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조용필, 가왕의 무게…이유 있는 50년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조용필 기자간담회

가수 조용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제 목소리가 허락되는 날까지 노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50년을 할 수 있었다는 건 행운입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의 말이다. 그는 11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데뷔 50주년 기념 행사’에 손사래를 칠 정도로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난날을 돌아보고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자는 동료들의 설득에,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취재진 앞에 섰다. 간담회 제목을 ‘차 한잔 할까요?’로 정한 이유다.

MC는 음악평론가 임진모가 맡아, 가벼운 질문도 던지며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조용필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영감을 얻아 조용필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기록을 조명하는 ‘넘버원(No.1)’부터 ‘냉동인간’ ‘세대화합’ ‘땡스 투 유(Thanks to you)’ 등 그의 음악인생 50년을 다양한 키워드로 정리했다.

조용필 기자간담회

가수 조용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정상? 기록? 전 그런 거 몰라요.”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가요계에 데뷔한 조용필은 2013년 발표한 19집까지 ‘국민 가수’라는 애칭을 지켰다.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비롯해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1집으로 국내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못찾겠다 꾀꼬리’로는 KBS2 ‘가요 톱 텐’에서 10주 이상 1위를 거머쥐었다. 일본에서도 인기 가수만 출연할 수 있는 NHK ‘홍백가합전’에는 4회 연속 출연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조용필 앞에는 자연스럽게 ‘가왕(歌王)’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정작 스스로는 “‘가왕’, ‘선생님’ 이런 호칭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정상이니, 기록이니 잘 몰라요. 오랫동안 하니까 그런 거죠. 뭔가를 위해서 음악을 한 건 아닙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듣기 좋고 다른 사람들이 좋은 노래를 발표하면 감동받고. 그러면서 ‘왜 나는 안될까?’를 고민하면서 살아왔어요. 정부 수립 이후 첫 기록? 그런 건 전 잘 몰라요.(웃음)”

지금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나오는 신곡까지 찾아서 들어본다는 그다. 조용필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언급하며 “노래를 들으면 연관 영상으로 공연도 볼 수 있다. 늘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임진모가 음악 외에 취미를 물으니 “그런 질문이 가장 곤란하다”며 없다고 했다.

스스로도 ‘완벽주의’라고 밝힌 조용필은 ‘됐다!’고 만족할 때 음반을 발표하기 때문에, 내놓은 모든 결과물에 애착이 깊다.

“대부분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음반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곡으로 따지면, ‘꿈’과 ‘추억 속의 재회’가 기억에 남아요. 두 곡을 같이 만들었는데, 한 음반으로 같이 내기는 아까워서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죠. ‘꿈’이 더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반대로 ‘추억 속의 재회’를 먼저 발표했어요. 2년 후에 ‘꿈’을 냈고요.”

조용필의 열정과 고집은 2013년 19집 ‘헬로(Hello)’ 때도 빛을 발했다. 음반과 같은 제목의 타이틀곡과 1번에 수록된 ‘바운스(Bounce)’ 등은 큰 인기를 얻었다. “세대통합 능력자”라는 평도 얻었다. ‘조용필’의 존재를 잘 몰랐던 청소년들에게도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바운스’는 당시 각종 음원차트는 물론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방법이 없죠. 딱 한 가지 생각이 든 건, 젊은이들이 나를 기억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15살이 저를 기억하면 그가 살아가는 약 50년간 조용필을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저는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 여러 고민과 연구 끝에 ‘바운스’나 ‘헬로’ 같은 곡이 나온 거예요.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해 50년 더 기억될 수 있죠.”

조용필 기자간담회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당신이 있었기에 제가 있었습니다.”

조용필은 5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오는 5월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대구·광주·의정부·제주를 도는 기념 투어를 연다. 콘서트 제목은 ‘땡스 투 유’이다.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해요. 그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것, 더 이상은 없어요. 그게 가장 행복합니다. 그들 덕분에 제가 노래할 수 있었잖아요.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번 공연의 무대 연출을 맡은 김서룡 연출가는 “‘땡스 투 유’는 조용필의 50주년을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어서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영광이면서 부담도 큰데, 다른 설명 필요 없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이번 공연의 콘셉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추억을 공유하는 부분이고,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하자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조용필은 “아무래도 곡수가 늘어나고, 공연 시간도 길 것”이라며 “오프닝과 엔딩을 어떻게 할 지 고민 중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무빙 스테이지’도 설치해 가운데에서도 노래를 부른다”고 귀띔했다.

조용필은 다섯 살 때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아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후 축음기와 라디오를 통해 팝(POP)을 접했고, 통기타로 이어졌다. 그는 “(음악을) 취미로만 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음악에 빠져 열심히 했더니 1968년, 미군 부대에서 연락이 와서 기타리스트로 처음 무대에 올랐어요. 큰 매력을 느껴서 ‘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음악을 연구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50년을 해온 비결은 없어요. 새로운 걸 발견하고 충격받고, 그러면서 배우고요. 아마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결국…끝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필은 자신도 50년 동안 가수로 살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웃었다.

“노래를 그만두면, 평생 제 노래를 들으면서 살아온 팬들이 실망할까 봐 가장 두렵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목소리가 허락되는 날까지 노래를 할 생각입니다. 50년을 이야기 하면 밤을 새우겠죠.(웃음) 지금까지 제가, 50년간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이에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