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그래도 희망은 있다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스틸컷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스틸컷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하 ‘겨울손님’)을 연출한 이광국 감독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고되다. 현실의 일부분을 확대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겨울손님’은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 영문도 모른 채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은 경유(이진욱)가 옛 연인 유정(고현정)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작부터 갑갑하다. 경유의 인생은 가만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경유는 여자친구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 중인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여자친구에게 이유 없이 쫓겨난 그는 캐리어 하나를 끌고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유일한 친구 부정(서현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놓지는 못하고 혼자 곪는다.

그가 과거 연인이었던 유정을 만난다. 유정의 인생 역시 녹록치 않다. 원하는 대로 등단은 했지만 단편집을 쓰지 못해 위기를 맞는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소주를 꺼내 마시며 괴로움을 달랜다.

고단한 삶을 살던 경유와 유정은 서로에게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해답을 찾고자 다시 얽힌다. 필요한 답은 자신의 안에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방황하던 경유는 설상가상 동물원에서 탈출한 호랑이와도 대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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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도 많은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때가 있다. 그중 일부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다. 영화의 엔딩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그 지점을 포착해 묘한 공감을 자아낸다.

이진욱은 그동안 보여줬던 ‘멋진 연기’를 내려놓고 온갖 악재를 온몸으로 맞는 경유의 심리를 처절하게 연기한다. 만취해 아파트 복도에 널브러진 그의 모습은 신선하다. 고현정 역시 영화의 반 이상을  취한 상태로 있는데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몰입을 높인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전체적인 개연성이 부족해 지루한 감이 있다. 경유를 버린 여자친구나 유정 등 인물들의 심리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영화 제목에도 쓰인 ‘호랑이’는 동물 그 이상의 역할이나 의미를 갖지 않아 힘이 빠진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