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박호산, 철없던 중년이 보여준 유의미한 변화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사진=tvN '나의 아저씨'

사진=tvN ‘나의 아저씨’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의 박호산은 철없어 보이는 모습에 맏형답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품이 넓은 남자인 그의 사람 냄새 나는 웃음이 소리 없이 시청자들에게 스며들고 있다.

‘나의 아저씨’ 삼형제의 맏이 상훈(박호산)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22년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 뒤 자영업을 하다 신용불량자가 된 중년의 남자. 단 한 줄의 설명만으로도 고됨이 느껴지는 삶이건만, 상훈은 깊게 좌절하기보다는 “잘못하면 나처럼 된다”라는 웃픈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모습은 철없는 중년의 유쾌함과 ‘눈물보다 짠한 웃음’이 주는 씁쓸함의 경계를 타며 보는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렇다면 노모 요순(고두심)에게 등짝을 내어주는 상훈의 철없는 모습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10회분의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 그의 유의미한 변화 때문일 터다. 첫 방송에서는 딸의 결혼식에서 막내 기훈(송새벽)을 선동해 축의금을 슬쩍하던 한심했던 맏형은 지난 10회 요순의 생일에 노모에게는 용돈을, 아내에게는 생활비를 건넸다.

무엇보다 대기업 부장인 동생 동훈(이선균)보다 적은 액수임이 분명하건만 “봉투는 찔러주는 맛”이라는 찰나의 유머를 더해 요순의 손에 용돈을 쥐어줬다. 아내의 핀잔을 끊어내지 않고 묵묵히 다 듣고 나서야 돈 봉투를 내밀었을 때, 묵묵히 버티며 이뤄낸 성과이기에 묘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훈 때문에 가장 마음이 아팠을 두 여자 요순과 애련에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전달된 상훈의 진심. 이는 그의 허허로운 웃음이 그저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방송에서 상훈은 건물 청소로 고된 하루를 보낸 후, 잠이 드나 싶더니 슬쩍 눈을 떠 기훈을 살핀 후 조심스레 장판을 걷어냈다. 장판 아래에는 오만 원짜리 지폐들이 곱게 깔려있었다. 그리고 상훈은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침을 발라 곱게 겹쳐 붙이고는 각을 맞춰 바닥에 깔았다. 아마도 꽤 오랜 시간 그가 모아온 비상금일터. 장판 아래 숨겨진 돈에 담긴 사연은 무엇일지, 사람 냄새 나는 웃음을 지닌 상훈의 남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나의 아저씨’는 오늘(25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