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무엇이든 조작 가능한 세계에서

<유령>, 무엇이든 조작 가능한 세계에서 10회 목 SBS 밤 9시 55분
0과 1사이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솔직하고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 것일까. 절반에 이른 은 사이버 세상에서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감추려는 것, 감출수록 알아야만 할 것 사이의 긴장을 오고간다. 이 세계에서 솔직함이란 오로지 자신이 보고 싶고 욕망하는 것으로만 향하기에 보기 싫은 것,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조작되고 은폐되며 심지어 삭제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박기영(최다니엘)이 ‘세강그룹 정치 비자금 수사 지침’ 파일을 여는 순간, 이 세계는 현실세계라는 또 다른 광폭한 면과 격렬하게 만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만든 꽉 짜인 세계는 “절대 안 잡힐” 사람, 팬텀 혹은 팬텀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힘이 주무르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진솔함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남상원의 죽음을 둘러싼 증거는 수두룩하지만 조현민(엄기준)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진 전시장의 모조품과 같기에 조재민(이재윤)으로 범인몰기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진실을 가리기 위한 도청과 사찰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사이버수사대의 도청을 역으로 이용할 만큼 치밀한 세계이기도 하다. 오직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보고 있는 사람이 꺼내든 패란 의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펼쳐진 증거는 많을지라도 우리가 알고 싶은, 알아야만 하는 진실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세강이 모두를 감시하고 있”다는 말이 떠도는 가운데, 이제 막 남상원의 노트북이 진실 앞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앞으로 박기영이 간다. 알려져서는 안 될, 숨겨야만 했던 자신과 우현의 과거로 전진하는 그는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패를 보이면서까지 진실을 알고자 한다. 진실을 알기 위해 원치 않는 것까지 감수할 용기를 갖는 것, 그리고 고통을 감수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조작 가능한 그 세계, 또는 우리의 세계에서 진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