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예임 “좌절 많았지만…포기할 수 없었어요”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예임,인터뷰

지난 7일 데뷔곡 ‘길모퉁이’를 발표한 재일교포 3세 가수 예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가수 예임은 재일교포 3세다. 2년 전 가수의 꿈을 품고 한국에 왔다. 일본을 떠나면서 그는 부모님에게 ‘딱 1년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 생활은 도전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가요 기획사의 문을 두드려보기도 하고 SBS ‘K팝스타’나 Mnet ‘아이돌학교’에도 도전장을 내밀어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만 24세, 한국 나이로 26세인 그에게 ‘나이가 많다’며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예임은 “실력이나 외모가 문제라면 내가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을 텐데 나이 때문에 떨어지니 속상하고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자주 찾아왔다. 그 때마다 예임은 노래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예임은 그래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기회는 지난 2월 찾아왔다. 예임은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5’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그룹 구구단 세정의 ‘꽃길’을 불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는 이 곡의 가사가 자신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일본에 계세요. 제가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늘 제 꿈을 지원해주시고 응원해주셨죠.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꽃길’을 부르며 많이 울컥했어요. 그래도 제 목소리를 듣고 놀라워하는 관객들을 보며 큰 힘을 얻었습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그 때 기분이 지금도 생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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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연습생 시절, 트와이스의 미나와 함께 연습했던 재일교포 3세 가수 예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난 7일 발표한 데뷔곡 ‘길모퉁이’는 예임에게 특별하다. 그는 “처음 듣자마자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평소 발라드를 즐겨 부르는 데다가 후렴구가 계속 귀에 맴돌아 마음에 쏙 들었단다. 다만 재일교포인 그에겐 ‘모퉁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 녹음하면서 애를 먹었다. 예임은 “‘퉁’ 발음이 어려웠다”며 웃었다.

‘길모퉁이’를 부를 때 그는 그리운 부모님을 떠올린다. 특히 어머니와 사이가 각별하다. 어린 시절 재일교포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예임은 처음으로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어머니가 민요를 부르면 사람들은 일어나 어깨춤을 췄다. 그는 “그 모습이 내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의 첫 롤모델이었다. 교내 민요대회에 나가 상을 타온 적도 있다. 예임은 어머니와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했다.

하지만 가수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데뷔를 준비했지만 소속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활동이 무산됐다. 또래 친구들이 결혼하거나 직장을 갖는 걸 보며 예임은 초조했다. 함께 연습하던 친구는 한국에서 가수가 됐다. 그룹 트와이스의 미나다. 처음에는 열렬히 응원했지만 언젠가부터 부러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속앓이를 하던 예임은 친한 언니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네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건 너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을 일들이 많은데, 그걸 하지 않고 있으니 부러운 마음만 드는 거라고요. 그 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도전하고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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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예임은 춤에도 자신있다. 기회가 되면 댄스곡도 하고 싶다고 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예임은 직접 곡을 쓰고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며 미래를 도모했다. 중학생 때부터 써온 시(詩)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예임은 “예전에 쓴 시를 보면 ‘내가 이 때 사춘기를 보냈나’ 하면서 부끄럽다. 하지만 그 나이에만 쓸 수 있는 솔직한 내용인 것 같다”며 웃었다. 요즘 그는 ‘연습생도 되지 못했던’ 시기에 대한 시를 쓰고 싶다. 그 때 느낀 섭섭함이나 두려움, 그리움을 담고 싶어서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은 있는데 아직 한국어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어렵다”고 털어놨다.

춤에도 자신이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6년 동안 무용을 배웠다. 그룹 소녀시대를 선망하며 아이돌의 꿈을 키웠던 때도 있다. 지금도 가수들의 무대 영상을 보면서 안무를 따라할 수 있다. 댄스곡 욕심은 없느냐고 묻자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이라는 대답이 수줍은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라는 그는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괜찮아. 웃어’라고 주문을 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지난 10일 SBS MTV ‘더 쇼’로 처음 음악방송 무대를 밟은 뒤에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부모님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도 그는 눈물이 났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조명이 쏟아지는 순간은 그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제가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그 때의 저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괜찮다고, 열심히 하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