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B48 총선, 그 이후

AKB48 총선, 그 이후
대통령이 아니다. 국회의원도 아니다. 하물며 학급 반장이나 동네 통장도 아니다. 6월 6일 일본 인터넷과 TV를 달군 것은 AKB48의 선발총선거였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이벤트는 무려 TV에서 생중계됐다. 행사장에는 700명이 넘는 보도진이 몰렸고, Google+ 중계 사이트에는 최대 동시 100만 명이 접속했다. 후지TV의 생중계 시청률은 17.8%. 투표 방송의 경이적인 히트였다. AKB48 선발총선거는 새로 발매될 AKB48 싱글의 새 멤버를 정하는 자리로 이번 투표에는 총 138만 4122명이 참여했다. 입후보 조건은 AKB48, SKE48, NMB48, HKT48 멤버 및 연습생이며, 투표권은 AKB48을 비롯해 자매 그룹 격의 SKE48, NMB48, HKT48 앨범을 산 팬들과 각 그룹 팬클럽 회원에게 주어진다. 갖춰진 춤과 노래, 퍼포먼스로 높은 무대에 군림하기보다 팬의 손바닥 위에서 성장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만나러 가는 아이돌’이란 콘셉트로 일본 아이돌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던 AKB48은 이제 멤버의 구성도 팬의 손에 맡긴다.

AKB48, Next Stage? Game Over?
AKB48 총선, 그 이후
AKB48 평론가란 타이틀로 글을 쓰는 혼조 레이지는 이번 선발총선거를 “눈물의 제전”이라 표현했다. 기쁨의 눈물, 극복의 눈물, 그리고 팬과의 공감의 눈물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결과 발표 전 진행되는 각 후보들의 소견 발표, 공연, 연습 생활 소회 등은 아이돌과 팬이 함께 하나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의 재연이다. 마에다 아츠코의 “AKB에 일생을 바치겠습니다”란 울먹임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5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오오시마 유코의 “아무런 재능도 없는 저는 여러분이 물을 주고, 태양을 비춰주어 비로소 피어날 수 있었습니다”란 말은 행사장을 잔잔한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새로운 멤버의 활약, 기존 멤버의 졸업 등은 우정과 성장이라는 드라마도 만들어낸다. 6월 6일 행사가 열린 무도관에서 오오시마 유코는 마에다 아츠코의 졸업에 대해 “아츠코가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일 나이가 많은 멤버인 시노다 마리코는 후배들에게 “선배를 쓰러뜨릴 기세로 덤벼주세요”라고 조언했다. 노력과 결실, 성원과 보답, 그리고 우정이 뒤섞인 감동의 드라마다.

AKB48의 성공은 경이적이다. 2000년대 초반 자니즈 일색이었던 일본 연예계에서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AKB48은 데뷔 3년 만에 싱글 < RIVER >로 오리콘위클리 1위를 차지했다. 2010년에 발표한 , , 의 연속 히트는 일명 ‘AKB 현상’을 낳았고, 2011년에는 무려 6장의 싱글을 100만 장 넘게 팔았다. 확고부동한 일본의 ‘국민 아이돌’이 됐으며, SKE48, NMB48등도 탄생시킨 아키모토 프로듀서 사단은 쟈니즈에 맞먹는 파워를 가졌다. 하지만 아키하바라에 거점을 두고, 오타쿠 문화를 바탕으로 태어난 AKB48은 일본의 대중문화가 점점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을 대표하기도 한다. 의상과 춤, 그리고 노랫말 모두 8~9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J-POP의 토양보다는 게임,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일본의 많은 매체들은 ‘동경의 대상이 아닌 주변 친근한 아이돌’의 성공 사례로 AKB48을 평가하지만, 그 친근한 주변의 대상이 게임 속 캐릭터는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분명 새로운 콘셉트다. 그리고 일본 음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다. 하지만 노력하고, 실패하고, 성공하고, 결실을 본 그 다음에는 무엇일까? 선발총선거를 비롯해 AKB48 인기를 움직이는 팬 문화의 면면은 일면 유저 참여 형 시뮬레이션 게임 같기도 하다. Next Stage일까, Game Over일까?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넘어 AKB48이 바람이 J-POP에 남길 결실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