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원 리퍼블릭, 우리는 하나야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밴드 원 리퍼블릭이 지난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열었다./사진제공=현대카드

밴드 원 리퍼블릭이 지난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열었다./사진제공=현대카드

남북한의 정상이 만나 종전 선언을 약속한 지난 27일, 미국 밴드 원 리퍼블릭(One Republic, 라이언 테더·잭 필킨스·에디 피셔·브렌트 커즐·드류 브라운)이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번 공연은 원 리퍼블릭에게도 특별하다. 보컬 라이언 테더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이기 때문이다. 테더는 “오늘 아침 CNN에서 남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며 “오늘 이 밤은 우리 밴드에게도 가장 멋진 공연을 한 날”이라고 말했다.

원 리퍼블릭은 그동안 많은 노래를 통해 평화를 역설해왔다. 지난해 발표한 ‘트루스 투 파워(Truth to Power)’는 연대와 믿음을 강조한다. 데뷔 음반에 실은 ‘컴 홈(Come Home)’은 테더가 이라크에 파병된 친구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곡으로, 무의미한 전쟁에서 벗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심지어 팀 이름마저 ‘하나의 공화국’이란 뜻이다. 이날 공연에서 “행운을 빌고 축복한다. 그리고 오늘이 앞으로 100년 1000년간 평화의 시작이길 바란다”고 한 테더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이유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은 원 리퍼블릭./사진제공=현대카드

데뷔 11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은 원 리퍼블릭./사진제공=현대카드

원 리퍼블릭은 공연 초반부터 히트곡을 쏟아내며 단숨에 분위기를 달궜다. 첫곡 ‘스탑 앤 스테어(Stop and stare)’에 이어 ‘시크릿(Secrets)’의 전주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굿 라이프(Good life)’ ‘웨어에버 아이 고우(Wherever I go)’ ‘아이 리브드(I Lived)’ ‘필 어게인(Feel again)’ 등 흥겨운 분위기의 노래가 이어졌다. 테더는 무대 양 쪽을 오가며 신나게 춤을 췄다. 한국어로 “같이 불러요” “예쁘다”라고 말하는 등 수준급의 어휘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테더는 이날 자신이 작곡한 비욘세의 ‘헤일로(Halo)’와 에드시런의 ‘해피어(Happier)’를 커버했다. ‘해피어’의 원곡가수가 영국인인 것을 의식한 듯 “영국 발음으로 부를 것이다. 다들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본데…”라며 과장된 발음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에드시런이 발표한 노래는 기타 연주로 편곡됐지만 테더는 피아노를 택했다. 그는 “곡을 쓸 땐 피아노를 사용했다”며 “나는 피아노로 연주한 버전이 더 좋다”고 했다.

지난 20일 돌연 세상을 떠난 스웨덴 DJ 아비치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테너는 고인의 히트곡 ‘웨이크 미 업(Wake me up)’을 피아노 연주를 곁들여 들려줬다. 발라드 버전으로 편곡해 극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켰다. 장관이었다.

원 리퍼블릭은 이번 공연에서 4500여 석을 매진시켰다./사진제공=현대카드

원 리퍼블릭은 이번 공연에서 4500여 석을 매진시켰다./사진제공=현대카드

공연은 끝으로 갈수록 뜨거워졌다. ‘섬씽 아이 니드(Something I need)’ ‘어팔러자이즈(Apologize)’ ‘카운팅 스타즈(Counting stars)’ ‘러브 런즈 아웃(Love runs out)’ 등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힘차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2층의  관객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아이 러브 유!”라는 고백은 예사로 쏟아졌다. 테더가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하자 “아이 해브 워터!”라고 외친 관객도 있었다. 테더는 “우린 방금 만났잖아요”라고 응수했다. 공연장엔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테더는 무대를 누비는 것으로는 모자라 객석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많은 관객들이 순식간에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테더는 악수를 하거나 관객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아낌없는 팬 서비스를 보여줬다.

앞서 팔에 일본 전범기 문신을 새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테더는 문신을 완벽하게 가리고 무대에 올랐다. 한국 팬들의 우려를 알고 존중한다는 자세다. 그는 “한국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랫동안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새 음반을 내고 새로운 투어를 시작하게 되면 반드시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