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 “무대에서는 계속 돌직구만 던질 것 같다”

힙합 바지는 흘러간 유행, 힙합 음악은 어릴 때나 듣는 음악, 힙합 뮤지션은 진정한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2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net 는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는 신예 래퍼들과 언더그라운드에서 명성을 쌓은 가리온부터 ‘북치기박치기’라는 광고 속의 이미지로 각인된 후니훈, 좀처럼 방송에서 무대를 만날 수 없었던 더블K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활동을 보여 온 래퍼들의 합동 무대를 선보이는 힙합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와 같은 방송이다. 여기에 더해, 19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엠펍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최승준 책임PD는 “같은 채널에서 방송된 와 의 노하우를 모아서 만든 오디션 구성을 선보인다. 참가자들이 잔인함에 괴로워할 정도다”라고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것은 한편으로 한 번에 인지되기 어려운 복잡함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아 흥미롭지만, 그래서 낯설기도 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가리온에게 물었다. 결국 방송이 어떤 궤적을 남길지, 그 안에서 가리온이 어떤 성과를 얻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 할 수 있는 대답을 들었다.

“못하면 망신살이라거나 하는 걱정은 없었다”
가리온 “무대에서는 계속 돌직구만 던질 것 같다”
신에서의 명성이 있기도 하고, 워낙 방송에서 만나기 어려운 팀이다 보니 가리온이 에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응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MC 메타: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출연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고, 고민이 많았다. 매주 경연을 해야 하는데, 다른 경연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존의 노래를 부르면 되지만 래퍼들은 편곡에 더해서 가사를 새로 쓰고 외워야 하는 부담이 크다. 거기다 퍼포먼스까지 하자면 일주일이라는 기간이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생업을 위한 일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신혼이기도 해서 (웃음)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보였던 거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방송사 측에서 워낙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가 컸다. 시간적으로 배려를 많이 해주기도 했고, 혼자가 아니라 가리온이라는 팀으로 참여를 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그런 현실적인 부담감은 있었지만, 우리의 수식어에 부응해야 한다거나 못하면 망신살이라거나 하는 걱정은 없었다. 우리는 그런 성격의 팀이 아니라서. (웃음)
나찰: 편곡 방식이랄지 우리에게 여유를 주려고 제작진이 배려를 많이 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방송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욕심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랬더니 부담이 굉장히 줄었다.
MC 메타: 그렇다고 우리가 떨어지자는 마음으로 임하는 건 아니다. (웃음)
나찰: 그렇지.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정확하게 방송이 원하는 것과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거다.

사실 가리온의 음악이 ‘신나는 힙합’은 아니다.
메타: 우리의 흥은 좀 다른 느낌의 흥이지.

그렇다면 방청객들의 투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조금 다른 작전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MC 메타: 방청객이나 시청자 중에서 우리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고, 일반적인 대중을 인식하고 가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걸 해본 적도 없고, 방송에서의 연출 같은 건 잘 모른다. 그래서 그냥 돌직구 승부를 할 수밖에 없더라. 이런저런 고민을 안 한 건 아닌데, 결국 우리 색깔이 아닌 건 못하겠더라. 그래서 무대에서는 아마 우리가 하던 대로, 계속 돌직구만 던질 것 같다.

경연 방식이 오디션과 합쳐지면서 굉장히 복잡하다.
MC 메타: 우리도 엄청 헷갈렸다. (웃음)
나찰: 중간에 방식이 바뀌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제작진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일반적인 무대를 보는 것과 힙합이라는 장르를 보는 것에는 분명 다른 느낌이 있지 않나.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팀이 있는가 하면, 감상에 젖는 포인트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평가를 하려고 연구를 많이들 했다.

의도는 그렇지만, 사실 방송이 처음 기획될 당시에는 출연자와 도전자의 자격에 관한 잡음이 있기도 했다. 뮤지션으로서 그런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을 텐데.
MC 메타: 나는 출연 제의서를 받고 나서 트위터를 통해 오랫동안 활동한 래퍼들이 도전자 자격으로 의뢰를 받았다는 논란을 접했고, 상황의 양상에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제작진들과 미팅을 하면서 듣게 된 이야기나, 해당 사건과 관련한 래퍼들을 직접 만나서 전해 듣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결국 서로간 오해가 문제였던 것 같다. 말 그대로 10년 만에 부활하는 힙합 프로그램인데 축복받고 환영받으면서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제작진과는 이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고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아마 프로그램을 통해서 논란을 좀 해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힙합은 왜 존중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가리온 “무대에서는 계속 돌직구만 던질 것 같다”
방송과 별개로 오랫동안 힙합을 해 온 사람으로서 사태를 바라보는 느낌이 있었을 텐데.
MC 메타: 그래서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고, 화를 낸 래퍼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를 한다. 우리가 한참 활동을 하던 90년대 후반에 한국에서 힙합 뮤지션들은 매체에 대한 굉장한 반감이 있었다. 힙합 문화나 래퍼에 대해서 아티스트나 뮤지션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말 빨리 하는 차력술사처럼 바라보거나 댄스 음악의 양념으로 격하시켜서 소개를 했으니까. 그래서 표현이 웃기지만, 쭈욱 오래된 전통적인 피해의식이 있었던 거다. 마침 오해 하나가 불거지니까 그게 폭발해서 민감하게 반응을 한 거다. 찌질한 마인드라고 할 게 아니라, 나도 그렇지만 래퍼들 대다수가 왜 힙합은 온전하게 소개되고 존중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가 그런 고민에 대한 일말의 해소가 되는데 가리온의 역할이 크다. 가장 방송에서 소비가 되지 않은 팀이니까.
MC 메타: 솔직히 재미있었다. 라인업이 지금까지 이런 형태는 없었지 않나. 우리 출연자들이 유명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방송에 가장 자주 출연하는 무브먼트 식구들이 일단 없으니까 나부터가 상당히 의외로 느껴졌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굳이 오디션을 포함시켰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다.
MC 메타: 제작진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넣고 싶었던 것 같다. 여러 오디션 경연의 장점을 추려내서 최적화시킨 오디션의 ‘끝판왕’을 만드는 거다. 경연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이 신에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예선에 1000명이 넘게 지원을 했는데, 아마추어도 있지만 10년 넘게 래퍼로 활동하신 분들도 있더라. 제작진의 권유도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지원서를 쓰고 나온 건데 그런 분들이 그만큼 목말라 있었다고 생각을 하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 방송에서 랩을 보여줄 수 있는 측면은 좋은 부분이 아닌가 싶다.

신예 래퍼와 관련해서는 심사위원의 역할도 하게 된다. 선발 기준은 어떻게 가져갔나.
MC 메타: 완성도와 가능성을 다 보려고 했다. 완성도 측면으로는 얼마나 독창성이 있는가, 가능성으로는 뭐랄까 우리 같은 경우는 태도적인 측면을 봤던 것 같다. 느껴지는 아우라 같은 것. 오랫동안 랩을 하다 보니까 심하게 말하자면 소울이 없는 랩 머신처럼 보이는 분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는 끌리는 느낌이 안 생기더라. 그런데 막상 총점을 내 보니까 우리 의도와 선발 결과가 50% 정도는 다르더라.
나찰: 아시다시피, 랩을 평가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가 없다. 보컬이라면 음감이나 성량, 발성법을 보겠지만 랩은 다분히 취향이 4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리온과 다른 팀들의 생각은 달랐지만, 어찌 되었든 뽑힌 친구들은 다 잘하는 친구들이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나찰은 엠블랙의 미르에게 랩을 가르치기도 했다. 평가의 기준이 없는 장르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찰: 친분 있는 친구가 엠블랙의 보컬 트레이닝을 한 적이 있어서 데뷔 전에 6개월 정도 미르와 같이 놀았었다. 연습실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마인드를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누군가 랩을 할 때 리듬, 플로우가 똑같다면 차이는 딱 하나, 자신감이다. 그리고 아이돌그룹이라서 얼마나 음악에 권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절대적으로 그런 자신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별로 근사하지 않은 가사를 쓰게 되더라도 결국 자신이 쓴 가사로 무대에 올라가야 에너지가 나오고 확실한 표현을 보여 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이돌그룹도 그렇고, 많은 대중 음악에서 힙합과 랩은 그 자체로 이해되기 보다는 관습적인 작법으로 소비되고는 한다.
MC 메타: 이해와 오해의 간극이 예전보다는 많이 좁혀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TV에 나오는 대중 가요팀의 래퍼 이미지는 못난 반항아 아니면 사랑에 실패한 멍청이들이었다. 그러니 랩 내용도 단순하고 “예, 예”하고 추임새를 넣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게다가 개그 프로그램에서 힙합 뮤지션을 묘사하는 방식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대중의 오해를 조장하는데 일조를 한다고 생각했다. 개그 프로그램은 전 국민이 보는데, 반대로 힙합의 멋진 부분을 보여 줄 수 있는 무대는 없었으니까 불공평한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에 대해 약간의 포기를 하게 되기도 하고, 서서히 간극이 좁혀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 여기서 대중에게 힙합의 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특단의 방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같은 프로그램이 어쩌면 부분적으로나마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우승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힙합 음악의 맛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기본 태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나찰: 그래서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사명감이 크다.

사진제공. CJ E&M

글. 윤희성 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