휴게소 음식 완판녀’ 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블로그나 SNS에서도 ‘이영자 휴게소 맛집’ 열풍이 불고있다. “음식은 세 번에 걸쳐 먹는다.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입으로 먹는다.” 지난 21일 방송된 ‘전참시’에서 이영자가 남긴 명언(?)이다. 그는 이날 ‘김치만두’로 또 한 번 ‘먹방’의 대가임을 입증했다. 네티즌들은 김치만두집 찾기에 열을 올렸고, 이내 많은 정보가 SNS에 퍼졌다.

‘전참시’는 ‘맛집 투어’ 프로그램이 아니다. 연예인 매니저들의 제보로 스타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여러 출연자들 가운데 이영자와 그의 매니저 송성호 씨의 일상은 방송 초반부터 주목 받았다. 인간미가 넘치지만 꼼꼼함을 넘어 깐깐한 이영자와, 어리숙하지만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해내는 매니저의 불편한 듯 가까운 관계는 시종 웃음을 자아냈다.

이영자는 셰프도 요리 연구가도 아니다. 하지만 ‘음식’은 맛있는 걸,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일과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매니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이면서 이른바 ‘영자 미식회’가 시작됐다. 매니저 송씨는 이영자의 사랑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음식을 맛본 뒤에 남다른 반응을 보이는 등 감탄하며 ‘먹바타’로 거듭났다. 그렇게 자연스레 ‘휴게소 투어’가 이어졌고 완판 신화를 이루게 된 것. 그저 그가 일상에서 즐겨 먹던 음식일 뿐인데 많은 이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영자는 1980년대 말 밤무대 MC로 유명세를 떨쳤다. 개그맨 전유성의 제안을 받은 그는 1991년 MBC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연예계에 진출했다. 심형래, 이창훈, 주병진, 이경규, 강호동, 신동엽 등 남자 코미디언들이 전방위적으로 활약할 때 독보적인 여성 코미디언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뚱보’ ‘아줌마’ 등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구축해 맛깔나는 개그로 ‘웃음’을 줬다. ‘여자 강호동’이라 불릴 정도로 화끈하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그간 없었던 여성 캐릭터였기에 신선했다.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에서 버스 안내양을 콘셉트로 한 콩트 ‘영자의 전성시대’로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이영자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버스에 태워 맛깔나는 개그와 진행 실력을 발휘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이 외에도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 신동엽과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명콤비’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KBS2 ‘슈퍼선데이’의 ‘금촌댁네 사람들’ 코너에서는 찰진 아줌마 개그를 선보이며 시청률 40%를 이끄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런 활약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코미디 연기상(1993), 제23회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상, 제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희극인상(1996)을 수상하는 등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최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다이어트 파문’ 이후 오랜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몇 차례 재기를 노렸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출연진이 교체 되는 등 불운이 반복됐다. 그러는사이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예능 트렌드가 바뀌면서 콩트 위주의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 익숙해 있던 그가 설 자리는 점점 사라졌다.

이영자는 2007년 tvN ‘택시’에 MC로 합류하면서 ‘예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택시’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가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이영자는 실제 택시에서 승객과 이야기 하듯 연예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도 편안함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적재적소에 과감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한층 성숙한 면모로 활약했다.

2010년부터 방송된 KBS2 ‘안녕하세요’에서 예전의 단짝 ‘신동엽’을 다시 만났다. 1990년대 ‘명콤비’로 활약했던 신동엽과의 재회는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이영자는 자중하면서 신중한 모습으로 조금씩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었다. 거침없고 파워풀했던 과거와 다르게 한결 푸근한 모습으로 재치있는 입담까지 더해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했다. 특히 일반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안녕하세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호감도가 점점 높아졌다. 여기에 분통 터지게 하는 고민이 등장할 때면 ‘사이다’ 같은 일침을 가하는 등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공감대까지 형성했다.

지난 4월 16일 방송된 ‘안녕하세요’에서는 강압적이고 사사건건 구속하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이라는 여고생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또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자신의 경험에 바탕한 조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영자는 “난 늘 방황했다. 지금도 그렇다”며 “낳았다고 해서 사랑한다는 걸 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모른다. 표현해줘야 한다. 알려줘야 한다. 아버지가 그렇게 못하면 엄마라도 ‘아버지는 너를 사랑하는 거란다’라고 번역해줘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이영자는 “우리 집은 끝끝내 안 해줬다. 내가 나이 50이 됐는데도”라며 “전 그것 때문에 50년을 방황했다. 아버지는 바뀌어야 한다. 이 애가 느끼는 감정을 제가 느끼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어트 파문’이 있었을 때 이영자를 다시 보기 어렵겠다고 생각한 이들도 적지 않다. 한창 전성기를 달릴 때도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센’ 캐릭터를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택시’부터 ‘안녕하세요’ ‘전지적 침견 시점’까지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이영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서 타인의 말에 구체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통으로 공감지수가 높아졌다. 이는 곧 ‘안녕하세요’에서 8년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원동력이기도하다.

소통하는 이영자에게서 진정성이 엿보였다. 전참시에서 ‘먹방’이 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맛집을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먹어본 음식을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살려 그림 그리듯 묘사한다. 입담까지 남다른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절로 침이 ‘꿀꺽 삼겨진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온 노하우를 담아 이야기를 하기에 오히려 호소력이 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나 못하는 거다. 이영자니까 가능하다.

전참시는 연예인과 시청자들이 참견하는 ‘관찰 예능’이다. ‘관찰 예능’은 최근 예능 트렌드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이영자의 모습은 평소 방송에서 봐온 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다. 연예인이지만 연예인같지 않은 모습이 ‘관찰 예능’에서 그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