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나의 아저씨’, 누구도 알려준 적 없는 세상 사는 법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겸 배우 아이유 / 사진=tvN '나의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가수 겸 배우 아이유 / 사진=tvN ‘나의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잘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여자가 어떤 남자를 만나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서러움을 담은 울음도 토해냈다. 성별을 떼고 보면, 사람이 사람 때문에 웃고 우는 이야기다. ‘남녀의 사랑’으로 폭을 좁히지 않고 ‘사람’으로 관계를 넓히면 누구나 공감한다. 지난 18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지안(아이유)의 눈물에 시청자도 같이 운 이유다.

청소부 춘대(이영석)는 지안의 어린 시절을 박동훈(이선균)에게 설명하며 “엄마의 빚을 떠안아 뼈가 부서져라 일했다”며 “상속을 포기하면 되는데, 누가 알려준 적이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앞서 동훈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봉애(손숙)를 힘겹게 돌보는 지안에게 “누가 알려준 적 없니?”라며 세대를 다르게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무료 장기 요양 혜택을 알려줬다. 차가웠던 지안의 표정이 잠깐 반짝였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참고 살았던 게 아니라 몰랐기 때문에 모든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

거대한 조직의 이해관계에 끼여 동훈을 도청하며 그의 일상을 듣게 된 지안. 무기력한 그의 삶에 생기가 돈 건 그때부터다. 대기업의 부장이지만 의욕도, 재미도 없이 사는 동훈에게 시선이 갔다. 두 사람은 계략에 의해 전달된 뇌물 상품권 5000만 원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게 됐다. 동훈은 지안의 싸늘한 얼굴 뒤에 감춰진 슬픔을 읽었다. 지안 역시 동훈의 무표정에서 외로움을 찾았다. 둘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연민을 느꼈다. 이는 18일 방송에서 더 명확해졌다.

배우 이선균 / 사진=tvN '나의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배우 이선균 / 사진=tvN ‘나의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그동안은 알듯 말 듯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본 지안과 동훈이었다. 순리대로 살아가며 욕심 부리지 않는 동훈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지 않으며 살았다. 지안은 한 걸음 다가온다 싶으면 두 걸음 멀어지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으면서 살아왔다. 같은 길을 걸어도 떨어져 걷는 두 사람은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늘 적정선을 유지했다. 동훈은 ‘괜한 짓’이라고 생각해서, 지안은 상처받을까 무서워서였다.

지안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은 동료인 종수(홍인)를 시켜 동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안이 상품권 5000만 원을 가져왔다가 다시 들고갔다고 했다. 동훈은 지안이 자신을 위해 상품권을 쓰레기통에 버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고맙다”며 밥을 사준 일들을 떠올리며 잠시 혼란스러워했으나 춘대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납득했다.

급기야 광일을 찾아간 동훈은 “지안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눈물이 나던데, 왜 애를 때리냐”며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의 격한 몸싸움은 지안의 이어폰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지안은 급한 마음에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 과정에서 광일은 지안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했고, 동훈과 지안은 동시에 멈췄다. 놀란 지안은 이내 뒤돌아섰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자신을 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훈은 “나라도 죽여. 내 식구 때리면 다 죽일 것”이라고 소리치며 덤볐다. 이때 지안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살면서 처음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준 사람을 만난, 가엾은 지안의 울음은 모두의 마음을 건드렸다. 지안은 결국 그동안 참아온 설움을 토해내듯 주저 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광일을 만나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동훈과 어쩔 줄 몰라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지안은 서로를 통해 치유받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하는 장면이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