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뮤직] ‘마케팅 노하우’로 1위 하는 시대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닐로 /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가수 닐로 /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노래보다 이름을 먼저 알리고자 했다면, 성공이다. 지난 12일 새벽 갑자기 음악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린 가수 닐로(Nilo)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보다, 차트 순위로 주목받고 있다. 하루아침에 거센 비난의 주인공도 됐다. 13일 오전 8시 기준으로, 멜론에서 닐로의 ‘지나오다’는 여전히 1위다.

새 음반을 들고 나온 가수들은 저마다 목표를 세운다.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음원차트 성적’이다. 호기롭게 1위를 하겠다고 하거나, 조심스럽게 100위 안에 진입만 해도 좋겠다고 하는 식이다. 인지도가 높은 가수든, 대형 기획사에서 내놓은 아이돌 그룹이든 관계없이 그만큼 음원차트에서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다. 음악시장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소비형태가 바뀌면서, 음반의 판매량보다 음원차트 순위가 인기의 척도가 됐다.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닐로는 달랐다.

‘지나오다’는 지난해 10월 나온 닐로의 첫 EP음반 타이틀곡이다. 음원차트에 오르기 전, TV나 라디오 출연도 없었고 주목받을 만한 사건도 없었다. 때문에 음원차트 이용자가 비교적 적은 새벽 시간에 1위를 차지하자,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았다. 13일 오전에도 닐로의 뒤로는 트와이스, 위너, 엑소-첸백시, 빅뱅, 마마무, 아이콘 등 팬덤이 탄탄한 아이돌 그룹이 있다.

의혹이 커지자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움직임, 이용 행태는 없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비정상 스트리밍이 발생할 경우 이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터라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까지 나섰다. 그는 “음원 사재기 아니다. 방법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후 SNS에 “우리는 자본력과 방송에 출연시킬 능력도 없다. 가장 효율적이고 유리하게 대중에게 가수를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뉴미디어’라고 생각했다. 페이스북, 유튜브가 우리가 생각한, 유일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SNS 마케팅으로 닐로가 1위를 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선입견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음악만으로도 뮤지션들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것, 더 건강한 생태계가 갖춰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손을 거친 가수 반하나, 포티(40), 그룹 장덕철도 언급했다. 이들 모두 SNS를 통해 음원차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불성설이다. 음악으로 가수를 알리고 싶다고 했지만,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SNS 마케팅’에, 지금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최근 이시우 대표는 SNS에 2014년 5월에 나온 반하나의 ‘그대가 나를 본다면’이 멜론의 실시간 차트 74위에 오른 화면을 캡처해 ‘페이스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테스트 차원에서 했던 실험’이라고 썼다.

그의 말처럼 “음악이 좋고 나쁘고의 판단은 대중들의 몫”이다. 다양한 가수들이 신곡을 쏟아내고 있어 실력 있는 가수들이 쉽게 빛을 못 보는 건 맞다. 그래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SNS를 통해 ‘이런 가수도 있어요’라고 알리는 것도 맞다. 진정 노래가 좋고, 가창력이 훌륭하다면 대중들은 금세 알아본다. 그게 순수한 의도라면 더욱 그렇다. 봄만 되면 등장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2년 만에 나타난 가수 한동근의 데뷔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내놓은지 4개월 만에 음원차트에 올라온 윤종신의 ‘좋니’ 등이다.

닐로 측이 당당하게 밝힌 ‘마케팅 노하우’는 네티즌들의 의구심과 화를 더욱 키웠다. 일부에서는 ‘꼼수’라고 조롱까지 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단숨에 1위에 올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야 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 15살이 나를 알면, 앞으로 50년 동안 조용필은 기억될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끝에 19집 타이틀곡 ‘헬로(Hello)’, ‘바운스(Bounce)’를 내놓은 조용필. 음악시장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2010년부터 매달 한 곡씩 내놓는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윤종신. 미니음반에 수록할 계획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음반으로 포장하기 보다 별책부록처럼 디지털 싱글을 내기로 한 김동률. 가수가 음악으로 하는 ‘실험’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SNS를 통한 과한 포장으로 일순간 대중을 현혹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은 없다. ‘지나오다’의 음원사이트 평점은 5점 만점에 1점이다. 그들이 밝힌 ‘노하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음악은 언젠가 빛을 본다’는 믿음 하나로 고뇌하고 있는 가수와 제작자들에게 미안해야 할 일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