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 들으세요?] 소마·리차드파커스·한올, 환상 속의 우울과 봄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이렇게 좋을 줄이야. 세 뮤지션들이 환상의 색을 입혀 들을수록 매혹적인 신보를 공개했다. 그중에서도 소마의 소품집 ‘봄’과 리차드파커스의 ‘FANTASY’는 올해 발매된 알앤비 소울 장르의 국내 앨범 중 손꼽히는 수작으로 내세울 만하다.

소마 '봄' 커버 / 사진제공=스톤쉽

소마 ‘봄’ 커버 / 사진제공=스톤쉽

◆ 소마, 봄

소품집 ‘봄’은 소마의 진가를 증명한 앨범이다. 소마는 지난해부터 데뷔 앨범 ‘Somablu’와 두 번째 EP ‘THE LETTER’를 비롯해 다수의 싱글로 자신만의 색을 또렷이 보여줬다. ‘봄’에서 소마는 그 색을 좀 더 능숙하고 다채롭게 활용한 것은 물론 각 곡마다 환상의 세계를 불어넣었다. 그 환상의 토대는 모순이다.

‘고마워’는 손 한 번 잡아주지 않던 과거의 연인에게 고맙다고 전하는 곡이며, ‘바람이 될게’를 통해서는 차가운 세상에 살고 있는 상대에게 따뜻한 바람이 될 거라 다짐한다. ‘귀가’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 타이틀곡 ‘꽃가루’에서 소마는 봄은 짧으니까 괴롭지만 꾹 참았다고 담담하게 회상한다. 여느 봄 노래와는 달리 아플 정도로 솔직한 소마의 감성이 무뎌져 있던 감각들을 일깨운다. 좋은 음악이 늘 그러하듯.

리차드파커스 'FANTASY' 커버 / 사진제공=제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리차드파커스 ‘FANTASY’ 커버 / 사진제공=제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 리차드파커스, FANTASY

‘FANTASY’는 마치 리차드파커스 내면의 세계로 침잠해 그의 우울, 상념, 환상 등과 유영하는 듯한 앨범이다.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확보한 그의 음색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음악 세계를 구성하는 이야기들은 깊고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FANTASY’는 1번 트랙 ‘Running’의 첫 구절 ‘My Love is running’부터 몰입도가 대단하다. 이어 타이틀곡 ‘생일소원(feat.스텔라장)’의 통과의례처럼 촛불을 불어 끄고 이뤄지지 않을 소원을 비는 서른한 번째 생일 파티의 감상은 이 같은 씁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는 백 마디 말보다 더 소중한 위로다. 주로 노래를 부르는 편인 스텔라 장의 랩을 들을 수 있어 더 특별한 곡이다. ‘환상(FANTASY)’은 진즉에 해야 했으나 못한 일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끌리는 ‘환상 속의 그대’ 등 다양한 주제로 해석될 수 있어 여러 갈래의 공감을 자아낸다.

한올 '다시, 봄날' 커버 / 사진제공=한올지다

한올 ‘다시, 봄날’ 커버 / 사진제공=한올지다

◆ 한올, ‘다시, 봄날’

봄에도 여러 빛깔이 있다. 누군가에게 봄이 막 시작하는 사랑의 설렘으로 기억되는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봄처럼 따뜻하고 빛났던 지난 연인이 생각나는 계절일 터다. 한올은 이 상반된 느낌의 두 봄날을 한 앨범에 담아 듣는 재미를 더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다시, 봄날’에서 한올은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연인과 다시 봄날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다. 한올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절절한 음색과 창법은 아련한 정서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2번 트랙 ‘봄날에 만나자’는 지난해 봄에 발매했던 재즈풍의 싱글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곡이다. 한올의 팬이라면 선물 같은 곡이 될 것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