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패밀리>, 무작정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

<무작정 패밀리>, 무작정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 1회 MBC 일 밤 11시 10분
대본이 없다. 제작진은 개입하지 않고 연기자들은 던져진 상황 속에서 애드리브로 연기한다. 의 기본 원칙이다. 카라의 규리가 해외 스케줄로 인해 녹화에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현 상황은 유지되지만, 출연자들은 이한위-안문숙, 탁재훈-이혜영 두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설정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주어진 첫 상황은 이혜영이 갑자기 다시 가수가 되어보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안문숙은 현실 감각을 가지라고 화를 내며 이혜영과 각을 세웠고, 온 가족의 아침 식탁에 긴장감이 돌았다. 가 보여준 상황과 애드리브의 신선함은 정확히 거기까지였다. 둘의 갈등은 갑자기 오디션 이야기로 튀었다가, 안문숙의 아들의 친구들이 놀러왔다는 어색한 설정으로 오디션 출신 가수들을 초대해 허술한 토크쇼와 개인기 자랑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녹화 전 미팅에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연기자들에게 담당피디는 “웃기기만 하면 버라이어티를 하죠”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장르야 무엇이든 웃기기라도 했다면, 차라리 낫다. 웃음 포인트에서 녹음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고 시청자들도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안문숙은 말도 안 되는 설정일망정 몰입해서 연기했고, 탁재훈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고군분투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편집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은 문어체의 내레이션으로 억지로 덮였고, 변하는 상황에 눈치를 보는 연기자들의 어색함은 고스란히 브라운관 밖까지 전달됐다. 즉흥으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대사와 지문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치밀하고 다양한 계획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상황과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연기자가 필수적이다. 애드리브는 단순한 재치가 아닌 고차원의 연기이며, 감각이기 때문이다. 예능에 대본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프로그램을 무작정 만들면 안 되는지를 확인시켜준 첫 회였다.

글. 윤이나(TV평론가)