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정말이지 공유만큼은 공유하고 싶지 않았어요

벌써 5년째입니다. 매년 여름이면 MBC 을 보면서 우리 배우님은 언제 다시 드라마 하나, 최한결 같은 캐릭터 또 해주면 안 되나,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귀신 같이 KBS 의 ‘어른아이’로 돌아왔을 때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등에 뚜렷하게 드러난 날개를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심지어 서윤재, 강경준, 어른들 앞에서 서윤재인 척 하는 강경준까지 보기만 해도 흐뭇…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에요. 드라마 했으면 좋겠다고 할 땐 언제고 막상 TV에 나오니 다시 넣어두고 싶은 심정, 공유만큼은 공유하기 싫은 제 이기적인 마음, 선생님은 이해하시겠어요? (양재동에서 장 모양)

[Dr.앓] 정말이지 공유만큼은 공유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걸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하죠. 공유의 지나친 열연이 필연적으로 환자분들의 ‘멘붕’을 초래하는 현상 말입니다. 운전대에 기댄 채 길다란(이민정)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빤히 쳐다보며 “보고 싶었어, 강경준이라고 불러주는 딱 한 사람”이라는 고백에 설렌 건 길다란이 아니라 환자분이시죠? 길다란이 아픈 자신을 걱정해주는데도 고개를 푹 숙인 채 “강경준 볼 땐 하트가 뿅뿅 나오지 않잖아”라고 말할 땐 환자분 눈에 박힌 하트라도 갖다 바치고 싶으시죠? 공유지의 비극, 이 녀석이 사람 잡는다니까요! 그냥 달달한 백마탄 왕자님이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런 얘기를 할 때의 공유 눈빛을 보면 그 안에 차마 털어놓지 못한 아픔이 맺혀있는 것 같아요. 나 좀 봐달라고, 내 이름 한 번만 따뜻하게 불러달라고, 기쁠 때 말고 힘들 때 내 옆에 있어달라고, 그럴 때마다 어깨 좀 빌려달라고. 엄마의 흔적이 남은 마지막 물건인 침대를 지키기 위해 비 맞은 생쥐 꼴이 된 강경준을 보고 있으면 의 최한결이 생각나요. 두 남자 모두 덩치만 컸지 마음만큼은 한없이 여리고, 어린 시절에 미처 채워지지 않은 애정 때문에 늘 자신을 믿어주고 바라봐 줄 사람을 갈구하잖아요. 그러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고은찬(윤은혜), 엄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자신을 지켜주는 여자 길다란을 목숨 걸고 감싸주는 겁니다.

[Dr.앓] 정말이지 공유만큼은 공유하고 싶지 않았어요
공유가 상대 배우 앞에서 팔불출이 되는 순간, 환자분의 비극도 함께 시작됩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과연 어디까지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주거든요. 남들 눈에는 입이 터져라 탕수육을 먹는 선머슴 같은데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건 기본이고() 초등학생도 유치해서 시도하지 않는다는 장난을 치고는 아이처럼 웃질 않나(SBS ), 건방지게 ‘길티처’라고 부를 땐 언제고 자기가 불리할 땐 다소곳한 학생 모드로 돌아와 “저는요, 이다음에 크면 길다란 선생님처럼 착한 어른이 될래~요”라고 애교까지 부립니다. 이렇게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예고 없이 입을 맞출 땐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버리니, 누가 이 남자를 공유하고 싶겠어요. 공유가 내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매번 상대 여배우를 열렬히 질투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이런 사람이 내 남자친구가 된다면 어떨까요? 뭐 어때요? 착각은 자유고 상상은 공짜인 걸요.

앓포인트: 나도 이런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SBS 의 용감한 박태인st
아직은 미성년자라는 걸림돌,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에 주눅 들지 않고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멋진 놈 돼서 프러포즈하겠다는 박태인 같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하면 유치하고 창피했을 고백이지만, 교복 사이에 숨겨놓은 하트 무늬 티셔츠를 꺼내 보인 박태인이니까. 뭘 입어도 폼 나는 공유니까.

MBC 의 자상한 서건st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려도 화 한 번 안내고 다 받아주는 서건 같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야밤에 라면 끓여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끓여주고 “냄새나게 파는 왜 또 넣었대”라고 짜증을 부려도 자기가 먹으면 된다며 파를 쏙쏙 골라내주는 친오빠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없겠지?

MBC 의 부드러운 최한결st
아침에 눈뜨자마자 전화해서 노래 불러주는 최한결 같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밤새 끊지 않은 전화기 너머로 나의 잠꼬대가 들려도 모른 척 하고 ‘너를 사랑해’를 완창해주는 대인배였으면 좋겠다. 아니, 소심해도 상관없다. 그냥 존재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KBS 의 귀여운 강경준st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다정하게 꼬깔콘을 먹여주는 강경준 같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수박과 내 머리를 동시에 두들겨보는 장난을 치더라도 날 위해 ‘복잡한 요리’를 해주겠다고 생닭을 집어 든다면 용서해줄 수 있다. 자꾸만 ‘개매너’를 보여주겠다고 대들어도 나와 결혼만 해준다면 얼마든지 눈감아줄 수 있다. 이건 아닌가? 어오우-

글. 이가온 thir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