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나를 기억해’ 성범죄 피해자, 그 이후의 삶은?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나를 기억해' 포스터/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 포스터/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성폭행을 당했던 어린 여학생의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나를 기억해’는 과거 성폭행을 당했던 여고생이 10년 뒤에 똑같은 방법으로 당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한욱 감독은 실제 일어난 청소년 성범죄와 음란물 유포 등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여타 성범죄 영화와는 다르다. 피해를 당한 그 이후의 삶을 다룬다. 이름을 바꾸고,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자연스럽게 연결 짓게 만든다.

한서린(이유영)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고등학교 시절, 성범죄 피해자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는 이름을 바꾸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 세정(오하늬)이 과거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똑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또다시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한서린은 과거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형사 오국철(김희원)을 찾아가 함께 사건을 추적한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여교사와 전직 형사라는 불안정한 설정은 불안감을 주지만 무식하리 만큼 용감하게 헤쳐 나가는 과정은 때때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이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소재의 무거움 때문에 오국철을 빈틈 있는 형사로 설정했다. 김희원은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유영도 성폭행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불안정한 삶 등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영화는 피해자가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 숨어 살아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과,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와 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짚는다. 또 SNS가 청소년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비판한다.

각종 문제들을 비판하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현실감 있는 소재들을 다룬 것과는 달리 영화는 극적인 설정으로 마무리돼서 허무할 정도다.

저예산 영화인 만큼 아쉬운 점들이 곳곳에 있지만 주연 배우인 이유영, 김희원과 조연배우인 오하늬, 이학주 등의 현실감 있는 연기가 볼 만하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2분. 4월19일 개봉.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