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콩트와 버라이어티, 짜장면과 짬뽕 같은 것”

“사람들은 내가 20년 넘게 해왔던 캐릭터를 할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변태 쪽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tvN < SNL 코리아 2 >(이하 < SNL 2 >) 방송 사흘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동엽은 ‘?’ 코너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이었을까, 아니면 시청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을까. 변태 캐릭터를 피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사이비 승려는 결국 목탁보다 돈을 더 좋아하고 여자 2호의 옷을 만지작거리는 못된 손, ‘나무관세음보살’ 대신 ‘자고 싶다, 자고 싶다, 자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못된 입의 소유자였다. 마치 대본에 새 생명을 불어넣듯 천연덕스러운 성인 개그를 선보이는 신동엽이지만, 그에게 있어 콩트란 “제일 행복한 순간”이면서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도피할 만큼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다음의 인터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버린 콩트를 향한 신동엽의 솔직하고도 진지한 고백에 가깝다.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전체 관람가 인터뷰니 걱정하지 말고 정독하길 바란다.

오늘 촬영분은 어떤 내용인가.
신동엽: ‘?’에서 불법 도박으로 구속된 승려로 등장한다. 지난 주 ‘?’을 보고 다른 캐릭터들이 너무 재밌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며칠 전에 장진 감독, 제작진과 만나서 사이비 교주나 사기꾼 캐릭터를 제안했는데 제작진이 회의를 해보겠다고 하더니 승려 캐릭터가 나왔다. 사람들은 내가 늘 그렇듯이, 한결같이, 20년 넘게 해왔던 캐릭터를 할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난 변태 쪽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왜?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고 또 본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 아닌가. (웃음)
신동엽: 물론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면 자연스럽게 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잘 풀리기 힘든 상황에서 작위적으로 하는 건 별로인 것 같다. 최근에 무슨 ‘섹드립’이다, 뭐다 해서 이슈가 됐는데, 난 달라진 게 없다. 정말 옛날부터 해왔던 거고, 21년 동안 방송하면서 변태 연기만 한 게 아니라 다양한 콩트 연기를 보여드렸다. 그 때나 지금이나 늘 재미가 최우선이고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성인코드에 맞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표현했던 거지, 한 번도 그걸 의식하고 성인물로 가자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 SNL >, 속으로 하고 싶으면서도 겉으로는 하기 싫어했다”
신동엽│“콩트와 버라이어티, 짜장면과 짬뽕 같은 것”
신동엽이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기대감뿐만 아니라 첫 개그맨 호스트라는 점에서도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
신동엽: 평소 그런 모습을 안 보여줬던 배우들이 나오면 출연 자체만으로도 ‘와 저 사람이 저런 것도 하네’라고 생각하시지만, 난 다 해왔던 것들이니까 부담이 컸다. < SNL >을 시즌 1부터 보면서 속으로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는 되게 하기 싫어했다. 그런데 날 특별히 설득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같이 해야 되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MBC 을 함께 했던 송창의 본부장님이다. 사실 송창의 본부장님이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격이다. 그 분이 계속 설득하시니까 부담스러운 척 하면서 속으로는 ‘그래 해야지, 해야지’ 다짐했다. 심장은 막 벌렁 벌렁거렸지만. (웃음)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만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겠다.
신동엽: 그럼. 이왕이면 야외 촬영도 며칠씩 하고 계속 회의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주에 특히 시간이 많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조바심도 나고 걱정도 됐다. 예를 들어 5시에 만나서 회의를 하기로 했으면 앞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소화해서 4시 30분에 만나기로 하고, 제작진한테 전화해서 “제가 4시 30분에 갈 것 같은데 괜찮냐”고 물어봤다. 결국 만난 건 4시 50분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만나서 회의를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좀 더 나중에 출연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도 했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낸 코너도 있나.
신동엽: 제작진들이 대본을 워낙 탄탄하게 만들어왔기 때문에 내가 콩트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즉석에서 계속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식으로 회의를 했다. 원래 콩트라는 게 당일 아침 리허설 하면서 고치고 현장 반응보고 또 고치는 거니까 내 역할은 제작진을 믿고 더 맛깔스럽게 연기하는 거지.

한 시간 동안 주인공으로서 콩트를 꾸려가는 건 SBS 이후 약 5년 만인데 기분이 어떤가.
신동엽: 콩트를 제일 좋아하고, 콩트 연기를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안녕하시렵니까’ 유행어가 나왔던 SBS ‘레일맨’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인 동시에 지금까지 되돌아봤을 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계속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대본을 정리해야 되는 입장이니까 10분짜리 콩트인데도 일주일 내내 고민이 많았다. 물론 작가 분들이 계시긴 했지만 콩트는 무조건 개그맨 본인이 해야 되는 작업이거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진행을 하게 된 건 일종의 도피였다. 사람들은 콩트도 하고 진행도 하니까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 내 심정은 콩트가 너무 힘들어서 도피한 거였다. 그래서 지금도 후배들한테 KBS 하는 친구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얘기하고 다닌다. 몇 개월 잠깐 하는 건 할 수 있다고 쳐도 몇 년 동안 계속 콩트를 한다는 게 정말 어렵거든.

진행을 하면서 다시 콩트 연기가 그립진 않았나.
신동엽: 그래서 , 에 출연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콩트가 제일 힘들기 때문에 오래 못하고 쉬었다가 또 다시 그리워서 콩트를 하고 있다.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지. 어쩌면 연극에 대한 회귀본능일 수도 있다. 예전에 안재욱 씨와 두 달 정도 연극을 한 적도 있는데, 아직도 연극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콩트도 종합예술에 가깝다”
신동엽│“콩트와 버라이어티, 짜장면과 짬뽕 같은 것” 최근에도 JTBC 에 출연하면서 콩트와 진행을 병행하고 있는 건, 두 영역이 주는 성취감이 다르기 때문인가.
신동엽: 내가 어떤 멘트를 해서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것과 내가 연기를 했을 때 재밌어 하는 것과는 맛이 굉장히 다르다. 즉석에서 요리를 뚝딱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이게 더 맛있을까 저게 더 맛있을까 이 양념을 반만 얹을까 살짝 얹을까 고민해서 만들어줬는데 맛있게 먹어줄 때의 행복감이 다른 것처럼. 전자는 진행이고 후자는 콩트다. 멘트 같은 건 즉흥적으로 하는 거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고 어떤 말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얘기를 받아치는 거니까. 근데 콩트는 이게 재밌을까, 저게 재밌을까 고민하고 바꾸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콩트는 적당히 유치한 것, 야한 것, 과장된 것을 곁들여야 한다. 과장되거나 유치한 게 빠지면 진짜 재미없다. 단 자연스럽게 녹여야지. 그게 콩트의 매력이다.

어떤 쾌감이 본인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나.
신동엽: 그건 짜장면, 짬뽕 같은 거다. 다 맛있다. 매 끼마다 정성스럽게 장을 보면 본인 스스로도 힘들고 질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를 놓치기 싫은 거다.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인 거고.

콩트 연기를 했던 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되던가.
신동엽: 굉장히 많이 됐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토크쇼라고 해서 정말 말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소소한 연기들이 다 있다. 깜짝 놀라서 ‘아 정말요?’라고 할 때도 미세한 호흡과 템포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이야기와 오버랩해서 반응을 보이든 잠깐 포즈(pause)를 두고 ‘근데 이건 어떻게 된 거에요?’라고 묻든 간에 템포, 내용, 표정, 제스처, 스튜디오 전체에 흐르는 기운 같은 것들이 다 모여야 토크쇼를 지켜보는 재미가 생긴다.

콩트와 버라이어티 모두 결국 나 혼자만 잘한다고 재미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한 건데.
신동엽: 옆에서 상대방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호흡을 맞춰주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뭔가를 더 가미해서 잘 풀릴 때 정말 행복하다.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상대방이 내가 생각한 것 외에 뭔가를 보여준다. 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그런 것들이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다. 나 혼자 모든 걸 다 할 순 없다. 다시 요리를 예로 들면, 빈대떡을 만들 때도 프라이팬을 들어서 빈대떡을 잘 뒤집는 사람이 있고 데코레이션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반죽을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콩트도 그런 거다. 합작품이다. 드라마나 영화도 그렇겠지만 콩트도 종합예술에 가깝다.

KBS 는 콩트 경험이 많은 이영자, 컬투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 아무래도 뭔가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것들이 많겠다.
신동엽: 에서 내가 무슨 얘기를 했을 때 이영자 씨가 쿠션으로 날 때리는 건 어떻게 보면 막간을 이용한 짧은 콩트다. 개그맨들끼리니까 표정이나 맞고 난 후의 리액션도 익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거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이라서 마음껏 지르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신동엽: 늘 그런 쪽으로 갈증이 있어서 을 끝내고 당시 연출을 맡았던 송창의 PD한테 성인시트콤 를 제안했다. 일일 시트콤 말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심야시간에 시트콤을 해보자고. 미국 시트콤 에서 모티브를 얻어 을 만들었는데, 에서 콘돔을 5분 내로 구해야 되는데 못 구해서 우왕좌왕하는 내용이 나오는 동안 에서는 아주 그냥 건전한 장면만 나온다. 아이들은 청춘 시트콤을 좋아할 수 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성인시트콤이었다. 그래서 < SNL 2 >도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느냐를 떠나서 내가 출연한 것 자체만으로도 갈증이 해소된다. 그게 꼭 성적인 코드를 다루고 안 다루고를 떠나서 이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가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조금씩 성숙해진다”
신동엽│“콩트와 버라이어티, 짜장면과 짬뽕 같은 것”
에서 변태 캐릭터를 만들어 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신동엽: 그렇다. 예쁜 가정부가 오면 힘이 나는 할아버지, 조미령 형사한테 취조를 받는 피해자 캐릭터는 당시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표정이나 제스처는 지금 봐도 우려할 수 있을 정도의 수위였는데, 아주 미세하게나마 나만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차원에서 연기한 거였다. 다행히 시청자 분들이 귀엽게 봐주셨다.

사실 시청자들의 갈증도 함께 해소된 거다. (웃음)
신동엽: 농담 삼아 얘기하는 거지만, 난 돈 벌 때만 야한 농담을 하지만 평소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지 않나. 실제로는 나보다 훨씬 더 그 쪽으로 발달된 초절정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웃음)

나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나.
신동엽: 내 역량으로 된다기보다는 뛰어난 PD, 작가 분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날 선택해주면 가능한 일이다. 한 번도 나 혼자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선택받기 위해서는 감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걸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나.
신동엽: 글쎄, 그럴 듯하게 이런 걸 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솔직히 그런 건 없다.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건 좀 타고나야 되는 거 아닌가. 일상생활에서도 사람이 물색이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 쪽 세계는 특히나 물색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냥 생활하면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머리 긁적긁적 하면서 ‘그래? 다음부터 안 그럴게’하면 되지만 이쪽에선 깜짝 놀라는 일이다. 그나마 편집을 통해 그런 모습을 최대한 시청자들에게 안 보여줄 수 있지만, 현장에 있는 방청객들, 제작진들, 그리고 나중에 생방송을 하게 될 때는 고스란히 본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굉장히 힘들지.

콩트에서 변태 연기를 통해 갈증을 해소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은 건 뭔가.
신동엽: 연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행복할 때도 있고 정말 힘들 때도 있는데, 제일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녹화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요즘 같은 경우엔 SBS < TV 동물농장 >과 다. 시청자 입장에서 < TV 동물농장 > VCR을 보며 내 상황을 대입시켜보거나 의인화해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에서 사연을 소개할 때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운다. 옛날에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할 때도 그랬고, SBS 하면서 결혼관이 정립됐다. 다른 직업에서는 갖기 힘든 기회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씩 성숙해진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